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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의 IT 융합 칼럼
2017.08.16 01:04
인공지능의 현주소, 새로운 언어 체계의 창조? - 미디어에 의한 과학기술 과대 포장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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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이 개발중인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언어 체계를 만들어서 관련 개발을 중지했다는 기사가 크게 보도되었다. 아래 대화 내용처럼 ‘밥’과 ‘엘리스’라는 두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 것을 토대로 새로운 언어 체계를 창조했다는 것이다. '밥'(Bob): "나는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나는 나는 그 밖의 모든 것"(I can can I I everything else) '엘리스'(Alice): "공을 갖고 있어 나에게 나에게"(Balls have zero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 to) 나아가 ‘터미네이터’, ‘매트릭스’와 같은 공상 과학 영화, 소설등에서 다루어진 것처럼 인공지능이 인류의 지적 수준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추측성 기사들도 등장하여, 일반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필자도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 공상 과학 영화속에서 그려진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라는 생각에 전율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나 관련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세계적인 학회에서 발표된 최신 AI관련 논문들의 발표를 경청하면서 의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언론에 소개된 위 대화 내용을 토대로 과연 저것이 새로운 언어 체계의 창조라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가? 필자의 눈에는 언어를 학습중인 인공지능이 마치 미숙한 어린아이처럼 서투르게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보였으며, 알고리즘 개발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의 오류처럼 보였다. 만약 페이스북 개발팀이 진정으로 인공지능이 새로운 언어 체계를 창조한 것으로 판단하였다며, 이는 과학기술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관련 기술과 자료를 잘 보존하여 학회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검증을 받아야 할 일이지, 보도된 바와 같이 시스템을 셧다운하고 개발을 중지할 일이 아닌 것이다. AI분야 세계 최고의 학회에서 발표되는 논문들도 Deep Learning 이라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알고리즘의 성능을 개선하는 연구나, 이를 응용하여 매우 한정된 문제에 대해 기존의 수학적, 비학습적 방법들보다 더 나은 성능을 달성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인간처럼 고차원적 사고 및 축적된 경험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창의적, 유기적으로 풀어내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였으며, 주어진 문제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을 학습하여 비슷한 범주의 데이터를 결과물로 도출하는 수준일 뿐이다. 따라서 현재의 인공지능은 개발자가 부여한 학습 데이터의 퀄리티에 의해 수행 결과가 큰 영향을 받게 되며, 인간처럼 무작위적인 학습에 의해 지적 수준이 스스로 진화하는 정도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다. 혹자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경기를 통해 인공지능의 지적 수준이 인간을 넘어섰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계산기나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기계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알파고는 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연산 장치(CPU)를 천여대 사용한 슈퍼컴퓨터이다. 일반 컴퓨터에 CPU가 1개 들어가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어마어마한 연산 능력을 지닌 컴퓨터인 것이다. 바둑은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인간의 머리로는 모든 경우의 수를 헤아릴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게임으로 인식이 되어 왔다. 그러나 연산 능력이 급격히 향상된 슈퍼컴퓨터에게 바둑은 조금 복잡한 확률 계산일 뿐이다. 바둑돌을 바둑판위에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매우 많지만 결국 유한하며,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이길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해서 확률이 가장 높은 방향으로 바둑돌을 놓는다면 인간이 알파고를 이길 재간이 없는 것이다. 알파고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확률 계산만 열심히 했을 뿐이지, 인간처럼 경험, 지식, 감각, 감정 상태, 상대방과의 교감 등에 따라 바둑을 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필자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경기를 보는 시선은 사람이 계산기보다 사칙연산을 잘 못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가치관과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러한 과학 기술이 미디어에 의해 다루어질 때 문제는 없는 것인가? 우리는 한국, 미국을 비롯한 중요한 선거에서 가짜 뉴스가 미치는 큰 부작용을 경험하였다. 또한 과거 줄기 세포 연구가 한 때 주목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불치병에 대한 희망을 걸기도 하였다. 미디어를 통한 과학기술의 과대 포장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더 이상 연구자 및 보도자의 윤리에 맡길 문제는 아니다. 회사나 특정 기관 및 단체의 이익을 위해 과학기술이 미디어에 의해 과대 포장되고, 공신력있는 논문이나 전문가들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 되지 않은 과학기술이 세계적인 과학기술로 변질되어 언론, 방송에 소개되는 경우를 비일비재하게 목도해 왔다. 이러한 문제는 과학기술의 특성상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집단 지성에 의한 검증이 어렵다는 약점을 이용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 집단을 통해 미디어의 과학기술 보도내용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검증하는 과정이 시급해 보이며, 그래야만 독자들의 생각과 가치관이 그릇된 정보로 오염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김재완 (Jaewon Kim) http://web.media.mit.edu/~jaewonk <약력> 18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과학·경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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