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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8.05.29 01:45

리틀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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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감독 : 임순례

주연 : 김태리(혜원), 류준열(재하), 문소리(혜원 엄마)

개봉 : 2018년 2월


11 Little Forest, 2018.jpg


현대인들은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외로움을 더 탄다. 실제로 우리네 조상들에겐 외로움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집나간 자식을 기다리며 큰길가 모퉁이에 하루 종일 앉아 있을지라도 외롭다 말하지 않았다. 외로움은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중병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외로움은 마음의 병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문명이 발전할수록 심화되어 왔다. 생각이 외로움을 만들어내고 생각으로 만들어진 외로움은 다시 외로움의 환경을 만들어 간다. 그래서 대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화려한 문화 속에서도 고독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환경이 좋아질수록, 문명이 발전할수록, 화려한 문화일수록 외로움과 고독은 사람들에게 굴레 씌운다. 


아이들은 심심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놀이 기구나 장난감들이 즐비할지라도 더 강력하고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된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검정고무신 하나만으로 하루 종일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 그때 아이들은 심심한 것이 뭔지, 외롭고 쓸쓸한 고독이 뭔지 모르고 살았다. 한 부족은 코카콜라 병 하나만으로도 행복과 다툼 신비한 날들을 경험했다.


하늘에서 코카콜라 병 하나가 떨어진다. 


병이라는 물건을 처음 접한 원주민들은 병 하나로 온 마을에 활력이 넘쳐나게 된다. 곡식을 빻기도 하고, 어느 노인은 병나발을 불어 소리를 내기도 하고, 아이들의 최첨단 놀이기구가 된다.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병은 하나뿐이어서 먼저 사용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다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평화로운 마을은 병 하나를 먼저 소유하기 위해 다툼과 싸움이 빈번해지게 된다. 급기야는 원로회의를 열어 하늘에서 떨어진 병을 악마의 물건이라 지칭하고 땅 끝으로 가서 병을 버린 신에게로 돌려주자는 결론을 내린다. 동네에서 가장 똑똑하고 용맹한 청년은 땅 끝으로 가는 여행을 떠난다. 


바로 1980년에 개봉된 영화 ‘부시맨’의 내용이다. 문명이 없을 때는 화목했던 마을이 콜라병이라는 문명이 떨어지면서 불신과 다툼이 생겨난 것이다. 물질문명은 분명 편리함은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그래서 과거 보다는 외로움이 있게 되는 것이고, 더 많은 것은 소유하기 위해 다툼과 살벌한 세상이 만들어지게 된다.



산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화려한 미사여구를 요구하지 않는다. 문명이 발달되지 않을수록 삶은 순수하고 진지했다. 삶이 힘들 지라도 그것을 미련할 정도로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사회생활에서 인격적 모욕을 당할지라도 꾹 참아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푸시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 1799-1837) 시인의 고백을 일상으로 받아 들였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절망이 아니라 또 다른 발전을 만들어낸다. 


짐승은 외롭지 않다. ‘정호승‘ 시인의 시집처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오래전 정신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외롭지 않아 보였다. 비가와도 행복하고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웃음을 자아냈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자기 인생을 성찰할 수 있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인간은 정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물론 영화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차원의 의미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잠시 쉬어가도, 조금 달라도, 서툴러도 괜찮아.” 그것이 인생임을 배운다. 인간이 외로운 것은 자신만이 가꿔야 하는 숲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숲의 의미인 리틀 포레스트다. 주어진 삶을 통하여 그 숲을 회복하는 것이다. 주인공 혜원의 엄마는 그 숲을 찾아 떠났다. 딸이 기억하는 엄마의 숲은 자연과 요리였다. 그 숲에서 주인공은 성장했고 도심을 떠나 시골로 귀향하여 그 숲을 찾으려 애를 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작은 숲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숲일지라도 때론 그 숲에서 길을 잃곤 한다. 그러나 길을 잃은 것을 타인은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내면의 숲 자체를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인생의 길은 어쩌면 내면의 작은 숲에 있을지 모른다.



엄마를 따라하는 딸, 갓 대학을 졸업 하고 사회 초년생인 그녀는 한국인의 전통 음식을 능수능란하게 만들어 간다. 


그것은 일종의 그녀에게 있던 작은 숲을 그리워하는 모종의 저항과 같은 것이다. 그의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살지 않는다. 대신 친구들과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산다. 엄마는 모든 것을 음식으로 설명했다.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네 인생이 찾고 회복해야 할 일종의 작은 숲의 본질과 같다. 


주인공은 집을 떠나면서 고백한다. “곶감이 맛있어 졌다는 건 겨울이 깊어졌다는 뜻이다.” 겨울은 쉼이 아니라 새봄을 준비해야 하는 계절이다. 겨울을 게으르게 보낸 자는 봄을 맞이할 수 없다. 봄에 씨를 뿌려야 하지만 겨울에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겨울에 양파 씨앗을 심고 여린 싹으로 하여금 긴긴 겨울을 견디게 한다. 그렇게 겨울을 견딘 싹은 봄을 맞아 비로소 성장하게 된다.



숲을 잃어버린 인간은 숲속에 거한다 할지라도 정서적으로 메마를 수밖에 없다. 숲을 잃은 것은 보이는 숲이 아니라 내면의 숲이다


인간이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자연인 숲에서 와야 한다. 물론 공장에서 공산품으로 만들어 내는 식품도 있지만 그 원재료는 모두 자연이 땅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숲을 가꾼다는 것은 땅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작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 그 씨앗이 썩을 때 수십 배의 결실을 맺게 된다. 삶이 그러하다. 작은 것을 심었는데 생각지 않게 많은 것을 수확할 수 있는 은혜를 만끽하게 된다. 인간의 부분별한 발전은 사람이 누려야 할 숲을 빼앗아 간다. 


보이는 숲을 잃어버릴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에만 존재해야 할 숲마저도 빼앗기게 된다.



영국의 도심에서는 가꾸지 않는 숲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숲을 이루는 것을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자연에 맡기는 것이다. 인간이 하는 일이란 경계를 한정 지어줄 뿐이다. 숲이 살 수 없는 도심이라면 사람도 살 수 없게 된다. 


지나치게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간 숲은 당장 보기에는 좋을 순 있으나 실증을 느낄 수 있다. 가꾸지 않은 숲, 그러면서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을 변화시켜 가는 숲은 인간에게 무한대의 영감을 준다. 도심에서 길을 잃은 청춘에게 시골의 숲은 다른 길을 제시해 준다. 


숲에서 나는 음식을 먹으며, 숲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가야 할 길을 찾는 구도와 같다. 하늘을 찌를 듯 한 고층 빌딩의 숲은 인간이 밟으며 마시고 느껴야 할 숲을 앗아간다. 그래서 숲을 집안으로 끌어 들여 작은 정원을 가꾸게 된다.


도심은 숲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가꾸어야 할 숲을 찾아야 한다. 영화처럼 쉽게 삶의 터전을 바꾸면서 까지 숲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할 순 없다. 비록 삶의 환경은 콘크리트 숲일지라도 마음에 작은 정원인 리틀 포레스트를 스스로 가꾸며 살아야 한다. 


주인공 혜원이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간결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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