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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아의 캠퍼밴 라이프
2018.08.12 21:43

밴에서 여름을 보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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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일상이 하나가 되는 ‘캠퍼밴 라이프’

-밴에서 여름을 보내는 방법-


햇빛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겨울의 런던에서 밴 라이프를 시작했다. 이번 겨울은 특히나 유별나기도 했고, 익숙하지 않은 나라와 익숙하지 않은 공간인 밴에서 겨울을 보냈기에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그렇게 추위와 싸우며 내년 겨울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민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불덩이를 차에 넣어놓은 것 같은 더위를 이기지 못해 차라리 추운 게 낫다며 겨울 타령을 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이상기후 때문에 더위도 유별난 유럽의 여름을 보내며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렇게 뜨거운 더위를 처음 맞이한 곳이 파리(Paris)였다는 점이다.

오후 12시부터 밴 내부가 슬슬 달궈지기 시작하면 노트북과 일거리를 가방에 잔뜩 넣고 에어컨과 와이파이가 빵빵한 스타벅스로 대피했다. 거기에 시원한 아이스 커피까지 마시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파리에 있는 여러 지점의 스타벅스를 돌아다니며 해가 질 때가지 시간을 보냈다.


사진1.jpg


하지만 이런 시간들이 쌓여가니 시간을 허투로 쓰는 것 같다는 생각에 회의감이 찾아왔고, 에어컨이 없는 밴 안에서는 한 낮의 더위를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으로 떠나기로 했다. 내년 여름엔 더 알차고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편리함이 가득했던 도시를 뒤로한 채, 밴에서 여름을 보내기 위해 프랑스와 스위스 경계에 위치한 샤모니(Chamonix)를 목적지로 두고, 전에도 그랬듯 가는 길을 모두 여행하기로 했다.


이번 출발은 어쩐지 기분이 색달랐다. 아마도 오랜만의 이동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파리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정말 어떤 문제가 와도 담담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그동안 차를 고치고, 프랑스에선 어떤 마트가 저렴한지 알게 됐으며, 가스를 구입하는 방법과 주유소 이용 방법을 알게 됐다. -


하지만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에어컨이 없는 차 내부의 열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느낄 수 있었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아도 시원한 바람은 들어오지 않았고 갈수록 뜨거워지는 태양에 차는 있는 대로 열을 받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온 몸이 땀에 젖고,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결국 장을 본다는 핑계로 마트에 들어갔다. 다음날은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파리에서처럼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고, 갈증과 더위를 식히기 위해 구입한 2리터짜리 탄산은 몇 시간 만에 동나고 말았다.


대낮의 힘겨운 드라이브를 견뎌낸 끝에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바다 같은 호수가 있는 곳이었다. 수영을 못하는 나였지만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물에 뛰어들었다


사진 2.jpg


물놀이를 마치고, 자연을 느껴보고자 문을 열고 저녁을 먹던 중, 물가 주변이라 그런건지 엄청난 모기떼가 밴 안으로 들어와 사투를 벌이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그곳에서 도망쳐야 했는데, 얼떨결에 컴컴한 어둠 속을 달리게 됐지만 좋은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새벽 드라이브는 정말 낭만적이었다. 차 안으로는 선선한 공기가 들어왔고, 하늘엔 지금껏 본 적 없는 엄청난 별들이 박혀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지금까지 여행을 통틀어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달리다 보니 스위스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차로는 처음으로 국경 가까이를 달리게 됐는데, 달릴수록 오묘한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프랑스 같으면서도 스위스 같은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들이 산 속 여기저기에 있고, 오후 1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도 다들 밖으로 나와서 레스토랑에 모여 있거나 플리마켓을 열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도 했다


사진3.jpg


우리도 차에서 잠시 내려 플리마켓을 구경한 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인지, 우리가 이동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낮이 되어도 전처럼 덥거나 힘들지 않았다. 파리에서 도망친 지 3일 만에 창문을 꽁꽁 닫아 놓을 정도로 선선해진 날씨를 느낀다


사진4.jpg


달력을 보니 벌써 8월 중순이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2018년의 여름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남은 여름을 최선을 다해 즐기기 위해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고, 매 순간을 가슴 속에 담는 일이다. 꿈꾸던 자연 속에서 보내게 될 유럽의 여름이 너무나 기대된다.


*여행과 일상이 하나가 되는 캠퍼밴 라이프와 여행지에서 만나는 소식들은 
유로저널 홈페이지http://eknews.net/xe/Dandokmovies/519960 에서 글과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필_윤혜아.jpg 
칼럼리스트 윤혜아
홈페이지:www.lazydean.com 
인스타그램:cheeky_bastard_m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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