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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의 ARTNOW
2016.07.24 23:52
David Hockney : 82 Portraits and 1 Still-life
조회 수 4632 추천 수 0 댓글 0
David Hockney : 82 Portraits and 1 Still-life RA / 2 Jul – 2 Oct 런던 출신의 화가이자 예술비평가였던 존 버거는 영국미술의 모더니즘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였던 70년대에 『본다는 것의 의미 Ways of seeing』(1972)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당시는 영국의 젊은 작가들이 미국에서 시작되어 영국에 유입되기 시작했던 추상표현주의를 시대적인 예술 흐름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기였다. 존 버거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영국 미술사에 면면히 이어져 온 리얼리즘의 전통을 새롭게 이어나가야 함을 역설하며 브리타니아와 아메리카나의 대립을 부채질했다. 그 중심에는 영국 출신이면서 미국에서 활동을 해 온 데이비드 호크니가 있었다.
[T.마사치오, 삼위일체, 1427년] 오브제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예술가의 입장은 사회의 인식의 변화 혹은 기술과 과학의 발전의 영향을 흡수하며 사실상 미술사를 관통하는 핵심과도 같은 주제였다. 원근법을 통해 3차원에 존재하는 대상을 관찰하여 2차원 평면에 옮기기 위한 노력은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417년 무렵 건축가 F. 브루넬레스코가 최초의 실험적 시도로써 투시 원근법과 소실점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완성한 이후, 회화에서는 T. 마사치오에 의해 페렌체의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의 벽화 <삼위일체>에서 최초로 실현되었다. 그러나 빛과 함께 시시각각 움직이는 색의 변화에 중점을 둔 인상주의 이후에는 정밀한 원근법은 철저하게 배척되었고 사물을 여러 시점에서 보고 입체적으로 표현했던 입체파가 등장하면서는 원근법은 회화에서 완전히 거부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진술이 등장하면서 예술가의 시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Pearblossom Highway, 1986년] "To see the bigger picture is to see more" 데이비드 호크니는 '보는 것'에 대한 회화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호크니는 사진이후의 회화적 흐름과 재현의 문제를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눈으로 이미지의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데 집중한다.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1960년대 초 팝아트가 영국 미술계의 '주류'로 부각되었을 때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 기타이(R,B. Kitaj), 그리고 호크니가 있었다. 이후 1964년에서 1967년까지 남부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스스로 '자연주의(Naturalism)'라고 명명했던 작품을 발표했으며, 동성애적 관점과 밀접하게 관게되는 불안하고 충동적인 공간연출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호크니는 사진과 무대디자인 등의 분야에서도 활동하게 되었는데, 마치 유행처럼 작품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그의 행보는 미술에 있어서 동시대성에 대한 진지한 담론과 상반되는 피상적인 이슈 만들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동반하게 된다. 즉 호크니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이면에는 자전적 내러티브를 부각시켜 상업적 성공에만 의존, 즉각적이고 가벼운 작품들을 만들어낸다는 혹평이 그림자처럼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호크니는 2001년에 『명화의 비밀(Secret Knowledge』라는 이론서를 발표하게 되는데 그 내용은 지금까지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저서가 '거장들의 잃어버린 방법론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저서의 부재에서 짐작 가능하듯, 호크니의 연구는 회화의 황금기, 즉 인간의 손과 눈으로 가장 이상적인 그림을 만들어냈다고 인정받고 있는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제작 과정에 거울, 렌즈, 카메라 옵스큐라와 같은 광학도구의 조력이 개입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증명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호크니는 물리학자인 팔코(Charles M. Falco)와 함께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의 세부 묘사를 분석하면서 이미 15세기 초에 회화에서 광학도구가 사용되었음을 주장한다. 비록 호크니의 이론이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미술사의 오랜 화두인 재현의 기술에 접근하는 연구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 하다는 것이 미술계의 입장이다.
[<더 큰 그림> 연작 앞에 선 데이비드 호크니] 이론가로서도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동시에 호크니는 화가로서도 실험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카메라 루시다를 이용한 드로잉 가능성을 스스로 검증하는 한편, 최신 기술을 이용한 회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준다. 호크니의 포토 콜라주 <결합(Joiner)>또한 입체주의적 시점에 대한 실험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카메라 작업이나 아이폰/아이패드 드로잉 등 재현 프론티어의 한계를 무색하게 만드는 호크니의 방식은 결국 매체의 문제가 아닌 '보는 것'이라는 개념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 2012년 호크니의 <더 큰 그림(A Bigger Picture)>이 RA의 대대적 전략과 함께 전시되었을 때, 많은 언론에서는 호크니의 작품이 '다시' 회화로 돌아갔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호크니가 처음부터 회화를 떠난 적이 없다는 것은 그가 어떤 매체를 다루더라도 '시점'이라는 주제를 고수해왔다는 점을 분명하다. 호크니의 <더 큰 그림>연작은 시간과 공간, 눈과 묘사의 문제에 접근하는 회화개념을 대규모의 캔버스를 통해 제시함으로써 인식의 확장을 캔버스라는 물리적인 크기의 확대를 통해 표현했다. 호크니의 지난 연구와 실험을 통해서 이미 고찰한 바와 같이 그의 회화는 고정된 시점으로부터 획득되는 일루전에서 벗어나는 지점에서 포착되어진 리얼리티에 대한 집요한 탐구의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호크니의 회화에서 점점 더 커지는 규모에 대한 문제는 고감도의 카메라 작업을 통해서는 경험할 수 없는 순전히 큐모 자체에서 관람자의 눈을 압도할 수 있는 흡입력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좌: Margaret Hockney, 2015년 / 우: Barry Humphries, 2015년] 2012년 <더 큰 그림>이후, RA에 다시 돌아온 호크니는 82개의 초상화와 한 점의 정물화를 통해 그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호크니는 그의 일생을 통해 시작적인 기록물, 즉 일기의 일종으로 초상화를 제작해왔다. 이것은 물론 그가 보고 있는 세상을 묘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의 초상화는 단시간동안 관찰하여 그린 인물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쳐 수 십년 동안 바라본 인물들을 표현한 것으로 대상을 닮은 초상화가 아닌 작가 자신의 삶을 비추는 인물화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 또한 가족, 친구, 동료 작가와 갤러리스트 82명을 자신의 스튜디오에 초대해 동일한 파란 배경 앞에서 실물크기로 제작한 것들로, 결국은 예술가의 시선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 그 자체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초상화들은 '보는 눈'이 향하는 관찰의 대상으로서, 회화공간에서도 인간성이 발견되는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호크니의 초상화가 보여주는 것은 2차원의 평면에서도 변화하는 시간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나아가 시간의 변화에 불현듯 침투하는 기억과 미술가 개인의 감정선은 호크니의 풍경화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유용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호크니의 회화는 환영주의적 리얼리티에 반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매우 유연하고 복합적으로 현실적 '눈'에 접근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지혜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이화여대 미술학부 졸업 - 이화여대대학원 조형예술학 전공 - 큐레이터, 아트 컨설턴트, 미술기자,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 - 이메일 iamjeehy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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