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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7.10.04 00:34

지혜로운 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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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말의 힘


문명의 발전 속도는 언의의 발전 속도와 비례한다. 언어가 발달되지 않았다면 문명의 벌전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과거 조상들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현대 문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첨단 문명에서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 동 시대를 살아가면서 시골에 사는 어르신들은 도심에서 몇 날을 버팅겨 내기 힘겨워 하신다. 공기가 탁할 뿐 아니라 사용되어지는 언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은 발전된 문명과 맞물려 있다. 자고 나면 신종용어들이 즐비하게 쏟아져 나온다. 최근에는 SNS 전달 수단으로 단어들이 압축되고 요약되어 문자를 받고도 한참을 생각해야만 그 뜻을 알 수 있게 된다. 언어가 발달 되었다고는 하나 언어는 언제나 행동 후발주자로 만들어진다. 언어가 먼저 생성되고 행동이나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행동이 먼저 있게 되고 그 행동을 무어라 표현할 것인가 압축하여 정의 내린 것이 언어인 것이다.

만들어진 물건 또한 그러하다. 물건 이름이 먼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만든 다음에 그것의 명칭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물론 간만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미리 설계를 하고 전문가들이 모여 그것의 이름을 무어라 붙일지 논의 한다. 소비자들은 아직 물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새롭게 출시될 물건의 용도와 이름이 공개되기도 한다. 어떠하든 언어로 불리는 것은 물질의 존재함 그 이후가 되는 것이다. 보편적 지식인들이 알고 있는 단어의 수는 과히 천문학적인 숫자일 것이다. 여성은 하루에 대략 2만 단어를 사용하고 남성은 세배 적은 7천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며 환경과 문화마다 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하든 남녀 공히 하루에 만 단어 이상을 족히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두뇌의 기억 창고에는 수많은 단어들, 용어들이 산적해 있다. 그것이 때에 맡게 서로 연결하여 문장이 되어 사용되어진다.

속에 내장된 단어 그것이 입 밖으로 뱉어질 때 말이 되는 것이다. 속내에만 존재할 때는 어떠한 힘도 발휘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귀로 들려지도록 말을 하게 될 때는 힘이 실리게 된다. 한글날 특집으로 MBC 방송에서 말의 능력이라는 주제로 다큐를 제작 방영했다. 하얀 유리병에 막 지은 쌀밥을 절 반 정도 담아서 아나운서들로 하여금 시험을 하게 했다. A 용기는 좋은 말을 하게 했다. 이를 테면 사랑해, 예쁘다. 착하다. 고마워, 감사합니다. 등의 긍정적인 말을 들려주게 했다. B 용기에는 부정적인 말과 나쁜 말인 미워, 싫어, 귀찮아, 못생겼어, 짜증나 등을 들려주게 했다. 아나운서 책상에 두 병씩 놓아두어서 모두가 동일하게 들려주게 했으며 심지어는 유리병에 헤드폰으로 긍정적인 말고 부정적인 말을 들려주는 실험을 하였다. 그렇게 한 달이 되었을 때 실험했던 모든 유리병을 거둬들여 화면에 있는 그대로를 비춰 주었다. 긍정적인 말을 들었던 A병의 쌀밥에는 예쁘고 하얀 곰팡이가 보기 좋게 피었으며 구수한 냄새가 났지만, 부정적이고 나쁜 말을 들었던 B 용기의 쌀밥에는 냄새가 고약하며 거무스름하며 보기에도 흉측한 곰팡이가 무질서 하게 피어났다.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동일한 실험을 했다. 사과를 절 반 나눠서 한 사과에는 좋은 말과 긍정적인 말을 아이들로 하게 했으며, 다른 한 쪽에는 부정적인 말과 좋지 않은 말을 하게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좋은 말과 긍정적인 말을 들은 사과는 좋은 향기와 예쁜 곰팡이가 피었지만 나쁜 말과 부정적인 말을 들었던 사과는 악취와 흉측한 곰팡이가 피어났다. 그것이 쌀밥이고 사과여서 망정이지 만얀 인격체였다면 어떠했을까 실험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는 고백한다. 좋은 말, 긍정적인 말을 사용해야겠다며 다짐하는 인터뷰를 했다. 현대인들이 들어야 하는 단어는 많게는 2만 단어 이상, 작게는 몇 천 단어를 하루에 들어야 한다. 무분별하게 들려지는 단어는 개인이 제어할 수 없다. 눈은 감으면 보이질 않지만 소리는 막는다 하여도 들려지게 되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정말 괴로울 때가 있다. 운전기사의 수준에 따라 뽕짝 음악을 크게 틀기도 하고 라디오 방송을 틀어 놓기도 한다. 고요한 음악을 들려주는 대중 버스는 아직 만나보질 못했다. 그래서 승객들은 자신만의 이어폰을 귀에 꽂고 무언가 열심히 듣는다. 뒷좌석, 혹은 몇 군데 건너 뛴 자석에서 듣는 이어폰의 소리가 들려질 만큼 큰 소리로 듣는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이다. 인격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귀로 들려진다. 교양 있게 몇 마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화를 받으면서, 친구들과 편한 자리에서 뱉어지는 말을 분석해 보면 내안에 무엇이 들어있고, 무엇을 고민하는지 속내를 알 수 있게 된다. 말로 상대방에게 낙심을 주기도 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줄 때도 있다. 하지만 말의 용도는 부정적인 측면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서로를 세워주는 것이 말에 대한 본질적 목적이다.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사과, 쌀밥이라 할지라도 좋은 말을 듣고 반응을 했다면 인간이 가진 말의 능력은 상상력을 초월한 것이다. 집집마다 화초 몇 개정도는 키우게 된다. 잘 자라는 집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집이 있다. 단순하게 햇볕이 잘 들고 물만 잘 주어서 자라는 것은 아니다. 화초 역시 말의 격려를 들으면 더 잘 자라게 된다. 채소를 재배하는 하우스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채소에 윤기가 나고 향기와 맛이 더 좋아졌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 버렸다.

