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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8.10.15 00:59
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5) - 아를르(Arles)에서 만난 순수한 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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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5) 아를르(Arles)에서 만난 순수한 와인들 1888년 2월,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우울한 파리의 생활을 청산하고, 남프랑스 아를르에 처음 도착했다. 2018년 2월, 나! 우연을 가장한 필연에 의해, 아를르에 오게 되었다. 화가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고흐가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따르면,그의 도착을 맞이한건 흰 눈 덮힌, 고대 유적을 품고 있던 낙후된 도시(Arles)의 그림자였다고 한다. 참으로 우울한 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백 삼십년 전 2월의 그 날과는 달리, 내가 도착한 날은 그리 추운 날은 아니었다.아니 오히려, 봄볕같은 햇살때문에 입고있던 털옷을 시원하게 벗어 던지고,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살포시 녹여가며 거리를 배회해도 될만큼, 파리의 회색 하늘과 대비되는 눈부신 하늘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아를르의 눈이 있는 풍경, 1888년2월, 아를르-고흐 역에 내리자, 역건물 외벽을 다 차지하고 있던, 간결한 선으로 단숨에 그려낸 크로키가 한참동안 내 시선을 붙잡았다. 전통 의상을 챙겨 입은 아를르의 여인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손에 손잡고, 전통 춤을 추는 장면을 간결하게 묘사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문득, 어린시절 읽었던,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단편 소설‘아를르의 여인(L’Arlésienne)’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소설에서 언급된것처럼, 아마도 이 벽화의 아름다운 여인들은 생텔루아(Saint –Éloi)축제를 즐기며, 파랑돌(Farandole: 8분의 6박자의 경쾌한 춤곡)에 맞춰, 신명나게 춤을 추고있는 것은 아닐까?
춤추는 아를르의 여인들(아를르 기차역) 물론, 아를르가 론강(Rhône)하구에 형성된 도시이기 때문에, 축제에 임하기 전 , 아마도 그들은 아페리티프(식전주, Apéritif)로, 가까운 동네에서 만든, 단맛을 품은 (vin doux naturel) 봄 드 베니스(beaumes-de-venise)의 뮈스까(muscat)를 마셨으리라. 식후 디저트 타임에는, 아마도 뱅 뀌이(le vin cuit)라 불리우며 단맛이 감도는 ,포도즙을 발효시킨후 그걸 농축시키려고 열을 가한 후에 다시 신선한 포도즙을 첨가시킨, 그런 와인들을 마셨으리라. 무화과나 건포도, 말린 자두, 누가(les nougats) 등을 함께 곁들여서-. 의심할 여지없이,그들의 식탁에는 밝은 태양의 빛을 받아 저마다의 아름다운 색을 뽐내는 풍성한 음식과 ,비오듯이 넘쳐나는(comme s’il en pleuvait) 샤토뇌프 뒤파프 (Châteauneuf-du-Pape )와인이 있었으리라. 화려한 불꽃이 사그라들듯 순식간에 축제가 끝나버리고, 아를르의 여인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소심한 20세 청년 쟝(Jan)의 비극적 선택이 있기 전까지.그렇게-. 몽펠리에 와인 시음행사 참여를 위한 중간 기착지로 아를르를 택한건, 작은 winery에서 생산된 다양한 품종으로 만든 와인들을 시음해보고픈 욕구때문이었다. 아를르의 지리적 특성, 즉, 론 골짜기에(La vallée du Rhône) 위치해 있지만,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와인은,프로방스 (Provence) 지방의 느낌, 그리고, 랑그독 (Le Languedoc) 지역의 느낌도 함께 표현하고있기때문에, 블랜딩을 통해 얻어진 와인들을 다양하게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이라 생각했었다.
