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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17.02.13 00:49
낭만 그것을 찾아서 4
조회 수 1980 추천 수 0 댓글 0
낭만 그것을 찾아서 4 8) “가장 이해하지 못한 영역이 조각이었기에 그것을 하기 시작했다” 자코메티는 왜 조각가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죽지 않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그는 조각을 하면서 벽에 부딪칠 때면, 회화와 드로잉을 통해 그 벽을 넘으면서 끝까지 조각에 매달렸다. "가장 이해하지 못한 영역이 조각이었기에 그것을 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내가 본 것을 그리거나 조각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불가능했다. 그러나 적어도 시도해볼 수는 있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석고 조각들이 어느 새 점점 작아져 성냥개비만한 조각상들이 되기도 했다. 자신도 왜 그런지 몰랐다. 어쨌든 그는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고자 전진했다. 그러다가 자코메티는 삶의 덧없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람들은 그런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작품들은 팔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돈을 빌려서 겨우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어머니에게 용돈을 받아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분명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뉴욕현대미술관을 통해 그는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렇게 자코메티는 평생동안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쫓아갔다. 그는 사물의 진실과 진리를 보고 싶어했다. 그리고 실존하는 인간과 사물의 참모습을 구도자와 같은 심오한 안목으로 포착하려고 애썼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눈으로 지각한 것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 예술가였다. Alberto Giacometti in his Studio 그는 어떤 존재도 어떤 사물도 하찮게 바라보지 않았다. Dog, Alberto Giacometti, 1901 행동을 제외하고 어떠한 현실도 있지 않다는 실존주의 철학은 창조하지 않고 어떠한 예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창조하기 때문에 예술가는 존재한다는 말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자코메티와 그의 작품들은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가진다. 그 존재 가치가 이제서야 빛을 발하는 것 같다. 2015년 5월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자코메티의 조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L'Homme au Doigt, Pointing Man)는 1억 4130만 달러(약 1천549억3천545만원)에 팔리며, 조각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자코메티 특유의 비쩍 마른 팔다리와 발만 커다란 조각의 특징을 갖춘 이 청동 조각상은 1947년 작품으로, 실물크기는 약 178㎝ 다.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Alberto Giacometti 작품들 그의 유명한 작품, '걷는 남자'는 이미 2010년 2월 런던 소더비에서1억430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역대 조각 경매 최고가를 갱신한 바 있었다. 9) “예술은 매우 흥미롭지만 진실은 훨씬 더 흥미롭다” 그는 작품을 많이 할수록 사물들이 점점 다르게 보인다고 했다. 모든 것이 매일 위엄을 얻고, 점점 더 미지의 것이 되며,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고 느꼈고, 가까이 갈수록 위엄 그 자체였고, 멀어져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예술은 매우 흥미롭지만 진실은 훨씬 더 흥미롭다.” 자코메티의 이 말처럼, 작품만큼 그의 삶도 매일 새롭고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은 인생이었다. 청년시절 고환염의 후유증으로 그는 아버지가 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죽음을 두 번이나 목격했고, 그래서 그는 밤에도 불을 끄지 않고 자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피라미드 광장에서 우연히 자동차가 자신의 발을 밟고 지나가는 사고까지 당하게 된다. 이런 삶을 통해 그는 성과 죽음에 대하여 예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거리의 매춘부들에게도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그는 자유스러운 파리를 좋아했다. 이런 성향은 그의 초현실주의를 반영하는 작품들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The Palace at 4 a.m, Alberto Giacometti, 1932 그의 무의식에 늘 삶과 죽음, 성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그의 주변에는 비앙카, 플로라, 이사벨, 아네트, 카롤린 등 여자가 많았다. 그래서 나중에 팔과 다리와 몸통이 기다랗고 발이 커다란 조각에서도 여성에 대한 작품들을 많이 볼 수있다. Walking Woman I, Alberto Giacometti, 1932 어릴 때부터 자유로움을 즐겼던 그는 남자, 여자, 매춘부를 가리지 않고 교제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는 모델 제의를 했고, 조각가와 모델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연인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를 떠나간 여인, 그를 붙잡는 여인 등 그의 인생에서 많은 여인들이 스쳐갔지만, 자신과 결혼 안하면 자살할 것이라고 협박한 아네트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 때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자코메티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네트와의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자신의 방 탁자 위 물건들을 정렬하고 배열하면서 질서가 발견되지 않으면 온몸이 마비되는 듯이 방을 떠날 수 조차 없었다고 하는 자코메티는 연예에 있어서만큼은 아주 자유분방했다. 결혼 후에도 그는 여전히 자유스런 연애를 했고, 여자들을 데려와 모델로 썼다. 결국 아네트는 그것들을 이해하기 힘들었고, 그들 사이에 다툼과 불협화음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유명해지고 부유해져도 검소한 생활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너무 적게 자고, 너무 적게 먹고, 너무 많이 담배를 피워서 결국 일찍 죽고 말았다. 자코메티의 자기 부정은 긍정에 대한 탐색이었고, 궁핍하게 지내기를 좋아한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사치, 즉 정신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결심이었다. 그가 죽기 2시간 전, 마지막으로 그가 원했던 것은 "자전거 한 대와 푸른 하늘 한 조각"이었다고 한다. 그는 늘 생명체의 허약함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나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계속해서 서 있으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서 언제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바로 그 허약함이 자신의 조각들과 닮아 있다고 말했다. 65세의 길지 않은 삶 속에서, 그는 죽음과 성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조금씩 벗어나 진지하게 진정한 사물의 본질, 진실을 보는 것을 추구했다. 그래서 결국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그의 작품들을 통해 신비롭고 무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경험을 한다. 진실한 작품일수록 자신의 스타일을 갖는다고 그는 말했다. Four Figurines on a Stand (Model B), Alberto Giacometti, 1950 and 1965 모든 것이 행복하고 강인하면서도 건강한 사람이, 과연 자코메티처럼 고통스럽고 짧은 인생을 이해하고 꿰뚫어보는 표현을 해낼 수 있을까? 자코메티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방법을 알았다. 그 유일한 비법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것이었다. 그에게 보는 것(seeing)과 존재하는 것(being)은 동일한 것이었다. Bust of a Man Seated (Lotar III), Alberto Giacometti, 1965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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