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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7.03.20 22:50

대통령 우리들의 군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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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우리들의 군주여



역사는 해석되지 않은 채 기록으로 보존 되었을 때 그 권위를 인정받게 된다. 물론 역사는 후손들에 의해 해석되어져서 꽃을 피우기도 하고 어둠에 함몰되기도 한다. 사람이 역사를 심판할 수 없다. 오히려 역사에 의해 사람이 심판을 받을 뿐이다. 

역사 앞에 진실 된 사람은 임의로 역사를 해석하지 않을뿐더러 그 자체를 훼손시키지 않고 보존해 두는 사람이다. 후세에 누군가에 의해서 또는 권력집단에 의해 역사는 다시 싹을 틔우고 빛을 보게 될 것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속한 권력 집단이 유리하도록 발전시키는가 하면 그 권력에 걸림돌이 되는 역사는 수정하거나 파기시켜 버리는 경향이 짙다. 역사는 현세와 미래를 심판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며, 또한 새롭게 할 수 있는 소생의 힘이 있기도 하다. 역사를 왜곡하는 나라와 권력은 지금 당장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될지라도 역사 스스로가 그들을 심판하게 되는 것이 역사의 준엄한 생명력이다. 

우리는 단 한번이라도 일본을 앞지르지 못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강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본다면 일본을 뒤따르는 실정이다. 일본이 닦아 놓은 길을 수입해서 그 이상으로 발전시키는 패턴이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본을 대상으로 보이지 않는 경쟁력으로 성장을 이루면 일본은 저만치 보이지 않을 만큼 앞서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20년 이상 빠르게 외세의 힘에 의해 강제 무역을 하게 된다. 1854년 3월 1일 미국의 페리제독(Matthew Calbraith Perry, 1794 - 1858)에 의해 일본은 강제 개항된다. 1853년 7월 페리제독은 미시시피호와 군함 4척을 이끌고 일본 우라가(浦賀) 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일본은 거세게 저항 한다. 

페리는 위협적으로 최고위급과의 만남을 요구하면서 프랭클린 피어스(Franklin Pierce, 미국 14대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철수한 후 채 일 년이 지나기 전 그 이듬해인 2월, 에도만(江戶灣)으로 군함 7척을 이끌고 강제개항 할 것을 다시금 요구한다. 결국 3월에 가나가(神奈川)와 조약 (Convention of Kanagawa)을 강제 체결하게 된다. 이 조약은 이른바 미일화친조약(美日和親條約)이라 일컫는다. 외세에 점령당한 일본은 곧 망할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을 비롯한 외세와 목숨 건 혈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은 신사적이며 인격적인 교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외세의 발전된 문명인 경제, 문화, 교육, 군사의 다양한 분야를 자국의 힘으로 흡수하기 시작하여 토착화 시켰다.

1875년 9월 20일 일본은 운요호(雲揚號)를 앞세워 조선을 향해 강제개항을 요구했다. 이른바 운양호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그 이듬해인 1876년 고종13년에 강화도 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게 된다. 강화도 조약이 체결됨으로 우리 고유의 전통적이고 봉건적인 통문관계(通文關係)가 파괴되었다. 일본은 우리에게 굴욕적인 외교를 요구한 것이다. 일본이 외세의 침입을 받은 후 만 20년이 지난 후였다. 그들은 20년 동안 침략 받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강력한 힘이 자신의 힘이 되도록 나라를 전면 개혁했던 것이다. 이는 스모나 유도와 같은 전략과 일치한다. 상대의 강력한 힘을 이용하여 오히려 상대를 넘어뜨리는 전술적 술수였다. 미국이 일본을 강제 개항한 것은 신사적이었다. 그러나 조선을 강제개항 할 때는 미국의 방법이 아닌 인류 역사에 지워질 수 없는 잔인한 방법으로 정벌했다. 그들의 목적은 조선을 발판으로 더 큰 대륙을 정벌하기 위해 우리의 젊은이들을 군대로 강제 소집해 갔다. 일본을 점령했던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대해선 그들은 상처가 남아 있지 않다. 

