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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8.04.16 22:47
영화로 세상 읽기 (6) :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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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 읽기 (6) : 침묵 감독 : 정지우 주연 : 최민식(임태산), 박신혜(최희정), 류준열(김동명) 개봉 : 2017 영화를 보는 것은 커다란 화면에서 내 비좁은 내면세계의 한 모퉁이를 보기도 한다. 한 작가는 여행 한다는 것은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기 위함이라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영화는 그런 의미가 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배우들, 그들이 연기해 내는 배역을 통해 숨겨진 내 자신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영화는 숨겨진 자아 찾기 여행과도 같다. 여행이 좋은 것은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과 여행의 끝이 있어서 좋다. 물론 인생을 지구촌 여행이라 표현하는 이도 있다. 생텍쥐페리 (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 어린왕자를 지구촌으로 여행을 보낸다. 어린왕자는 존재하는 왕자가 아니라 이미 지구촌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사람마다 다른 관점이겠지만 내 관점의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브라운관 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아닌 주어진 영화 관람의 시간 동안 화면 구석구석을 여행한다. 배우들이 연기해 내는 그들의 인생 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내용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안내받기도 한다. 이는 마치 다락방에 숨겨진 오래된 옷장과 같다. 그 문을 열면 옷장의 세계가 아니라 미지의 세계로 가는 통로가 된다. 바로 C S 루이스의 나니아연대기가 시작되는 광경이다. 당시 나치들은 유대인들을 학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루에 만 명씩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유대인들을 폴란드로 집합시켰다. 그 많은 인원을 수송하기 위해 유럽의 열차들은 연일 매연을 뿜어 되며 수송작전을 펼쳤다. 화물칸에 콩나물같이 실려 온 유대인들은 절반 정도는 이미 죽었거나 실신한 상태였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가스실이나 수용소로 보내졌다. 개중에는 어린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깨어있는 지성인들은 가스실로 끌려가는 유대인 어린아이들을 구출해 내는 대대적인 작업을 펼쳤다. 유대인 아이들을 전유럽 전역에서 비밀리에 영국으로 보내졌다. 중심가에 모여 있게 되면 위험하기에 지방 도시로 흩어지게 했다. 그렇게 한 가족의 아이들이 시골의 한 교수댁으로 보내지는 것이 바로 나니아 연대기의 시작이다. 루이스의 상상력은 위대했다. 최악의 상황은 오히려 또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게 한 것이다. 어쩌면 이는 영상 문화가 주는 상상력으로 다른 차원의 문을 열게 해 주는 것과 같다. 그곳엔 무엇이 숨겨있을지, 생각지 않은 곳에서 낯선 만나게 되는 내 모습은 어떠할지 기대가 된다. 늘 함께 있던 나라는 존재, 낯선 곳에서의 만남은 내 존재 앞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해 준다. 영화의 매력은 상상력을 현실이 되게 하는 것에 있다. 모든 상상력이 건전한 것은 아니다. 독재자의 상상력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피의제사를 강요하기도 했다. 상상력은 위험하면서 또한 인류에게 한걸음 앞서 보이지 않는 곳에 포석을 두게 한다. 궁지에 몰려 있는 인류에게 누군가의 상상력으로 놓아둔 포석 그 한 점으로 회생하기도 한다. 상상력으로 영화를 만들어 내고, 그 영화는 다시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적인 상상력을 갖게 한다. <침묵> 영화는 내게 제목처럼 침묵케 한다. 그 어떤 상상으로도 새로운 비밀의 문을 만들고 싶지 않게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업가가 있다. 주인공 임태산(최민식 분)은 정계를 주무르는 태산그룹의 회장이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다. 돈이 곧 진실이라는 철학으로 수천 명의 직원들을 먹여 살릴 뿐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거물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권이었다. 그에게는 무남독녀가 있다. 청년이지만 아픔을 간직한 소녀의 감수성을 벗어버리지 못한 청년 소녀다. 딸은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않고 필요할 때 회장이라 부른다. 그것으로 보아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그의 인생을 그려낼 수 있게 한다. 소녀의 어머니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부재는 딸에게 아픔이었고, 그 아픔은 고스란히 아버지의 잘못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주인공은 유명 가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것이 세간의 화젯거리였다. 임태산은 부인이 될 유나(이하늬 분)에게 실패로 여겼던 사랑을 완성하려 한다. 문제는 딸아이에게 느껴지는 유나의 존재감이었다. 미라 역시 유명 가수와의 만남을 긴장하며 기대하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엄마의 고유한 자리를 박차고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아버지를 향한 미움의 표출이었으며 아픔에 대한 저항이었다. 유나와 미라는 심하게 다툰다. 술에 만취한 미라는 자신의 고급승용차로 미라를 죽게 한다. 그러면서 그 상황에 대해 기억할 수 없었다. 술에 만취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시작은 미라의 죄를 밝히는 재판부터 본격화 된다. 임태산은 이 사건으로 그가 이루고 싶었던 사랑과, 아버지로서의 위치를 잃어 갈 위기에 놓이게 된다. 그의 주장대로 ‘위기를 팔아 기회를 삼으려는 철학’을 발휘하여 아버지만이 할 수 있는 음모를 꾸민다. 태국의 한 창고를 매입하여 유나를 죽게 한 오피스텔 지하주장을 재현해 낸다. 돈의 힘으로 그는 거짓을 만들어 낸다. 그날의 상황을 영화처럼 제작하기 유나와 미나를 닮은 배우들을 태국 현지에서 고용하여 비밀리에 그만의 영화를 제작한다. 검사는 미라를 범인으로 몰아가지만 그를 변호하는 최희정(박신혜 분) 변호사는 태산의 비서이면서 유나의 메니저인 정승길(조한철 분)을 범인으로 몰아가려 한다. 최종 판결이 있는 날, 임태산은 의도적으로 사고가 기록된 CCTV 영상 메모리를 극적으로 검사에게 넘어가게 한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획된 포석이었다. 그가 숨기려 했던 영상에는 유나를 자동차로 치어 죽게 한 것은 정승길이나 임미라가 아닌 바로 임태산 자신이었다. 물론 조작된 영상이다. 딸은 무죄로 풀려나고 태산은 영어의 몸이 된다. 태국의 현장을 다녀온 딸은 아버지가 사건을 조작한 것을 알고 면회를 하면서 고백을 한다. 그것은 ‘아버지’ 라는 부름이었다. 주인공은 아버지라는 그 한마디에 기뻐한다. 그의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잃었지만, 반면 사랑하는 딸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딸에게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되면서 사건을 말하지 못하게 한다. 침묵, 그것이 아버지가 딸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사랑은 때때로 침묵해야 한다. 그 침묵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 누구도 침묵하는 것에 대해 판단하는 것을 잠시 멈춰야 한다. 임태산을 더러운 사람으로 취급하는 검사의 시각으로 본다면 그의 침묵은 더 큰 범죄임은 분명할 것이다. 침묵하여 딸을 얻을 수 있다면 그 길로 가야하는 것은 아버지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타인에게 죄를 덮어씌움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죄인이 되어 딸아이의 혐의를 벗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버지만이 할 수 있는 희생이며 사랑일 것이다. 세상은 때때로 침묵해야 한다. 진실은 침묵할 때 그것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진실은 때론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불편하니까 진실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본 것, 느낀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게 진실은 아니다. 때론 본 것을 말하지 않고 침묵할 때, 들은 것을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이 오히려 사람을 살려내는 진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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