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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8.04.23 22:51
[ 임주희의 살롱 뒤 뱅 ] #6 독일, 모젤 리에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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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주희의 살롱 뒤 뱅 ] #6 독일, 모젤 리에슬링 모젤 지역 포도밭의 경사 파란 하늘과 깎아지르는 듯 경사진 포도밭이 넓은 모젤강 위에 내려앉아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강을 따라 이어진 포도밭을 지나 시골 버스로 독일의 퓐더리히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프랑스 북동쪽 국경과 마주하고 있는 독일의 모젤 지역은 가까운 프랑스의 알자스 지역과 더불어 리에슬링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오랜 전쟁 동안 서로 독일이 되었다가 프랑스가 되었다가 한 역사적인 배경도 알자스와 닮았다. 독일은 13개의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이 정해져 있는데, 모젤도 그중 하나다. 모젤강을 따라 깎아지르는 포도밭들이 늘어서 있는데, 브렘Bremm 마을의 칼몬트Calmont라는 밭은 경사가 65도나 된다고 한다. 어딜 가나 험한 경사 때문에 포도밭을 따라 천천히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포도밭 위에서 강 쪽을 내려다보면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아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러니 농사에 기계를 사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일일이 사람이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해서 인건비가 꽤 많이 든단다. 추운 대륙성 기후를 보여주는 독일의 북서부 지역에 비해 모젤 지역은 상대적으로 온화한 편이다. 경사진 포도밭 지형은 일조량을 높이기에 유리하다. 강에서 반사되는 햇볕 또한 일조량을 더해준다. 특히 남향 및 남서향으로 뻗어있는 포도밭은 포도의 숙성이 더 쉽다. 자글자글하게 포도밭에 깔린 점판암은 와인에 산도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낮 동안 온기를 저녁까지 간직해서 포도의 숙성을 도와준다. 실제로 해가 잘 드는 밭은 일몰 후에 돌을 만져보면 여전히 미지근했다. 점판암은 1870년대에 전 유럽을 강타했던 포도나무 해충 필록세라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아 모젤 지역은 그 피해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알자스의 리에슬링은 12도 전후의 알코올 도수에 레몬, 흰 과일, 꽃 향이 일반적인 데 비해 모젤 리에슬링은 산도가 훨씬 높고 8도 전후의 가벼운 알코올 도수에 풋사과 계열의 과일 향이 지배적이다. 독일의 와인 규정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특별한데, 수확 전 포도의 당도로 와인의 등급을 결정한다. 추운 지역이라 포도의 숙성이 어려운 만큼 당도가 높을수록 고급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양조 후에도 약간의 당도를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와인 라벨에 할브트로켄Halbtrocken, 파인헬브Feinherb라고 적혀있을 경우 약간 달콤한 와인이다. 드라이한 와인은 트로켄 Trocken이라고 표기를 한다. 이번 모젤와인 여행에서는 다섯 군데의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와인을 시음했다. 평소 알코올 도수 12도 전후의 와인에 익숙했던지라 8도 정도의 달콤한 모젤 리에슬링은 과일 주스 수준으로 가볍게 느껴졌다. 특히 달콤한 와인을 굳이 찾아서 마시지는 않던 편이라 특유의 당도가 참 어색했는데, 시음을 거듭할수록 알자스 리에슬링과는 다른 묘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카비네트 등급의 리에슬링은 레몬 향, 풋사과 느낌의 신선한 과실 맛과 함께 꿀맛이 난다. 와인의 당도를 받쳐주는 높은 산도 덕분에 균형감도 좋고 마시기도 편했다. 가볍지만 특유의 당도와 산도로 인해 음식과 곁들이기에도 까다롭지 않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알자스도 전통적으로 모젤 지역처럼 당도가 있는 화이트 와인을 주로 만들었다. 그러다 최근 와인 소비층의 취향을 따라 점점 더 드라이한 와인 스타일을 만들고 있는데, 알자스의 생산자들을 만나다 보면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알자스 와인은 예전의 달콤한 화이트 와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런데 모젤 지역에선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당도가 있는 와인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라인홀드 하트Reinhold Haart 와이너리의 요한네스 하트 씨를 만나면서 의문이 조금 풀렸다. 요한네스 씨는 라인가우에 있는 양조 학교에서 와인을 공부하고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와이너리 경영을 시작한 젊은 와인 생산자이다. 물론 아버지 대부터 내려오던 달콤한 와인도 여전히 생산하고 있지만 그가 만드는 깔끔한 드라이 와인들은 몹시 세련되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요한네스 씨는 아쉽게도 독일 내에서는 이런 와인들은 인기가 없어 대부분 수출을 한다고 한다. 보수적인 독일 사람들은 여전히 약간 달고 가볍고 알코올 도수는 낮은 리에슬링을 선호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달콤한 와인은 독일 내수용으로 만들고 드라이한 와인은 주로 수출을 한단다. 케르펜Kerpen 와이너리의 주인 할아버지가 알자스 리에슬링은 너무 알코올이 높아서 부담스럽다고 하셨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게싱어Gessinger 와이너리에서도 50년 동안 와인을 만들었다는 주인 할아버지께 평소 어떤 와인을 자주 마시느냐고 여쭈었더니 귀엽게 웃으시면서 역시 알코올 도수가 낮은 모젤 리에슬링이라고 하신다. 8도 정도 되는 달콤한 모젤와인은 두 병도 마실 수 있는데 12도의 일반 와인은 한 병만 마셔도 취해서 싫단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그러니까 와인을 많이 마시고도 취하지 않으려면 달콤한 모젤와인이 정답인 것이다. 게싱어 와이너리의 주인 할아버지 몇일 동안 여행하면서 본 모젤 리에슬링은 알자스 그것과 닮은 듯 참 많이 달랐다. 요한네스 하트 씨의 말대로 리에슬링은 어디서나 재배할 수 있지만 “모젤 리에슬링”의 기후와 떼르호와는 어디서도 흉내낼 수 없기에 그들의 리에슬링은 더 특별했다. 전통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한걸음씩 새로운 변화를 시도를 하고 있는 모젤 와인,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이다. 임주희 와인 칼럼니스트 jhee12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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