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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17.04.03 02:12
나를 이끌고 인도하는 충동 – 아니쉬 카푸어2
조회 수 3301 추천 수 0 댓글 0
나를
이끌고 인도하는 충동 – 아니쉬 카푸어2 3. “작업은 지켜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아니쉬 카푸어는 하나의 작품을 제작하는데
보통 3, 4개월이상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작을 마친 작품이 곧 완성품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작품을 만들고 작업실 밖으로 바로 내보내지는 않아요. 6개월 정도 두고 지켜보죠. 숙성시킨다고 해야 할까요? 그 기간 동안 ‘잘 만들어진 게 확실한가? ‘내가 이걸 왜 만들었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집니다.”
Leviathan, Anish
Kapoor, 2011 카푸어는 “작업은 지켜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세상에 못 나오는 작품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예술가가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라기보다는
실험실에 가까워 보이는 그의 작업실에 그는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을 한다. 그는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하지만, 작업 자체를 규칙이나 일정에 맞춰 하지는 않는다. “‘오늘은 어떤 오브제를 택해야겠다’는
식으로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다가 ‘이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작업에 돌입하는 거죠. 작업에 해답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탐구하고 탐구할 뿐이에요.” “조각은 ‘굉장히 물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반면에 우리 몸은 물리적인 유기체만은 아닐뿐더러 영혼도 있고 정신도 있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많은 오브제가 우리 몸처럼 정신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은 이 오브제의 영적인 부분을 실현시키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그는 실물 형상에 집착하지 않고, 막막한 물질로 뒤덮인 생명의 심연에서 보이지 않게 타오르던 불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빛이 되어 자신을
비출 때까지 그저 작업에 묵묵히 빠져든다.
Marsyas
(Installation, Tate Modern, 2002-2003), Anish Kapoor, 2002 영국의 한 기업이 만들어내 카푸어가
예술적 사용 권한을 독점하면서 엄청난 논란을 낳았던반타블랙(VantaBlack), 이것은 새로운 종류의 물질로 우주에서 블랙홀 다음으로 가장 어두운 검은색이라고 한다. 빛을 99.96% 흡수할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검은 색’으로 알려져 있다.
반타블랙 카푸어는 “저는 반타블랙 그 자체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신화적 측면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까매서 거의 비물질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심지어는 존재하지 않고, 표현할 수 없다고 느껴질 정도의 색입니다. 마치 꿈같은 그런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색이죠”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신비롭고 초월적인 색인 반타 블랙은 카푸어가 하고 있는 ‘비정형’ 탐구에 매우 적합한 재료인 것 같다. 그는 아직 이것을 작품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 물질을 사용하기 위해 현재 개발팀과 연구 중이라고 하면서, “대략 30㎡ 정도의 대형작품에 사용하고 싶지만 작품이 나오기까지 아마 몇 년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4. 무궁무진한 에너지의 근원 카푸어는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이지만 그는 예술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ㆍ의무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대다수 예술가들은 스스로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그들도 일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단지, 사회적으로 중요한 건 예술가들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예술가가 창조작업을 통해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은, 그의 말처럼 실제로 우리 삶의 질서를 드러내고 죽음과 삶이라는 존재의 두 측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카푸어는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다. 1973년 영국으로 이주 후, 그는 혼지예술대와 런던 첼시대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1990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영국 대표 작가로 참여해 뛰어난 신인에게 주는 ‘프리미오 듀밀라(Premio Duemila)’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영국의 권위 있는 예술상인 ‘터너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2002년에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터빈홀에서의 <유니레버 시리즈(Unilever Series)>에 참여했고, 2006년에는 시카고의 밀레니엄
공원에 공공 미술 작품을 설치했으며, 2011년에는 파리 그랑팔레(Grand Palais)에서 열리는 <모뉴멘타 Monumenta> 전시1에 참가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2015년에는 베르사이유
궁전 정원에 대규모 설치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Dirty
Corners (in the gardens of the Chateau de Versailles), Anish Kapoor, 2015 뉴욕의 모마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런던 테이트 모던,
밀라노의 프라다 파운데이션(Fondazione
Prada),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the
Guggenheim Bilbao) 등 유수의 기관들이 현재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의 이런 수많은 작품들은 그의 출신때문에 주로 동양적인 관점으로 평가되어지곤 한다. 실제로, 인도계 영국인이자 ‘void(비움)’를 큰 화두로 삼은 카푸어의 작품들은 그의 모국인 인도의 불교와 힌두교 사상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Concave mirror by Anish Kapoor 그래서 그의 작업은 대규모 추상 미술의 화두인 근본적인 숭고(sublime)의
개념과 더불어 불교의 ‘공(空)’, 힌두교의 파괴의
신인 시바(Shiva, Sîva)’와 그
세상을 살피며 언제나 선이 악을 이기도록 관장하는 유지와 수복의 신인 비슈누 이야기와 결합되어 해석되어진다. 1) ‘악시스 문디’ 그는 하늘과 주변 환경, 사람들의 모습이 비치는 거대한 거울 작품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것은 현실 세상을 왜곡된 모습으로 비춤으로써 주변 배경에 뒤섞여 사라질 것 같은 착각을 준다.
Sky Mirror, Anish Kapoor, 2006 이것은 마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나오는
삶의 향연인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을 이미지화한 것 같다. 그 정신으로 우리는 때로 텅빈(void)
여백 같은 시간을 가지고 우리에게 요구된 일만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인지, 장차 무엇을
할수 있는지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아니쉬 카푸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느끼게 하는 작업을 통해, 이런 인류의
근본적인 관념의 껍질을 벗겨 우리 자신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참으로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만물의 진리로 우리를 안내하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악시스 문디’는 모든 사물의 회전 중심인 극점으로 세계의 중심에 있는 산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움직임과 함께 정적이 있다.
Mother
as Mountain, Anish Kapoor, 1985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여성, 어머니, 여신이 낳은
것이다. 산으로써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흘러내리는 듯한 사선을 통해 움직임을,
그리고 흐트러진 피그먼트에서 정적을 느끼게 한다. 독특한 시각성을 가지는 카푸어의 원을 기본으로 하는 거울 작업들도 움직임과 영원을
상징하는 정점을 동시에 담고 있다. 다각도에서의
관람을 유도하면서, 거울의 형태나
질감, 마감상태로 인해
발생하는 눈의 착각을 통해 균질의 광택면을 공통된 특징으로 하는 이 작품들은 비원근적,
탈원근적 이미지를 생성하면서,
고요한 침묵과 변화무쌍한 자연을 동시에 표현한다.
Sky
Mirror, Red, Anish Kapoor, 2007 2) ‘현대의 숭고’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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