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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 (Lev Nikolayevich Tolstoy, 1828 - 1910)는 인류를 향해 본질적 물음을 던졌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의 저서를 통하여 인간이 가진 본질에 대해 묻는 길지 않은 소설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봄직한 글이며 제목을 들어봤음직한 물음이다. 인문학의 발달은 인간의 본질에 관한 답을 묻는다. 그 답은 이론적 가르침이 아닌 자신의 삶을 던져 찾아내는 것이 인문학적 물음에 관한 답일 것이다. 톨스토이는 인문학의 큰 획을 그었던 시대의 거장이다. 어쩌면 이 땅에 다시는 톨스토이와 같은 인문학자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천사 미하일은 하늘에서 쫓겨난다. 이유는 없다. 그의 책의 시작이 그러하다. 하늘에서 쫓겨난 천사가 이 땅에 왔을 때 입을 옷이 없었다. 그래서 벌거벗은 상태로 러시아의 한 마을에 거의 죽어가다 시피 버려지게 된다. 미하일이 땅으로 버려지면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면 천사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에게 주어진 질문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관한 질문은 소설의 중심이 아니라 전 인류에게 던지는 인문철학자의 질문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류의 역사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켰는지도 모른다. 미하일은 이 세 가지 물음에 답을 찾을 때 천사의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여 하늘로 갈 수 있게 된다. 알몸으로 버려진 미하일은 하늘의 뜻을 실천할 살아 있는 인간 숙주를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 그의 몸 상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마치 물에만 살아야 하는 고기가 뭍에 노출되어 죽어가기 직전의 힘으로 가쁘게 호흡을 할 상태였다. 미하일 스스로가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군가가 지나가다 그를 발견하여 물에 넣어주는 돌봄이 절실했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와 점심을 같이하라'는 영국 속담에 있다. 이에 관련하여 일본인 '혼다 켄'은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2004년 '더난출판사'를 통해 한국에 알려 졌다. 부자의 기준은 사람마다,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부자란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공인된 부자를 말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절대로 부자에게 점심을 살 수 없는 구조에 살고 있다. 부자에게 점심을 살 수 있는 것은 그 세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부자가 되어야 만이 가능한 일일 것이다. 가난에 찌든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후미진 골목에 사는 사람은 공인된 부자를 만날 수 없기에 부자에게 점심을 사줄 기회가 일평생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자에게 점심 한 끼 사주기도 어렵지만 설령 사줄 기회가 생겨 점심을 사 주었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자에게 점심을 사주라는 것은 부자가 되기 위해선 그들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하일에게 주어진 미션을 감당하기 위해선 부유한 지역이나 세상을 움직이는 정치인이나 석학들을 만나야 할 터인데 그가 이 땅에 떨어진 곳은 부유한 사람이나 석학들을 만날 수 없는 이른반 달동네의 후미진 구석에 버려졌다는 것에 있다. 그를 찾은 첫 번 인간은 '시몬'과 '마트료' 부부였다. 그들에게 주어진 일상의 무게로 인하여 버려진 나그네에게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육체적으로만 가난했을뿐이지 마음은 그 누구보다 부요한 사람들이었다. 가난한 구두수선공이었지만 알몸으로 버려진 미하일을 데려다 아무 조건 없이 옷을 입히고 먹을 것과 따뜻하게 누울 수 있는 공간, 그에게 구두를 수선할 수 있는 일자리 까지 제공해 준다. 미하일은 골목 후미진 작은 구두공방에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완성한다. 전 세계 지구촌을 누비며 다녀서 얻어야 할 답을 어떻게 작은 구두수선 공방에서 해결할 수 있었을까? 톨스토이가 말하는 것은 사람이 사는 이유는 화려함에 있지 않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답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에 관한 답은 사람의 마음속에 창조주의 사랑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답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관한 것은 부모를 잃은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어느 부인을 통하여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가난한 구두수선공에 불과했던 미하일은 아름다운 천사로 변모하여 그의 본향인 하늘로 돌아가게 된다. 