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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16.07.10 23:58
예술가가 사랑한 예술가 3 - 노먼 록웰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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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사랑한 예술가 3 노먼 록웰 ( 2 ) 3. 살아 숨쉬는 미국의 역사 노먼 록웰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미국 역사속 사건들의 재현이다. 이 사건들은 플라톤이 말한 존재의 변경, 끄트머리에 웅크리고 있는 외물 단지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들뢰즈가 말한 표면 효과들이다. 나뭇잎 색의 변화, 학위 수여, 연인의 탄생, 극적인 역전승, 정치적 반전, 봄이 되어 녹는 얼음, 꽃봉오리의 개화, 이 모든 것들이 사건이다. 그래서 록웰의 작품들은 전통적 형이상학처럼 사물 저편의 실재를 탐구하고는 것이 아니라, 들뢰즈와 같이 사물 이편의 표면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미국 사람들의 일상과 당시 사회의 이슈들을 표지 그림으로 그렸고, 그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미국 역사를 타임캡슐처럼 남겨 놓았다.
The Runaway, 노먼 록웰, 1958 미국이 1776년 독립을 선언한 이래로, 340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는 것을 감안하면 록웰의 50여 년이라는 일생에 걸친 표지그림이나 삽화 또는 일반 그림 속에 남겨진 미국 역사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Homecoming Marine, 노먼 록웰, 1945 그래서 노먼 록웰 그림들은 지나간 미국의 역사를 되돌아 보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미국 노인 부부들 혹은 젊은 친구들은 록웰의 그림들을 보며 지나간 시대의 기억들을 더듬는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미국의 옛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미국의 지난 역사를 훑어내리고 체험한다.
Saying Grace, 노먼 록웰, 1951 그런데 그의 그 수많은 표지 그림과 삽화들 속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든가 아시아계 미국인 혹은 미국 원주민 등의 소수 인종들의 모습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사람들의 삶을 세심하게 들여다보았던 노먼 록웰에게 이런 소수 인종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던 것일까? 4. 그의 작품 속엔 소수 인종은 없다
연설의 자유, 노먼 록웰, 1941
예배의 자유, 노먼 록웰, 1941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노먼 록웰, 1941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노먼 록웰, 1941 록웰이 1941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했던 연설을 듣고 그린 '네 가지 자유'라는 작품에서마저 소수 인종의 모습은 주변인물로조차 묘사되지 않았다. 당시 록웰이 소수 인종들을 연설의 자유, 예배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등 기본적인 인간의 자유를 누려야 할 주체로서 생각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살 정도로 그가 그린 대다수 그림들에는 미국 백인들만이 등장할 뿐 소수인종들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 노예제도는 철폐되었고 이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참정권이라든가 기타 형식적인 자유는 주어졌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 흑백분리 정책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 문화적인 차별이 당연시되었던 시대를 살았던 노먼 록웰로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포함한 다른 소수 인종들을 자기를 둘러싼 일상의 묘사에서 배제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록웰이 소수 인종이나 사회와 세계가 안고 있는 모순에 대해 끝까지 외면했던 것은 아니다. 노먼 록웰은 노년에 접어들면서 소위 더 예리하고 밝은 눈을 가지게 된다. 말년에 접어 들면서 개인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박한 일들을 넘어서서 점차 이 세계와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들을 그림 속에 포착하기 시작했다. 미국 사회가 인종 문제에 대해 자성하기 시작했을 때 록웰은 열린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자신이 바라는 바대로 타인에게 행하라, 노먼 록웰, 1961 이것은 1961년 4월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자신이 바라는 바대로 타인에게 행하라’는 제목으로 그린 표지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그는 비로소 백인 가족이 그림의 주변부에 놓이도록 배치하고 중심에 다양한 인종과 종족들을 표현하였다.
The Problem We All Live With, 노먼 록웰, 1964 록웰은 1966년에 <룩 매거진(Look Magazine)>에서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제목으로 루비 넬 브리지스(Ruby Nell Bridges)에 관한 이야기를 표지그림으로 그렸다. 록웰은 그 그림에서 초등학교 1학년짜리 흑인 소녀 루비가 연방 보안관들에 둘러싸여 호위를 받으며 백인들이 다니던 학교에 등교하는 모습을 그렸다. 즉, 미국 중산층들의 일상에 주로 주목했었던 록웰은 말년에 이르러서 그림을 통해 미국 사회가 안고 있었던 인종 갈등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미국인들의 양심에 적지않은 파문을 던졌다. 5. 상업적인 일러스트레이터 ( 다음에 계속…. )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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