우리 민족은 일본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를 떨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정복 행위가 잔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을 앞서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우리 보다 저만치 앞서가 있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러나 다행한 일이 있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시키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숨기기에 급급하고 다음세대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 결과는 불을 보듯 자명한 사실이다. 치욕의 역사를 바꾼다 하여 역사가 새롭게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은 잠시 유익이 될지 모르지만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자초하는 일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선천적으로 역사 앞에 정직했다. 언제나 역사 앞에 진실하려 노력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권력자는 자기 수치일지라도 역사에 기록하게 했다. 역사 앞에 진실함이 우리의 영원한 앙숙인 일본을 앞지를 수 있는 최고의 도덕률이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하는 정치 상황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너진다. 우리의 순수한 역사 정신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쯤이면 존경받는 지도자를 만날 수 있는 걸까?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다는 것은 인간적인 성공임이 분명하다. 단 한 사람을 위한 0.01% 의 성공의 문을 당당히 열고 청와대에 입성한 것이다. 한 지인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학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곳은 청와대라고, 그러면서 졸업은 더 힘들다는 말을 농담처럼 뱉었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들어가기도 어려울 뿐더러 졸업하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 그 이상으로 어렵다. 
청와대를 졸업한 사람이 존경받는 사람이 있던가? 최근의 대통령은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하고 4년 만에 불명에 퇴학을 당했다. 한 인터넷 방송에서는 ‘박근혜 4년 이란 영상 모음’을 편집 방영했다. 그 영상을 보게 되면 제목에 욕설이 담겨 있음이 느껴진다. ‘박근혜 4년’은 ‘박근혜 xx 년’ 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니까 숫자 4를 죽을 사(死)자로 느껴지게 편집한 것이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게 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40.jpg
영국 여왕의 마차, Museum of London
 

영국의 한 박물관(Museum of London, 150 London Wall, London EC2Y 5HN)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여왕의 마차를 전시해 두었다. 황금빛 마차는 웅장하게 관람객들로 하여금 경의를 표해야 할 만큼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누구도 마차 앞에서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존경받는 군주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영국의 힘이라 여겨진다. 물론 여왕도 백성들로부터 지탄받을 일이 없겠는가? 일각에서는 왕정폐지를 쉼 없이 외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 나라치고 속사정이 평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전직 대통령의 생가가 불에 타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동상이 손상을 입는 일을 보면서 마음이 타들어간다. 누구를 추종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언제쯤 존경받는 군주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을 뿐이다. 초등학생 입에서 대통령을 향해 쌍욕을 하는 나라의 미래를 어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을 욕할 만큼 민주주의가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언어나 행동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헌법의 판결에 의해 대통령이 파면 당했다. 법이 허용한 범주 안에서 최고 권력자를 파면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만이 가능한 일일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탄핵인용이후에도 탄핵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는 계속되고 있지만, 지금 이야기 하려는 것은 누가 옳은가를 논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권력의 중심부인 청와대, 그곳의 주인은 영원하지 않다. 정해진 임기기간 동안만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스스로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기 위한 머슴으로 살아야 한다. 

청와대 입성도 어렵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청와대를 나올 때의 문제다. 시작 보다는 마지막에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으며, 존경받는 우리들의 대통령을 꿈꾸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한 차례의 나팔 소리로는 성벽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세포 속까지 각인될 만큼 깊게 스며든 관습을 바꾸는 것은 한세대를 희생해야 할 만큼 잔인한 것이다. 학창시절 존경받는 인물을 강조 받은 적이 있다. 조지 워싱턴, 아브라함 링컨, 아이젠하워, 마하트마 간디, 윈스턴 처칠 ……. 강요받은 인물들은 모두 이웃 나라 정치인들이다. 남의 나라 정치인을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존경받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과 같은 옛날 인물이 아닌 민주주의 시대를 함께 살았던 인물 중에 존경받는 정치인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나올 때 온 나라가 태극기 물결로 가득하며, 대통령 우리들의 군주임을 자랑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성토한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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