톨스토이는 인문학적 철학자이다. 인류 역사에 인문학적 큰 획을 그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수천 년 전이 아닌 지금 우리 시대와 끝자락이 맞물려 있다. 톨스토이는 1910년 11월 7일에 사망한다. 1919년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잊지 못할 해이다. 영원한 누나로 불리는 류관순 열사가 조국을 강제 점령한 일본을 향해 대한독립을 외쳤던 기미년 독립운동의 해이기 때문이다. 그 시기로부터 백여 년이 지났다. 그 동안 달라진 문명과 문화는 톨스토이나 류관순 열사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꿈꾸었던 인간의 본질일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인간의 본질은 여전할 것이다. Seven ages of man in Baynard House 인간의 본질은 인간을 구성하는 조건이다. 태어나는 일, 살기 위해 눈물 흘려야 하고 땀흘려야하고, 심지어는 피 흘리기까지 몸부림해야 하는 처절한 삶의 이야기다. 인도와 바꿀 수 없다는 셰익스피어는 영국 인문학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인도를 얻을 수 있다면 셰익스피어쯤은 내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고 전 세계를 한 곳으로 집약시킬 수 있는 힘은 셰익스피어가 가진 인문학적 통찰력 때문이다. 그의 대표적 5대 희극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십이야, 한여름 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다.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n)에서 셰익스피어는 인생을 일곱 나이로 분류했다. 유아기 (The Infancy), 학생기(The School-boy), 연애기(The Lover), 군인기(The Soldier), 정의기(The Justice), 노년기(The Pantaloon), 고령기(The Old Age). '뜻대로 하세요' 2막 7장에서 배우는 이렇게 고백한다. "온 세상은 무대이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배우에 불과하다." 어머니 뱃속에서 부터 무덤까지 인생의 전 과정 중 어느 한 군데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주어진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해 감당하면 된다. 혹이 연극은 실수 하더라도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지만 인생연극은 다음기회란 주어지지 않는 완벽한 일회성이다. 실수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내 인생연극으로 평가받게 된다. 인기를 얻지 못했을지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박수갈채를 받는다 할지라도 성공한 인생연극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완성품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미완성으로 태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전 생애를 통하여 완성해 가는 것이요, 가장 완벽하게 완성되었을 때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인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인생을 일곱 나이로 분류한(Seven ages of man) 것은 단지 연극의 대사를 완성하기 위함이 아니다. 유아기에 시작하여 고령의 나이에 다다를 때 인간은 모든 과정을 통하여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마치 그 완성을 보는 것이 연극과 같다. 인간의 조건은 완벽하게 갖추어진 상태에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매 시기가 주어질 때 마다 최고의 무대를 자기 인생 무대에 올려야 한다. 때론 실패 했을지라도 좌절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인간은 성공을 통하여 성공이 농익는 것이 아니라 때론 좌절과 절망의 요소들로 인하여 자기 인생을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어느 누구도 인생의 한 부분만으로 그의 인생을 평가 할 수 없다. 인생이란 먼저 된 자 나중 되기도 하고, 나중 된 자 먼저 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상에 올랐다 하여 자만할 이유가 없다. 그 정상은 한 개인이 성취한 것이라는 자만에 빠질 때 정상은 더 이상 정상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로 추락할 수 있게 된다. 낮은 자리에서 실패했다고 좌절할 이유도 없다. 낮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그 자리가 정상으로 안내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조건은 퍼즐과 같다. 어느 한 조각을 떼어내어 평가하게 되면 해독할 수 없는 난해한 문제가 된다. 한 조각은 아무런 의미 없는 것 같지만 그것이 모여져서 한 폭의 아름다운 인생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 예수마을커뮤니티교회 담임 http://jvcc.org -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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