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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6.09.06 02:48
밥 먹기 전에 한 잔, 프랑스의 아페리티프 ( 1 )
조회 수 5172 추천 수 0 댓글 0
밥 먹기 전에 한 잔, 프랑스의 아페리티프 ( 1 ) #1. 아페리티프란? 어렸을 적, 밥 먹기 전 군것질을 할 때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엄마의 궁디팡팡, 입맛 떨어진다고 늘 혼이 나곤 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빈속에 마시는 술이 다음날 아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꾸준히 체험함으로써 "술은 밥 다음"이라는 한국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을 학습해왔다. 그래서 처음 프랑스에 왔을 때 식사 문화 중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이 아페리티프 문화였다. 아페리티프가 뭐냐고? 한 마디로 말하면 식사 전에 즐기는 술이다. 아페리티프(apéritif) 혹은 줄여서 아페로(apéro)로 불리는 프랑스의 식전주는 밥 먹기 전에 간단한 핑거푸드(작은 케이크, 과일, 올리브, 소시송, 비스킷 등)와 함께 식욕을 돋우고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곁들이는 술이다. 일반 가정집의 경우 좀 신경 쓴 자리라면 식사 한 두 시간 전부터 아페리티프를 시작한다. 물론 점심때도. 점심 식사가 1시에 시작할 경우 11시 좀 넘어서부터 아페리티프를 시작한다.
< 프랑스 친구 집에서의 아페리티프 > 레스토랑에서는 식사를 먼저 주문해 놓고 음식이 나올 동안 같이 온 사람들과 느긋하게 아페리티프를 한 잔씩 한다. 사실 프랑스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격식을 차려서 아페리티프 - 전체 - 메인 요리 - 치즈 - 후식을 다 챙겨 먹지는 않는다. 그냥 친구들끼리 왁자지껄 모였을 땐 주전부리를 많이 사서 식사 대신 안주로 배를 채우기도 하는데 이걸 아페리티프 디나토와(apéritif dinatoire) 혹은 줄여서 아페로 디네(apéro diner)라고 부른다. #2. 아페리티프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아페리티프는 역사적으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전체에서 오래전부터 발달한 문화이다. 여러 가지 설중 근대에 와서는 1846년 프랑스 화학자인 조셉 뒤보네가 와인에 키니네(quinine)라는 화학 물질을 첨가하여 만든 술이 그 시작이라고 한다. 19세기 중반 전쟁에 열중이었던 프랑스는 남아프리카 등지에서 프랑스 군인들 사이에 유행했던 말라리아로 골머리를 앓았었다. 당시 우연찮게도 화학자 조셉 뒤보네가 만든 술에 첨가된 "키니네"라는 성분이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게 되고 그의 아내가 식사 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남편이 만든 술을 권했던 것이 아페리티프의 시작이라고 한다. 아마도 사람들은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는 약주라 사양하지 않고 다 마셨으리라. 참고로 처음 조셉 뒤보네가 만들었을 당시의 술은 어마 무시하게 써서 먹도 못했기에 여기에 쓴맛을 가릴 수 있는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를 섞어서 마셨다고 한다. 다른 문서에서는 1786년 이탈리아에서 안토니오 베네데토 카르파노라는 사람이 발명한 베르무트가 현재의 아페리티프의 조상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베르무트는 우리가 오늘날에도 칵테일 베이스로 종종 쓰곤 하는 그 베르무트가 맞다. 베르무트는 화이트 또는 레드 와인에 오드비(l'eau de vie 센 도수의 알콜)에 카모마일, 계피, 오렌지, 팀, 바닐라 등 각종 향신료를 첨가하여 만든 16-18도 정도의 도수를 가진 알콜이다. 베르무트의 종류에 따라 무려 30개 이상의 향신료를 첨가하기도 한다. 현재 베르무트를 만드는 회사는 마티니 Martini, 신자노 Cinzano, 릴레 Lillet 등이 있다. 아페리티프의 긴 역사 만큼이나 오늘날에 마시는 아페리티프의 종류는 다양하다. 다음 편에서는 아페리티프의 종류에 대해서 읊어 볼까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칼럼니스트 임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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