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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8.08.21 23:44
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2) Domaine"Fogolar-Collet de Bovis"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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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2) Domaine"Fogolar-Collet de Bovis" 방문기 Nice 시청 공무원이자 와인 애호가인 Bernard(베르나르)씨의 도움으로 “꼴래 드 보비(Colletde Bovis)”를 방문하게 된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꼬불꼬불 좁은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아슬아슬하게 차로 그곳에 도착했을 때 ,짙은 뿔테 안경을 쓰고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채 우리를 맞이하려고 서 있던 주인장 Jean SPIZO(장 스삐쪼)씨의 첫인상을 몇개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잊지못한다. 피노키오 동화책을 찢고 막 튀어나온듯, 내 눈에 그는 피노키오를 만들어 준 제페토 할아버지의 이미지와 너무도 흡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탈리아계(veneto지방)로 알사스에 살다가 1972년 니스로 이주한 프랑스인으로 수십년동안 대학에서 이탈리아 사투리,희곡 문학을 강의했던 니스지역에선 꽤 명망있는 교육자 출신이었다. Nice의 winery 주인장들 중 이탈리아 혈통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는건 이탈리아와 가까운 지리적 요인이 크다.대부분 domaine(도메인) 즉 산비탈에 위치한 작은 포도밭을 가족단위로 옹기종기 일궈나간다. 그는 아이같은 표정으로,남서쪽의 바다와 Var valley(바 골짜기)가 훤히 펼쳐진, 4.2헥타르 collet de Bovis 급경사에, 1974년부터 스스로 터를 잡고 일군 그의 포도밭을 하나 하나 보여주었다. 그가 스스로 개척한 그만의 작은 포도주 왕국 Fogolar(포골라 )는 사투리로 “가정”,”자기 집”의 뜻이라고 하며 오랜 세월 공을 들인 후 비로소 1991년이 돼서야 자신의 와인을 상업화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겨울부터 이른 봄 사이, 일체의 화학비료를 쓰지않고 유기농 비료등으로 포도밭을 비옥하게 한 후 한 보폭당 최대 8개의 포도 송이만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포도 나무 잔가지들을 짧게 깎아내는 방식(la taille courte)으로 가파른 경사와 토질에 순응하며 개선해나간 결과라 하겠다. 이 포도밭의 주된 지형은 역암층(자갈,모래, 진흙이 섞여 굳어진 지층)으로, 점토질의 지맥이 포함된 둥근 자갈과 실리콘 석회질(silico-calcaire)로 이루어져 와인의 풍미에 있어서 때론 강하게 골격을주고 때론 부드럽게 힘을 빼주면서 리드미컬한 음악성을 더한다.빈번하게, 토양은 와인 미각의 아우트라인을 결정하곤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와인이 토양에서 받는 영향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하자면, 대체로 사암질(모래가 주된부분을 이루는 gréseux)의 토양에서는 각각의 포도 품종이 가지는 그만의 독특한 특징이 힘있고 간결하게 표현된다.유럽 winery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석회질의(calcaire) 토양은 포도주의 풍미에 힘을 더해주고 골격을 형성해 주며(structurés) 이따금씩 후추향의 뉘앙스를 풍기도록 도와주기도 한다.진흙과 이회암질(모래,진흙,화석,인,조개껍데기로 구성된 토양층 -argilo-marneux)에서는 와인의 떫은맛과 시큼하고 거친듯한 느낌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며, 우리나라 제주도 지삿깨 해안에 가면 볼 수 있는 주상절리 육각바위의 주된 성분 편암 ,혈암질의 (schisteux)토양은 와인 시음시 준엄한 긴 여운을 선사한다. 그것은 마치 짙고 긴 속눈썹을 가진 매력적인 여인이수줍은듯 도도하게 눈을 내리깔고 무심히 앉아있는 순간 그녀의 눈가에 불빛을 받아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는 것같은 비밀스러운 호기심을 자극케한다 .그리고 잊으려고 해도 자꾸만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여운은 그 자체로 매혹이 된다. 