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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18.01.22 02:17

자신만의 내면의 탐색 여행을 떠난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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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내면의 탐색 여행을 떠난 영웅

처음에 고흐는 총 12개의 해바라기를 그릴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6개를 완성해서 고갱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고갱이 도착할 때까지 고흐는 2개의 ‘해바라기’만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19세기의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 미술관의 해바라기가 가장 오래된 버젼이다. 노란 배경의 런던이나 암스테르담에 있는 해바라기에 비해서 이 작품의 배경은 블루라는 것이 큰 특징이다.  
다음 버전은 런던 내셔설 갤러리의 해바라기이고, 배경이 완전히 노란색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고흐 미술관의 해바라기가 마지막 버젼의 그림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요청한 돈으로 18가지의 노란색을 사서 네덜란드의 ‘해바라기’작품에서 그것을 38가지 색으로 표현해냈다.   
다른 해바라기에 비해, 이 작품 속 꽃병에는 빛의 비침이 없다. 이것이 바로 ‘15송이의 해바라기’로 우리나라 및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바라기 작품이자 가장 비싼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1888년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빈센트 반고흐 미술관.jpg
15송이 해바라기, 1888년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빈센트 반고흐 미술관

노란집으로 온 고갱은 자신을 위한 고흐의 두 해바라기 작품을 보고 아주 감명을 받았다. 이 중 하나가 지금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삶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듯한 밝은 햇살같은 노란색을 표현한 고흐의 창의성에 고갱은 무엇보다 아주 놀랐다. 
 
해바라기를 그리는 빈센트반고흐, 폴 고생, 1888.jpg
해바라기를 그리는 빈센트반고흐, 폴 고갱, 1888

하지만, 몇 달을 함께 실험을 실행하던 두 불멸의 화가들은 추구하는 바가 너무 달랐다. 고갱은 단순한 형태와 추상적인 것에 중점을 둔 반면, 고흐는 자신앞에 있는 사물이 주는 모티프와 삶의 순간의 포착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Yellow Christ, Paul Gauguin, 1889.jpg
Yellow Christ, Paul Gauguin, 1889

어느 날, 고흐의 자화상에 그려진 귀가 이상하다고 말한 고갱의 말 때문에 둘은 크게 다투었고, 결국 자신의 자화상에 그려진 귀와 진짜가 얼마나 어떻게 다르고 이상한지를 알기 위해서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랐다. 이 일 이후, 고갱은 결국 파리로 떠나게 되었다. 
 
자화상, 반 고흐, 1887.jpg
자화상, 반 고흐, 1887

두 사람은 헤어졌지만, 파리로 돌아간 고갱은 고흐의 해바라기 테마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떠올리면서 고흐에게 해바라기 그림을 그려주기를 요청했다. 이 때 그려진 것이 세 번째 버젼인 도쿄에 있는 해바라기다. 
이것은 고흐가 1887년 7번째로 그린 해바라기로, 1987년 런던 경매시장에서 일본의 손보재팬 회사(옛 야스다 해상화재보험)가 고흐의 후손에게서 원래 가격 3900만 달러의 두 배인 7450만 달러(원화 역 850억원)에 샀다. 
당시 손보재팬은 ‘해바라기’ 구매로 부도직전까지 갔었지만, 다행히 1990년대 당시 관람객들이 지불한 관람료로 그림구입가격을 모두 충당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이 그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중 하나이며 그 가치는 이미 1천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야스다는 2002년 닛산화재보험과 합병하면서 손보재팬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해바라기 처분을 검토하였으나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해 계속 소장하기로 결정했다. 현재는 손보재팬 본사 42층에 있는 도고세이지미술관의 별도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으며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는 달리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1889作, 일본 도쿄 신주쿠도고세이지 미술관.png
1889작품, 일본 도쿄 신주쿠도고세이지 미술관
 
12송이의 해바라기, 빈센트 반고흐, 1889(미국 펜실베니아 아트 뮤지엄 소장).jpg
12송이의 해바라기, 빈센트 반고흐, 1889(미국 필라델피아 아트 뮤지엄 소장)

이것은 고흐 자신처럼, 생생하기도 하고 앙상하기도 한 불안한 윤곽선의 12송이 해바라기에 배경색은 그린이다. 또한 퍼플과 브라운이 섞인 꽃병 아래의 색, 꽃병 주위의 오렌지색, 그리고 우측 꽃 중앙의 어두운 레드색이 다른 ‘해바라기’와 다르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트 뮤지엄에 있는 이 ‘해바라기’는 고갱이 아를을 방문하기 전에 그려졌는지, 아니면 네덜란드의 반 고흐 뮤지엄에 소장된 ‘해바라기’와 함께 1889년에 그려진 두 ‘해바라기’ 작품 중 하나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고흐가 그린 총 12점의 해바라기 그림 중에서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라는 주제를 가진 작품은 총 7점이다. 위에서 살펴본 5개의 해바라기와 함께 이 7개의 작품은 구도가 거의 똑같다. 하지만, 해바라기의 갯수가 3개, 12개, 15개로 다르다. 
꽃의 수 뿐만 아니라, 배경색도 노란색인 것도 있고, 푸른색, 그리고 녹색인 것도 있다. 그리고 꽃병의 밑부분의 색깔도 다르고, 수평선 위에 그어진 색깔과 꽃병 윤곽의 색도 다르다. 또한 꽃이 조금 덜 핀 것도 있고 완전히 활짝 핀 것도 있어서, 각기 그림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심지어 가장 많이 사용된 노란색 조차 다양하다.
고흐는 자신의 느낌을 더 나은 방향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림의 색깔들을 이용해 아주 미묘한 차이점들을 만들어냈다. 해바라기를 꺽어서 꽃병에 담아 그 생명력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었을까? 고흐는 꽃의 활기와 그것이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을 그대로 그 순간에 포착하고자 했다. 
고흐는 남의 삶을 시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내면의 탐색의 여행을 떠난 영웅이었다. 그는 고통이 삶의 본질임을 느끼고 그 고통을 직면하고 이겨내고 그것을 그림으로 변용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우리 기질의 잠을 깨우고, 우리의 마음 속에서 여전히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촉발하고 있다.  
 
Vincent van Gogh, Self-Portrait , 1889.jpg
Vincent van Gogh, Self-Portrait, 1889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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