아를르의 붉은 포도밭(Red vineyard at Arles) - 고흐 아를르는, 론강을 끼고 있는 골짜기남쪽 (La vallée du Rhône méridionale) 좌안에 위치하여, 포도밭이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한 북쪽(La vallée du Rhône septentrionale)과는 달리, 남쪽의 포도들은 평지에서 자라난다. 그런 이유때문인지 모르지만, 1888년 2월, 고흐가 이곳에 첫발을 디딘 후 ,1889년 5월까지 아를르에 살면서 그린 포도밭이라던가, 그밖의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자연적 배경을 쭉 살펴보면, 육지는 다 평지로 묘사되고 있다. 언덕이나 골짜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지금은 러시아 모스크바 푸슈킨 미술관 신관에 잘 보존되어 있는, 고흐 살아생전 유일하게 판매되었던 단 하나의 그림, 즉, «아를르의 붉은 포도밭 »이라는 작품도, 황혼에 붉게 물든 포도 잎사귀와 그 그림자가 드리워진 땅을 다양한 스펙트럼의 보랏빛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역시 평지를 나타내고 있다.남프랑스의 찬란한 황혼빛을 받아, 붉게 타오르는 포도밭의 광경은, 춥고 음울한 긴 겨울을 가진 러시아사람들의 심장을 ,매서운 바람을 뚫고 집에 들어와 따뜻한 불빛아래서 마시는 한잔의적포도주처럼,, 등불이 되어 잔잔하게 밝혀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삼십 칠년 짧은 인생을 통해 주로 작품활동이 이루어졌던, 파리, 아를르, 생 레미, 그리고 파리 근교 오베르 쉬르 와즈 이 네 곳에서 각각 완성한 그의 작품을 잘 살펴본다면, 지형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으리라.
아를르에 흐르는 론강 아를르 주변 지역에서는 압도적으로 레드 와인이 많이 생산되며, 스페인이 원산지인 그르나슈 누와(Le grenache noir)를 필두로 하여,붉은 과일향, 감초, 후추내음이 특징이면서 중동의 이란이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는 시라(La Syrah), 그리고 무베드르(Le mourvedre), 까리냥(carignan), 한때는 천덕꾸러기같은 취급을 받았으나, 따벨(Tavel)지역의 유명한 로제와인을 만드는 중요한 원료가 되어 그 중요성이 더해진 생쏘(cinsault)가 주로 쓰이는 포도 품종이다. 화이트 와인의 포도품종은, 그르나슈 블렁,(grenache blanc), 클레헤뜨(clairette), 부흐불랭(bourboulenc) 등이 있다. 부흐불랭은 랑그독지방(AOC coteaux du Languedoc)에서 백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많이쓰는 품종인데, 특히 랑그독의, 라 클랩 (La Clape)에서는 화이트 와인 제조시,반드시 40퍼센트 이상은 이 품종을 써야한다는 규정이 있을 정도로, 부흐불랭을 널리 사용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 품종의 가장 큰 특징은 산미 (acidity)가 좋고 때로는 그 산미가 아주 날카롭게 표현될 때도 있으며 (산미가 튄다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씨트러스 (레몬) 아로마가 지배적인 가운데, 스모키한 여운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끌레헤뜨(Clairette Blanche)는 산미가 낮은대신 알콜도수가 높아서, 베르무쓰 (vermouth)라고 불리우는 리뀨어 (liqueur)의 원료로 많이 쓰인다. 단맛을 강조한 이탈리아의 베르무쓰에 비해, 프랑스제품은 드라이(dry)한 쓴맛을 강조하고 있으며, 주로 마티니같은 칵테일을 제조할때 필요하며, 식전 입맛을 돋구는 음료가 되기도 한다. 플라비 (Flabby)라고, 산미가 부족하여 산뜻한 느낌이 없고, 축늘어진다는 약간의 비아냥거림으로 이 포도품종을 표현하기도한다. 또한, 끌레헤뜨 단일 품종 자체는, 산화가 잘된다는 (oxidize easily)장점이자 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삑뿔 블렁(Piquepoul blanc)과의 블랜딩(blending: 섞는것)으로 그 단점들을 극복하였고, AOC샤토뇌프뒤파프의 화이트 와인 생산에서, 기존의 그르나슈 블렁(Grenache blanc)을 제치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도품종으로 우뚝서게되었다. 역을 빠져나온 나를 사로잡은건, 드넓게 펼쳐진 론강의 반짝이는 물줄기였다. (다음에 계속)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eloquent727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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