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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림의 문화예술 경제 칼럼
2017.01.23 00:31
온실 속의 화초와 야생화 VS 순진함과 순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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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속의 화초와 야생화 VS 순진함과 순수함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4개의 단어에서 연결고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서로 각각이 아님을, 살아가기 위하여 겉모습만 다를
뿐 실상은 같은 방법으로 몸부림 치고 있다.
순진함과 순수함을 동의어로 알고 있던 시절, 대부분 삶의 모습은 온실 속의
화초였을지도 모른다. 든든한 보호막 아래 행여라도
다칠까 스스로 조심하고 억누르는 시간들. 그것은 어쩌면 불순물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순진함이었을 것이리라. 그러나 순수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순진함과 동의어가 아니라면, [야생화]라고 조심스레 답을 해 본다. 온갖 잡탕을 정제하고 단련시키는 것. 그래서 어디서든 살아남을 수 있는 본질을 가지는 살아있음. 온실의 화초는 잘 관리해도 밖에 나가면 죽어버리지만 야생화는 어디서든 그
생명력을 의심받지 않는다.
긴 시간 동안 역사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개인은 삶의 방향성을 찾아
끊임없이 고민하며 자신들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 오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모든 분야에서 각 시대에 맞는 본질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후기구조주의를 여는 1968년 파리 학생운동은 역사를
움직이는 주도권이 정치, 권력자에서 처음으로 학생과
지식인에게 넘어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금은 당연한 사실들이 그
당시의 첫 시작은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대 사상을 움직이는 정신문화의 핵이 된 메를로 퐁티, 들레즈, 라깡 등이 파리에 등장했다. 메를로 퐁티는 세잔느를, 들레즈는 프란시스 베이컨을 끄집어 내며 구조주의에 의지하지 않는 문화주의적
혁명을 전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의
주도권이 프랑스로 다시 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뉴욕이 런던과 더불어
경매시장을 붙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특별한 사상은 없지만 나를
알릴 수 있는 중심의 소용돌이가 있는 곳. 그래서 백남준은 뉴욕으로 향한다. 바로 뉴욕이 역사를 쓰기 때문에. 그는 해프닝, 플럭서스 그룹 등에 참여하며 자신의 본질을 찾아간다.
이듬해인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다. 동전의 양면과 같이 과학 기술의 발전과 동시에 그 동안 인간이 지녔던 신화가
깨져버리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즉물화되기 시작하면서
산업발달로 인해 물질은 풍요하지만 정신적 피폐함이 등장한것이다. 네오다다의 등장 이유이기도
한 이 시기. 다양한 사고방식으로 인하여
정해진 틀에서 시작하던 예술이 자유를 얻어내면서 방황을 하기 시작한다. 막연히 인식하고 있던 것들이
탈구조주의로 모습을 보이며 결국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삶의 과정에 관심을 둔 것이다. 내 안에 내가 있는 작품. 내 삶에 내가 들어가 있는 삶을 구현하기 위하여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불순물을
정제시키고 자신을 단련시켜 본질을 찾아간다. 당연한 이야기 같은가? 그러나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보면 내 안에 내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자아가 빠져있는 상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더 슬픈 것은 이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소비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74개의 눈과 신자연주의, 가나인 작업
74개의 물고기가 존재하는 미술사처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구조를 선택하여 들어간다. 누군가는 르네상스를, 누군가는 모더니즘을. 들레즈가 말한 천 개의 봉우리 중에서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봉우리에 올라
삶을 선택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영국 학생들의 IS 가입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영국에서 성장하고 영국의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받아 들인 것은
이슬람 구조. 즉, 그들이 선택한 봉우리는 자신들의 우산이자 지붕이었던 영국의 사회체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너무나 많은 선택권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하며 누군가에게 자신의 주도권을 맡겨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흔들리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 스스로가 삶을 교통 정리 하면서
찾아가는 여정인 것이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베트남 전쟁으로 인하여 다양한 장르의 대중문화 기수들이 현실에 눈을 뜨고 사회 문제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 밥딜런, 존바이즈, 존레논 등이 그 대표적 선두주자로서 이들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에서도 70년대 김민기와 양희은 등 일부
포크 가수들이 현실 문제와 노동 문제에 대한 노래로 대중문화에 새로운 물꼬를 튼 것도 이 같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다시 이것은 70년대와 80년대 흑인문화와 펑크로 이어진다. 이때부터 노래가 세상을 바꾸기 시작하는 도구가 된다. 과거 미술이나 정치가 이끌던 사회를 음악이 대중문화로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백인들이 흑인문화에 압도당하며
흑인들의 인권이 올라갔었던 시절. 마틴루터 킹보다 실생활에 스며드는
영향력은 마이클 잭슨이 더 컸던 것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었으리라.
미술에서는 극사실주의, 개념미술이 확산되면서 미술이
무엇인가를 개인적으로 찾아가며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렇게 작가들마다 고민의
영역이 다름에 대하여 대중들은 공감할 수 있는 설명을 원한다. 이것이 바로 미학이 필요한
이유가 되며 작가가 가지고 있는 우주공간이 얼마나 대중들과 그리고 이 세상과 교집합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야요이 쿠사마는 정직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내면의 억압을 페미니즘 적으로
털어놓으며 내가 누구인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물으며 집요하게 자신의 물음에 파고든다. 사이 톰볼리는 미술이 무엇인지 고민 중 일 때 아이들의 낙서로 미적 유희성을
찾는다. 미술이 어려워 고귀한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정신적인 흥과 감흥이라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풀어헤친 자유스러움.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있음을 그리고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낸다. 반면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어떨까? 끊임없이 변화하며 대중들과 밀당(?)을 즐기는 그는 사실 특별한
사조는 없다. 대신 자신의 감각에만 의존한
채 시대를 찾아가지요. 작품자체가 가진 미적 요소로의
승부. 정말 대단한 ‘촉’ 이라는 표현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붕괴되면서 세상은 탈 이데올로기 시대로 들어선다. 90년대 초 컴퓨터의 등장과 더불어
세상은 계속해서 작아지고 가까워지며 누구에게나 열리고 있으나 개인은 끊임없이 위축되고 혼란스러워한다. 블랙아웃 시대의 도래.
깜깜해서,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가? 흔들거리는 삶에 어지러움을
느끼는가? 그러나 가장 어두운 시간은
해뜨기 직전. 최고의 순수성을 찾아 끊임없이
단련되고 정제되는 마지막 순간이 언제인지 우리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 아직 시작도 못했는지, 그 과정에 있는지, 지쳐서 잠시 쉬고 있는지 까지. 처음에는 누구나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진한 모습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눈뜨고 세상을 배우며 세상을 살아간다는 명목 하에 정작 나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길을 찾아가는 것. 그것은 스스로를 다스리며 언제 어디서든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존재를 위해 투쟁하듯이. <허유림, 유로저널 컬럼니스트, 인디펜던트 큐레이터, 예술기획 및 교육, Rp’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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