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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17.12.18 02:46
단색화 이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2
조회 수 2437 추천 수 0 댓글 0
단색화 이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2 예술의 상대적 가치를 고려한 국제 미술 시장을 생각하면서 2014년 하반기, 국제 미술계에서 단색화의 흥행 조짐이 뚜렷해질 즈음 국내 미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색화에 대한 심도 있는 이론적 접근과 비평, 담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었다. 단색화 작가들마다 예술을 풀어내는 방식이 다양하긴 하지만, 그래도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무엇보다도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자기 초월적이며 명상적, 정신적인 마음의 영역을 탐색한다는 것이다. 행위의 반복을 통해 스스로를 비워 내는 과정, 즉 일종의 명상의 산물이 한국 단색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색화 경향의 개별 작품에 대한 미학적·미술사적 가치에 대한 분석 작업이 아직 미비한 상태다. 그저 좋다거나 세계 미술 시장이 반했다라는 식의 발림식 말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단색화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론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이것을 위해서 미술 시장만이 아니라 한국의 미술 비평, 한국의 미술사, 나아가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단색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그 계보를 들어야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제 1세대로 단색화 시발(始發)에 영향을 준 한국 현대 회화 작가는 바로 이동엽(1946~2013)이다. 이동엽, 사이-명상, 2005 그는 1946년 생으로, 첫 단색화 전시로 일컬어지는 일본 동경화랑 '한국 5인의 작가 다섯개의 흰색(1975)' 전시에 참여하는 등, 1970년대부터 약 50여년간 백색과 회색의 단색화에 몰입한 작가다. 자연이 환원된 색이자, 의식의 여백이며 사고를 담는 색이라고 생각했던 흰색을 이용해서, 1980년대부터 그는 ‘사이’ 연작을 선보였다. 넓은 평붓으로 흰색 바탕 위에 하얀 붓질을 반복하여 생성되는 자연스러운 겹침과 스며듦을 통해, 정신성을 구현하고 물질감을 가능한 한 배제하려고 했다. 단색화 작가 중 국제 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는 지난 해 위작 시비로 “작가에 대한 예의와 감정 절차의 상식을 팽개친 것”에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는 이우환이다. 그는 사실 일본에서 스스로 쓴 평론으로 관심을 끌며 모노하 운동에 참여해 이미 명성을 다진 예술가다. 이우환, FROM LINE, NO. 760219, 1976 동양사상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극복하여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지만, 그의1970년대 작품 중 13점이 단색화라며 미술 시장에서 유통되었고, 그것이 위조범에 의한 위작으로 판명나면서, 단색화 화가들이 말하는 자연미, 비움과 지움의 미학이라는 가치는 땅에 떨어진 듯 했다. 심지어 미술 시장이 단지 도박판이나 투기판으로 비쳐지기까지 했다. 단색화 제 2세대 작가들로는 1950~60년대생으로 단색화를 국제적으로 부상시킨 단초가 된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한국의 단색화전’에 소개된 데 이어 2013년 7월 싱가포르의 국제예술대학(ICAS) 미술관에서 열린 ‘담화(淡畵)전’에 참여했던 작가 그룹 중에서 김택상, 김춘수, 천광엽, 장승택 등이 있다. 김택상, 숨 빛-스모크, 2013 김택상 작가의 ‘숨 빛’ 시리즈는 프레임 없는 천 위에 맑은 물이나 매우 농도가 낮은 물감을 부어 놓고 빛과 색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한다. 천광엽, homage to Rothko #2, 2006 작가 천광엽은 조형의 기본 요소인 점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 안료를 여러 겹 바르는 일련의 반복 작업을 통해 표면을 완성한다. 그는 얇은 필름지를 중첩시켜 평면에 깊이를 담아내는 역설적인 작업 방식을 주로 구사해 오고 있다. 장승택, Floating Circles G4, 2014 특히 김택상 작가는 미국 LA에 있는 폴게티 미술관 큐레이터였던 찰스 미어웨더와 이 전시를 공동 기획했었다. 이 ‘담화전’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식 후원한 전시로 그는 한국 단색화의 맥락을 잇는 우리 세대 작가들의 존재를 알린 의미 있는 전시였다고 말했다. 문범, slow, same, #21015, 2003 합판 위에 자동차 몸체용 도료로 물질의 풍경을 담아내는 작업을 하는 문범 작가는 오일스틱을 손가락으로 펴발라 독특한 현상과 색채의 농담을 만들어 내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작된 그의 작품은 마치 동양화의 화선지 위로 먹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90년대 중반에 이르러 ”slow, same” 이란 제목으로 등장한 연작 속에는 마치 고대 중국의 거대한 산수화 속 산봉우리와 폭포, 바위와 언덕, 구름처럼 보이는 형태들이 거칠게 표현되어 있다. 단지 어떤 특정 풍경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화폭과 재료, 그리고 손가락이라고 하는 가장 원초적인 표현의 도구가 서로 어울어져 자발적으로 생성하는 이미지를 담아 낸다. 입체적 선들의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표면의 살아 있는 구조와 깊이감을 추구하면서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남춘모에 이르기까지 단색화 제 2세대(초기 포스트 단색화 계열)의 작가들이 관심을 모았다. 남춘모, 빔 (Beam 2012), 2012 그러나 지난 2~3년 한국 미술계를 달궜던 단색화 시장에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단색화의 열풍이 단지 스치는 바람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가와 작품으로 번지게해야 한다는 것에는 사실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단색화를 향했던 인기는 식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단색화의 열풍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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