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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7.01.30 23:53

어머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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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사랑



지구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어머니의 사랑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에 존재하는 단어 중에 가장 숭고한 말임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이런 말도 있다. 


가장 위대한 요리사의 숫자는 이 땅에 존재하는 어머니와 같은 숫자라는 말이다.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지만 어머니가 해 주신 맛을 한 평생 맛의 기준이 되어 살아가게 된다. 어렸을 땐 어머니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을 자유라 생각 한 때도 있었다. 내 속내까지 들여다보시는 어머니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한두 번은 먹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야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 할 때 쯤 어머니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음을 애통해 하게 된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한대의 사랑이시다. 마치 바다와 같다. 바다는 하루 칠십만 번의 파도를 일으킨다. 그렇게 파도를 일으키지 않으면 바닷물은 오염되고 부패하게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바다는 고여 있는 거대한 수족관인 셈이다. 세상으로부터 온갖 오염 된 물들이 바다로 쏟아져 내려온다. 스스로 파도를 일으켜 썩음을 방지 할 뿐 아니라 바닷물이 살아 있는 생명체의 보고가 되게 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그와 같다. 자녀들이 쏟아 붓는 오염된 생각들을 어머니는 무한대의 사랑으로 품어 주신다. 나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은 적이 있었다. 내가 잃은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불화로 인하여 어머니께서 집을 나가셨다. 아버지는 어린 나를 데리고 어머니를 찾으러 다니셨다. 기억들이 조각조각 나뉘어 있지만 한데로 모아보면 이렇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닐 수 없으셨기에 작은 절에다 아들을 맡기셨다. 비구니 스님은 어린 나를 아들로 키우셨다. 품에 안아 주시고, 떼 부리는 나를 업어 주셨고, 김치를 잘게 썰어 입으로 빨아서 먹여 주시며 항상 깨끗하게 씻겨 주셨다. 스님은 엄마라고 부르라 하셨다. 


어린 마음에 만약 스님을 엄마라 부르면 진짜 엄마를 영영 못 볼 것 같아서 스님을 엄마라 부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라고 불러 드릴 걸 하는 후회가 생긴다. 몇 년이 지난 후에 어머니를 재회했다. 첫 만남은 울음뿐이었다. 어머니께서 어린 나를 안으시고 우셨고 나 역시 통곡을 했다. 무엇이 어머니와 아들과의 사이를 막았든지 상관이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 서로를 안아 주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다.


34-1.jpg

 전주 한옥마을에서 무거운 짐을 이고 가시는 누군가의 어머니


학창시절 어머니께 심한 반항을 한 적이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어머니는 아들을 안고 우셨다. 그 울음은 묘한 마술적 힘이 있는 듯 했다. 반항하던 아들은 어머니의 눈물에 분노함이 봄에 눈이 녹듯 녹아져 내렸다. 어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모든 것을 용서해 주셨다. 어머니의 사랑은 바다이기 때문이다. 아들의 분노함을 받아서 정화 시켜 주셨다. 


이 땅에는 사랑을 설명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존재한다. 그 사랑의 최정상에 있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사랑의 대명사가 되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명절에 자식을 위해 여러 음식을 준비해 놓으신다. 그런데 아들은 집엘 오지 않았다. 괘씸한 아들이며 불효자식이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아들을 자랑하신다. 하는 일이 너무 바빠서 이번 명절에는 못 온다고 하면서 용돈과 선물을 보내 주셨다 자랑을 하신다. 아무도 아들에 대해 묻지 않았는데 그렇게 온 동네를 다니시며 자랑하신다. 듣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바빠서 못 온다는 말이 거짓임을, 또한 용돈이나 선물도 보내지 않았음을 말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어머니의 시가 마음에 와 닿는다.



어머니 / 이해인

​당신의 이름에선 색색의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 골무 속에

소복이 담겨 있는 유년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 같이

한 갈래로 난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 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 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구정명절 기간 동안 한옥마을을 방문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한국에서 맞는 설 명절이다. 색색 한복을 예쁘게 차려 입고 연신 카메라 앞에 가장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낯선 광경이 아니었다.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어머니께서 끓여 주신 떡국이 그리워진다. 단순한 떡국을 먹고 싶음이 아니라 어머니의 


숨결이 아스란히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한옥마을에 몰려온 듯 인산인해를 이룬다. 조용한 곳을 찾고 싶었다. 어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 그리워진다. 번잡한 곳을 피해 평범한 동네로 가는 길에 무거운 것을 이고 가시는 어머니를 발견한다. 한 참을 따랐다. 마음 같아서는 달려가 무거운 것을 들어 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질 않는다. 따라가면서 조심스레 사진을 찍는다. 

누군가의 어머니이시다. 명절에 고향을 방문한 자식들을 위해 생수를 사 가시는 듯하다. 자식들을 시켜서 가져오라 하실 수 있을 터인데 직접 오셔서 물을 사셔서 이고 가신다. 지금은 평지 길을 걷지만 잠시 후에 언덕길을 한 참 올라야 하는 달동네에 살고 계시는 어머니시다. 평소에는 수돗물을 드셨지만 명절에 내려온 자식들에게는 좋은 물을 먹이시기 위해 무거운 물을 이고 가신다. 누구의 어머니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의 행동이 모든 사람들의 어머니의 마음이라 여겨진다.


어머니의 사랑, 인간이 가진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해 낼 수 없다. 가장 귀한 것은 표현할 수 없으며 값으로도 환산할 수 없다. 귀한 것이기에 값없이 주어진다. 이 땅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어머니의 사랑을 통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다. 어머니는 여자이지만 여자와 어머니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지인이 식당을 새롭게 열어 자문을 구했다.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겠는가 하는 내용이다. 답은 간단했다.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하라는 말을 남겨 주었다. 나중에 방문하니 식당 한쪽 모퉁이에 ‘어머니의 손맛, 어머니가 자식에게 차려 주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듭니다.’ 라는 문구를 붙여 놓았다. 

식당에 붙일 가장 진실 된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가장 진실 되고, 가장 순결하고, 가장 고결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믿을 만 한 대명사가 된다. 어머니의 사랑과 같은 심정으로 사업을 하거나 주어진 일에 집중하게 된다면 자기 분야에 전문가가 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나를 품어주셨던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면 그 자체만으로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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