이밖에도, 화산 퇴적물 (volcano-sédimentaire)로 이루어진 토양에서 생산된 와인은 대체로 따스함과 넉넉한 포용력을 느끼게 하고 약간의 소금의 뉘앙스를 (salés) 가미한 연기로 훈제한(fumés)듯한 뒷맛을 남긴다. 스피쪼씨의 땀과 정성이 밴 소박한 와인 양조장에서 어떻게 와인이 만들어 지는지 보고 듣는 순간은 흡사 저자 직강 쪽집게 과외를 받는 수험생이 된것같은 설레임을 느끼게 했다 .포도 수확은 모두 손으로 하며,구월 중순에서 시월 초에 이루어지는데, 백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쓰는vermentino(베르멘티노)혹은 rolle (홀)이라 불리우는 포도 품종은 수확시기가 적포도주를 만드는 그르나슈( grenache), 폴 누와(folle noir)보다 일주일정도 앞선다고 그는 설명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음을 위해, 주인장의 사무실이기도 한 테이스팅 룸에 들어섰을 때, 나는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약간의 무질서가 공존하는 예술가의 아뜰리에이자 공방같기도했던 그곳 어딘가에 아직은 미완성인 피노키오가 제페토 할아버지의 마지막 마무리 손길을 기다리며 잠들어 있을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 방보다, 나를 더 사로잡는 것은 시음을 위해 준비된 와인의 에티켓이었다. “와!고야(Goya)그림이네요!”에티켓을 보자마자 흥분한 내가 소리쳤다. 1746년 스페인에서태어나 1828년 봄,타국 보르도에서 생을 마감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장례식이 치뤄진 교회(L’église Notre Dame de Bordeaux) 앞 그의 동상이 서 있던 자리는 친구들을 만날 때,나의 단골약속 장소였고, 우리집은 그의 주검이 최초로 묻혔던 샤투르즈 (chartreuse)공동묘지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지금 현재는 고야의 사채중 머리 부분이 도난 당한 채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장되어 있다.) 매일 아침 붐비는 전차 B선을 타고 그가 머물었던 집앞(지금은 세르반테스 스페인 문화원으로 운영중 )을 몇년동안 수없이 지나다니기도 했었다. 와인 에티켓으로 쓰인 그림은 ‘포도 수확’(La Vendimia, 혹은 The Grape Harvest)이라는 타이틀의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로코코 스타일의 1786년 작품으로, 원래 왕자의 다이닝 룸을 장식할 태피스트리를 위한 풍속화 밑 그림들 중 다섯번째 시리즈로 제작된 유화였다. 그림 속에서 등을 보이고 서있는 어린 아이를 제외 한 세 사람의 얼굴빛은 배경을 이루고 있는 복숭아빛 발그래한 석양을 닮았다. 노란옷을 입은 멋진 사나이로 상징되는 가을은 그의 연인, 즉 광주리 가득 담긴 포도송이를 이고 있는 풍요의 여신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편의 낭만적인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뒤에 보이는 경사진 산등성이는 산비탈에 위치한 스피쪼씨의 winery를 연상시킨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와인 시음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들의 얼굴또한 자연스럽게 에티켓속 인물들을 닮아 갔다. 복숭아빛으로 그렇게.난생 처음 맛본 2015년 빈티지 100% 홀(rolle )포도 품종을 사용한 백포도주는 특히 깊은 인 상으로 다가왔다. 약간의 짠맛의 뉘앙스를 띈 버터(beurre salé),자잘한 하얀 꽃잎을 가진 이름 모를 들꽃향,무엇보다 미역이나 다시마를 먹을때마다,언뜻 언뜻 스치곤 했던 싱그러운 요오드(iodé )향은 나로 하여금 바다가 가까운 니스(Nice)에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떨어지는 해를 아쉬움으로 바라보며,나는 스삐쪼씨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스삐쪼씨 ,와인에 대한 철학이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게 있어, 와인은 살아생전에 예술(un art du vivant)이죠.한편의 연극(pièce de théâtre )이자 공연예술이기도 하고요. 그것은 동시에 끊임없이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합니다. 와인은,기쁨을 주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서서, 역사와 전통을 아우르는 아주 강력한 문화적 기호체계(fortenotation culturelle)라고 난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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