말은 생각나는 대로 뱉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다듬어야 하는 자기 수양이며 인격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원치 않게 이웃의 전화내용이나 담소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영국에서 심야로 운행되어지는 시내버스를 타면 이층에는 가지 말라는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이층에는 뻐꾸기들이 날아다닌다는 말을 해 주었다. 처음에는 그 말의 뜻을 알지 못했다. 젊은이들이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이 F자로 시작하는 욕이 뻐꾹 발음과 비슷하다 하여 뻐꾸기가 날아다닌다는 표현을 비유적으로 한 말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한 것 중 하나는 타인의 통화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을 입 밖으로 뱉기 전에 내 안에서 충분하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타인에게 들려질 때 지혜의 말이 된다. 대전 복합터미널 실내 중앙에 지혜의 기둥이 있다. 그것을 설치한 제작 의도를 이렇게 적어 놓았다. “속담과 격언들을 활자로 구성하고 청동으로 주조하여 일상의 삶을 지탱하는 지혜의 기둥으로 표현하였으며, 기둥에 거꾸로 조각된 속담들을 좌대에 음각으로 새겨 넣어 잠시 앉아서 쉬면서 만지고 읽으면서 일상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하였다. 오늘 우리들의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견인해 주는 금속활자와 한글을 만들어 지혜로운 삶을 서로 나누고자 하였던 선조들의 창의적인 정신과 지극한 사랑의 실천을 우리들의 삶 속에 세우고자 하였다.”

지혜의 기둥, 그것은 역시 말로써 시작된다. 말이 먼저 존재한 후에 언어가 만들어졌다. 신기한 것은 언어가 없는데 어떻게 말이 존재하는가이다. 그것은 인류가 아직 풀지 못하는 숙제이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 사람은 여전히 힘든 일만 생기도록 되어 있다. 말은 뱉어지면 없어지는 바람 소리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적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다고 말하게 되면 힘든 삶을 살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고통과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말하게 되면 희망이 솟아나도록 되어 있다. 유대인의 지혜가 담겨있는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랍비의 가르침이다. 감사하다, 행복하다고 말하게 되면 하나님은 그것을 들으시고 이렇게 작은 것 까지 감사하고 행복하다 하니 진짜 감사한 것이 무엇이며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를 선물로 주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살기 힘들어 죽겠다고 불평의 말을 쏟아내면 이 정도도 참아내지 못해 불평한다면 진짜 힘든 삶이 무엇인지 알려 주겠다는 것이다. 인생은 살아온 만큼 삶의 언저리에 지혜의 기둥이 세워지게 된다. 물론 그 기둥은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말 그것이 긍정적이고 격려가 되고 희망의 말이라면 지혜의 기둥이 분명하겠지만 죽겠다는 말, 절망과 부정적인 말을 쏟아 낸다면 그에게는 미련의 기둥이 세워져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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