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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림의 문화예술 경제 칼럼
2016.08.07 22:34

미술시장의 꽃, 아트 페어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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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의 꽃, 아트 페어 ( 2 )




1996년 런던 남서부. 바야흐로 현대미술의 급격한 팽창기였다. 군복무를 마친, 예술을 좋아한 한 청년은 갤러리에 들어가 그림을 보고 싶었으나 입구에서 출입을 저지당했다. 차림새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왜 나는 그림을 볼 수 없는가. 모두가 그림을 감상할 권리가 있다. 나이, 소득, 차림새에 상관없이>


한 창고를 빌려 그는 예술가들의 그림을 걸기 시작했다. 영국 각지의 예술가들 150명이 몰려들었다. 그림을 보러 온 관람객, 그림을 사러 온 컬렉터, 그곳은 사람들로 붐비게 되었다. 이름하여, 윌의 아트웨어하우스, 이곳에서 그렇게 역사가 시작되었다. 예술을 사랑한 청년, 월은 그의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 세상의 갤러리들을 한 곳에 모으자, 그리고 축제를 만들자! 이름 하여 '어포더블 아트페어 Affordable Art Fair',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아트페어의 탄생이 그렇게 서막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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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포더블 아트페어 창립자인 윌(Will Ramsay)과 윌의 아트웨어하우스>



<소수의 인원들이 자유와 교육을 얻는 것처럼 미술이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윌리엄 모리스의 말을 되뇌이던 청년 윌은 자신이 기획한 어포더블 아트페어를 멋지게 성공시켰다. 설립 이 후, 암스테르담, 브뤼셀, 뉴욕, 밀라노, 홍콩 등 전세계 13개 도시, 매 해 17번의 개최를 통해 그는 어포더블 아트페어와 함께 세계로 뻗어나갔다. 그러나 과연 아트페어 홍수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많은 행사에서 무엇이 어포더블 아트페어의 성공을 이끌었을까?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 어포더블 아트페어가 지닌 그들만의 정책과 왜 많은 자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갤러리들이 아트페어에 참여하려는 이유에 대해 지난 호에 이어 계속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카페테리아와 바, 성인과 아동을 위한 각종 참여프로그램, 지역 학교와 연합 및 대회를 통해 학생들의 작품 설치 등은 어포더블 아트페어가 보여준 평범하지만 부지런한 전략이었다. 단 4일간 진행되는 페어에 관람객과 콜렉터를 배려하는 주최측의 준비는 페어가 즐거운 잔치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필자를 감동시켰던 것은 주최측이 보여준 사후 관리의 모습 때문이었다. 돌아서는 뒷모습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하였던가? 아트페어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어포더블 아트페어측에서 보낸 메일이었는데 페어에 참석해 관람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함과 동시에 당시 현장에서 구매하지 못한 작품을 온라인으로 구매시 10% 할인해 준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많은 아트페어를 구경하고 갤러리에서 전시를 봤지만 이러한 메일은 처음이었다. 어떤 누가 끝난 행사를 가지고 다시 관람객들에게 소식을 전하겠는가? 이런 사소한 점들이 어포더블 아트페어의 전략으로 런던뿐 아니라 벨기에의 브뤼쉘, 영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개최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면 별다른 사항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성을 이루는 것은 그것을 지탱하는 개개의 작은 벽돌임을 생각할 때, 주최측이 보여준 모습은 세심함과 꼼꼼함의 정수였다. 이것이 정글과 다름없는 같은 현실에서 페어의 처음 목적인 <나이, 소득, 차림새에 상관없이 누구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권리>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전 세계 13개 도시, 매 해 17번의 개최, 방문객 210만 명 총 매출 3천 316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숫자와 함께 페어의 존재감과 처음 목표를 실현시키고 있다. 



  예술의 소통 및 최고의 인기 부스


어포더블 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각 갤러리 부스의 작품들은 한 두개, 혹은 많게는 7-8개의 판매완료 딱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거창한 투자 목표가 아닌 자신의 만족감과 정서를 반영한 작품의 구매. 이를 보며 필자는 한국의 한 화가가 세인트 아이비스의 작품들을 보며 했던 말이 생각났다. "수준의 높낮이가 아니라 그 흐름이 소통이 되고 있네요. 작은 동네의 작은 작품들 이라해서 보잘 것 없지도 않습니다. 이 소통이 부럽습니다." 예술의 소소한 소통, 그 안의 작은 즐거움.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관람객들에게 그러한 소통의 장임과 동시에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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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포장 부스,직원들은 쉴틈 없이 포장을 하느라 허리를 제대로 못 피고 있었다>



그렇다면 천 명 이상의 작가, 115개의 갤러리가 참여한 이번 페어의가장 인기 작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맞추는 것도 아닌데 과연 이것이 왜 중요할까? 바로 딜러 및 화상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었기 대문이다. 빨간 딱지가 수없이 붙어 있는 작품을 보면서 상대를 읽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준비하는 능력이 가져오는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확인 하는 자리였다. 총 1백개가 넘는 갤러리 부스들 사이에서 단연 탑은 네덜란드에서 온 Ronen Art Gallery 였다. 스페인, 미국, 아일랜드, 프랑스 등을 제치고 제일 많은 인파를 자랑한 네덜란드 Ronen Art Gallery는 영국인들의 명확하고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선호도를 파악하여, 그들이 좋아하는 정원 풍경 및 기타 실내장식 작품에 대한 고급스럽고 깔끔한 마감을 선보인 작품을 준비하였다. 그들이 준비한 작품 대부분에 빨간 딱지가 한 작품 당 보통 7~8개가 부착되었는데 이를 보며 예술을 감상하고 즐기려는, 소통의 예술을 보여주는 구매자들의 성향을 엿 볼 수 있었다.  해당 부스 갤러리스트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음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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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아트페어에 참여하는가? 


전시 부스비, 작품 선적비, 홍보비 등 아트페어에 한번 참여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국제적으로 큰 갤러리들이 아닌 이상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러리는 왜 아트페어에 참가하려고 부단히 애를 쓸까?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것은 작품을 팔아 얻는 수익 이상으로 갤러리 자체의 명성을 드높여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떤 갤러리가 바젤이나 프리즈에 참여했다고 하면 갤러리의 미술계 내 지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반면 유명 아트페어에 진입하지 못하면 별 볼일 없는 갤러리로 인식 된다. 갤러리 명성의 추락이 수익 하락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국내에서 진행한 국제전 및 다양한 형태의 아트페어만을 경험한 필자에게 특정 계층을 타겟으로 가격 및 기타 프로그램 전략을 세워 선보인 어포더블 아트페어의 참석은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막연히 아트페어에 참여, 우연으로, 혹은 지나가는 관람객들에게 <작품이 팔리겠지>라는 생각은 통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로 장소 선정 및 홍보와 관련된 행사의 준비부터 사후관리까지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야생 정글 속 프로만이 살아 남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무더운 여름 쉬어가는 의미로 아트페어 소식을 다루어 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미술 속의 여성-한국의 여류화가 일곱번째 주인공 이성자 화백에 관해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허유림, 유로저널 컬럼니스트, 인디펜던트 큐레이터, 예술기획 및 교육, Rp’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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