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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8.10.07 22:23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26):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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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26): 협상


27-1.jpg


감독: 이종석

주연: 손예진(하채윤), 현빈(민태구)

개봉: 2018년 9월


대중매체는 보이지 않는 함정을 가지고 있다. 함정이 함정인줄 알면 더 이상 함정은 아니다. 무언가에 중독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은 절대로 중독이 안 될 자신이 있었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후에 본인은 아니라 말하지만 주변에서 판단하는 것은 분명 그는 그것의 중독자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선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일에는 중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악하고 더럽고 추악한 일에는 중독의 힘이 강하다. 대중매체의 중독성은 양날의 검과 같다. 

다 나쁜 것도 아니고, 다 옳은 것만은 아니다. 대중매체는 일종의 가치중립적이다. 그것을 선하게 사용하면 선한 도구가 되는 것이고, 악하게 사용한다면 악의 도구가 될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선한 함정보다는 중독의 함정의 그림자가 더 어두운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영화를 보고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은 영화를 사랑해서가 아니다. 취미적 글쓰기가 아니라 영화에 대해 내 스스로가 관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내 식대로 영화를 본다. 그것은 나 한 사람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이 해당되는 사항이다. 제작자의 의도에 휩싸이지 않고, 대중들의 반응에도 냉철함을 유지하려 한다. 재미를 느끼되 중독되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제작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관객이 극장가를 찾기 원한다. 그래서 백만, 천만 관객이 동원될 때 마다 파티를 즐긴다. 관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선 더 자극적인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제작자들의 고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의외로 작품성 있고 교훈적이며 역사적 팩트를 가진 영화는 오히려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한 경우도 있다. 흥행이 좋은 영화라 하여 성공적 영화라 할 수 없으며, 반대로 흥행에 실패했을지라도 어떤 측면에서 작품성 있는 영화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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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영화를 한 문장으로, 혹은 별 몇 개로 판단한다. 그런 가벼움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실상 그 영화 한편에는 누군가의 인생이 걸려 있기도 한다. “재미” 혹은 “감동” 이라는 몇 개의 단어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화인으로서 자격상실이다. 물론 영화는 재미있어야 하고, 그 재미에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팩트 위주로만 스토리를 전개한다면 재미도 감동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목적은 몇 단어로 판단할 수 없어야 한다. 흥행하지 못한 영화중에서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영화는 오히려 흥행한 영화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영화가 개봉되면 그것은 역사가 된다. 흥행을 하던, 그러하지 못하든 영화역사에 남게 된다. 영화의 발전은 결국 관객의 수준에 있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어떠하든 영화 매체를 통해 배울 것이 많다. 그러면서 그 재미의 늪에 빠지지 않기를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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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협상>이란 영화는 늪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의 골이 깊다. 그 함정의 골이란 영화의 반격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선과 악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팩트며 배우 자체가 가진 힘이다. 

협상의 주된 내용은 잔인하게 끝을 내야 하는 인질극이다. 지성인의 상식 속에 인질극이 아름답게 마무리 되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간혹 범죄 영화에서는 경찰보다는 범죄자를 선하게 다루는 영화들은 종종 있다. 그러나 인질극은 그러할 수 없다. 

인질범을 좋게 그려낸다는 것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관객들이 주인공을 흠모하는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의 늪에 빠지게 된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공포심으로 인해 극한 상활을 유발한 대상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협상이라는 영화는 처음부터 인질극을 벌이는 주인공에게 동정심을 보내게 된다. 

그런 현상이 대중매체가 가진 함정이라 할 수 있다. 영화내용과는 관계없이 주인공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유명 연예인이기에 그 사람의 극적인 역할과는 관계없이 그를 동경하게 된다. 인질범의 악한 역을 담당했던 배우 이미지 때문에 관객들은 인질범을 사랑하게 되는 함정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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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주인공 ‘하채윤’(손예진)은 숨겨진 비밀을 알지 못한 채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밀매업자 ‘민태구’(현빈)와의 협상을 한다. 영화의 설정 자체가 주인공의 이미지를 살려내려 노력하고 있다. 인질극의 상황에서 사람을 인질삼아 협상하는 인질범은 어떠한 경우라도 용납할 수 없다. 당연 관객들에게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민태구는 영화가 끝나는 내내 관객들에게 동정표를 넉넉하게 받아낸다. 그 사람에게 악마적 가면을 씌울 수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납치한 사람을 보호하려면 그보다 더 악마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악마들이란 바로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하는 최고위 공직자들이었다. 청와대 관계자, 국방부, 국회, 그들과 함께 비리 공동체를 이루는 사업가였다. 영화는 신문기자의 납치로 시작된다. 그러나 실상 기자는 국가정보원에서 파견된 정보원이었다. 신문기자로 신분을 세탁하여 무기밀매업자인 민태구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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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판매되는 무기들이 모두 대한민국에서 생산된 무기들이며 국방부에서 사용되는 무기였다. 그것을 파헤치는 것이 정보원의 임무였다. 국가의 무기를 해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어 검은 수입을 올리는 집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화의 결말은 그 일의 주역은 인질범이 아니라 청와대, 국방부, 국회의원이 울타리가 되어주고 그들의 힘을 배경으로 검은 거래를 하는 사업가였다. 결국 주인공은 그들의 하수역할에 불과했던 것이다. 인질극 사건으로 인해 민태구 한 사람의 납치범을 잡는 것이 아니라 인질범 보다 더 악한 국가의 녹을 먹는 고위급 정치인들을 법정에 세우게 된다. 

그 협상을 이끈 사람은 하채윤(손예진)이었다. 최고의 협상가와 사상 최악의 인질범의 숨 막히는 대결을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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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대중매체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간혹 그 꽃에 취한다. 다른 표현으로 한다면 주인공에게 매료된다. 영화의 내용보다는 누가 주인공인가에 따라 영화를 선택한다. 프랑스 근대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책 <해체>에서 주인공 중심의 생각의 틀을 깨트린다. 세상은 주인공만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주인공을 세워주는 실제 주인공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영화 관람이 주인공 중심의 틀에서 벗어날 때 대중매체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범죄자 보다 더 악한 사람들, 그들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도덕시간에 배웠던 훌륭한 인물들의 속내를 비추어 보면 추악한 사람보다 더 추악한 인물임이 드러날 때 관객들은 혼동하게 된다. 물론 교과서적인 내용이라면 흥미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전에 반전을 더할 때 영화가 가진 매력을 느낀다. 

세상은 악하면서 선하다. 또한 선하면서 악하다. 선과 악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선 안에 악이 포함되어 있고, 악 안에 선이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악한 사람일지라도 그에게서 선을 찾아낼 수 있다. 반면 선한 사람으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일지라도 그에게서 악의 그림자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간의 마음에는 두 마리 늑대가 있다. 한 마리는 선하고, 한 마리는 악하다. 이들은 늘 다투고 피나는 전투를 벌인다. 

누가 이길까? 답은 간단하다. 늑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늑대를 품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 즉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는가가 정답이다. 선과 악이 혼선됨을 영상에 담아내야 하고 그것을 재미 삼아 보는 시대가 때론 마음 절여온다. 영화 <협상>은 내 안에 담겨진 선과 악과의 협상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하기 악을 향해 돌을 던질 수도 없는 일이며 선의 늪에 빠질 수도 없게 된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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