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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8.03.20 01:31
영화로 세상 읽기 (2):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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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 읽기 (2): 공조 감독 : 김성훈 주연 : 현빈(임철령), 유해진(강진태), 김주혁(차기성) 사람이 영화를 만들고 영화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자의든 타의든 영화가 주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사람이 만든 영화가 오히려 사람을 지배하기도 한다. 한 시인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 최고의 영화라 했다. 인간이 배출하는 오염 물질로 인하여 밤하늘의 우주 쇼를 볼 수 없다지만 조상들은 하늘을 보며 미래를 향해 발 돋음 했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최상의 우주 쇼를 보면서 인간은 꿈을 키워 왔다. 아이들 방에 야광별 스티커로 우주를 모방해 놓지만 만들어진 우주는 큰 감동을 일으킬 수 없게 된다. 오래 전 팔레스타인 땅에서 바라 봤던 밤하늘의 광경은 지금도 생각 한 모퉁이에 그 감동이 저장되어 있다. 당시 동료들과 함께 시내산에 올랐다. 한 낮은 열기로 오를 수 없기에 해가 떠오르기 전 새벽어둠을 뚫고 돌산을 올랐다. 정상에 섰을 때 올려다 본 하늘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멀게만 보였던 북두칠성은 까치발을 하고 손을 한 뼘만 더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오염된 도심에선 희미하던 별들은 마치 바닷가 모래와 같이 빼곡하게 하늘을 수놓았다. 이제 그 하늘에 펼쳐지는 영화는 볼 수 없다. 사람이 만든 영상을 통하여 꾸며낸 이야기 허구를 볼 뿐이다. 옛 선진에게 자연은 영화관 그 자체였다. 감독은 천지를 창조하신 전능자시다. 하늘을 영화로 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과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영화로 본 사람도 있다. 최초의 영상을 본 사람은 모세일 것이다. 성경에 기록된 창세기를 기록한 사람은 모세다. 모세의 신앙철학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성령의 감동으로 모세 이전의 세계를 기록한 것이다. 창세기는 인간 이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기록물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것은 인간 역사 이전의 사건이다. 누구도 그 상황을 기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세가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성령 하나님께서 과거를 영화처럼 보여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마치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서 장차 올 마지막 시대를 묵시로 보아서 실제처럼 기록한 요한계시록과 같은 상황이다. 영화관에서 사랑하는 지체들과 영화를 관람하면서 모세가 떠올랐다. 내가 지금 보는 영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김성훈 감독, 현빈, 유해진 주연의 “공조” 영화를 본다.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만들어낸 영화지만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내 방식으로 영화를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적 자유를 누리게 된다. 북한에서 비밀리에 제작된 달러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한 북한 특수부대 대장인 차기성(김주혁 분)은 부하들을 데리고 중국을 통해 대한민국 서울로 숨어든다. 위조지폐 동판을 삼합회 일당과 밀거래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북한은 국가적 차원에서 위조지폐를 제작한다는 것이 공식화되기에 남북한 장관회의를 빌미로 북한 특수 수사관인 임철령(현빈 분)을 남한에 급파하여 차기성을 제거하고 동판을 회수하려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3일이다. 남북장관회의 기간이기도 하다. 북의 형사와 공조할 남한 형사는 현재 정직 처분 중인 생계형 형사인 강진태(유해진 분)다. 분단이후 역사상 첫 남북 비공식 합동수사 팀이 꾸려진다. 북한 수사팀은 그들의 비밀을 숨기고 있으며, 남한 수사팀 역시 그러하다. 한 팀으로 공조 수사는 하지만 두 개의 특명을 가지고 결코 한 팀이 될 수 없는 그들이 이야기를 탄탄하게 엮어가고 있다. 영화는 재해석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영화를 보는 사람에 의해 악한 의도로 날조되지 않는 범주 안에서 많은 해석을 내 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영화의 매력이다. 제작자나 배우들이 의도하지 못한 것 까지 영화에 몰입하여 새로운 가치를 발견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영화를 만들지만 그 영화는 다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폭력적인 영화라 할지라도 폭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서 평안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그리스도인이 영화를 보는 것에는 영적 필터링이 필요하다. 나는 공조라는 영화 속에서 모세를 보았다. 물론 영화 구석구석을 뒤져 봐도 성경에 나오는 모세라는 단어조차 찾아낼 수 없다. 영화는 세포와 같이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는 유기체적 영상 문화다. 같은 것을 복제해 내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을 재생산해 낸다. 일정한 법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 관객의 개성과 이성, 영성과 심리 상태에 의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창출해 낼 수 있게 된다. 전혀 성경적이지 않은 영화에서 풀리지 않은 성경 난체의 답을 얻기도 하고, 반면 기독교적 영화임에도 성경 밖의 세계에 떠돌게 만드는 경우도 있게 된다. 정치적 형태나 사상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남과 북은 큰 강을 건넌 상태다. 우리는 원래 하나의 민족이었다. 36년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하는 그 해 남과 북은 강대국의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해 남북으로 두 동강이 났다. 제2차 대전의 주범인 나치정권이 패방한 후 독일은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대립의 구도로 동서로 분단되었다. 역시 일본은 전쟁의 주범국가로 패망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발생한다. 일본이 분단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대표적 식민지였던 대한민국이 남북으로 분단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정치적 냉전 시대 최초의 대리전쟁인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그 이후로 남과 북은 한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원수로 교육받고 살아 왔다. 어렸을 때만 해도 아침 조회가 끝나면 전체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구호를 외쳤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분노였다. 어린 초등학생이 뭘 알았을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공산당이 싫다는 구호를 힘이 있게 외쳐야 했다. 시대는 역사를 순화시키는 힘이 있다. 아무리 원수라 할지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향한 분노의 농도는 사그라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믿었던 같다. 분단 70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남과 북의 팽배했던 이념은 중화되기 시작했다. 동계올림픽 동시 입장과 제한적이지만 단일팀 구성, 북한 예술단의 공연과 김정은의 특사로 그의 여동생이 대통령과 독대를 하는 것이 연일 방송되었다. 그러면서 건너지 못할 강 너머에서 서로를 경계하는 물밑 작업은 쉼 없이 지속되고 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될 수 없는 많은 아픔을 갖고 있다. 영화는 그러한 것을 감안하여 남과 북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공조라는 영화가 그러하다. 결코 남과 북은 결코 공조할 수 없다. 공조가 뭔가, 서로 도와주어서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것 아닌가? 한민족이었던 나라가 이념으로 두 나라로 살아가는 동안 공조할 수 없는 장애를 안고 있다. 그 이상으로 인간과 하나님은 서로 공조할 수 없는 산맥과 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물론 이는 문학적 표현일 뿐이다. 인간은 하나님께 가까이 갈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을 향해 동역자라고 선포하셨다.(고전3:9) 사도바울의 표현이다. 그러나 그의 신앙사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각을 옮겼을 뿐이다. 공조라는 영화를 지체들과 보면서 모세가 떠올랐다는 것이 여기에 있다. 하나님과 공조하여 출애굽의 대 역사를 창출해 냈다. 그것으로 보아 인간의 이념이 경계가 높다 할지라도 허물지 못함이 어디 있겠는가? 남과 북의 이념은 빠른 속도로 무너져 결국 물이 하나 됨 같이 하나의 민족으로 다시 동화될 날이 속히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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