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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8.11.20 22:52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30): 용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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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30): 용서는 없다 감독: 김형준 주연: 설경구(강민호), 류승범(이성호), 한혜진(민서영) 개봉: 2010년 1월 인간에게 용서가 있는가? <용서는 없다> 영화는 큰 물음을 관객에게 던진다. 용서할 수 없는 만큼 누군가에게 용서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용서는 지극히 상대적이다.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은 용서한 만큼의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이 클수록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인간 내면에는 제한적 공간이 있다. 혹자는 사람의 마음이 바다같이 넓다고 말은 하지만 그것은 표현일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무한대로 넓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물 안 개구리인 '정중지와' 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좁으면서 넓고, 넓으면서 한없이 좁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서 마음은 수시로 변화도록 작용한다는 의미다. 마음은 기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결정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 마음은 변질 되도록 되어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있다면 그것은 용서일 것이다. 역사를 끄집어내어 속속들이 파헤쳐 보면 현실세계에서 과거를 용서하지 못해 깊은 골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일본을 용서할 수 없다. 그러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다. 미워하면서 버릴 수 없는 이웃나라다. 미워하면서도 부둥켜안아야 하고, 문화를 깊이 있게 공유해야 하며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삶이 그러하다. 한 공동체 안에서 그것이 크고 작든, 종교적이든 사회적이든 그 공동체 안에서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일의 중첩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때문이다. 관계만 좋다면 일은 힘들 지라도 참아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나 관계가 깨어지게 되면 백지장 한 장 드는 것 자체만으로 강력한 스트레스가 된다. 사람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사람이 행복의 활력소가 된다. 스트레스가 되는 사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사람일 수 있다. 인간은 관계를 맺음으로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그 가치는 지극히 상대적인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용서에 관함이다. 무조건 용서할 순 없다지만 용서하기로 마음먹어야 자신에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용서할 수 없다면 세상은 비좁아 진다. 용서하지 못한 만큼 자유를 잃게 된다. 멀리 있는 사람, 문화가 다른 민족을 용서할 순 없다. 용서한다는 것은 나와 깊은 관계를 맺은 사람이거나 현재 맺고 있는 사람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얼굴도 모르는 김 서방을 찾아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한 공동체에서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였거나, 마음을 나누었거나, 같은 공간 안에서 공통된 일로 서로 고민했을 때 용서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김형준 감독, 설경구, 류승범, 한혜진 주연의 <용서는 없다> 제목 자체만으로 영화 내면에 깔려 있는 인간 심리가 보이는 듯하다. 즉 인간은 용서할 수 없다는 명제이다. 용서는 지극히 상대적이기 때문에 상대의 행동에 따라 용서를 한다고 인간은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실상 인간에겐 용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망각한다. 주인공 민서영(한예진)은 신참 여형사다. 발령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끔찍한 토막 살인사건 현장을 목도한다. 고참 형사인 윤종강(성지루)에게 핀잔을 들으며 신참형사로서 관록을 쌓아간다.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여성의 토막살인 사건에서 유독 한쪽 손만을 찾지 못해 형사들은 주변을 샅샅이 뒤지게 된다. 레미콘 공사 현장의 모래 더미 위에 자랑스럽게 잘린 손이 꽂혀져 있다. 범인은 환경운동가로서 무분별한 금강 개발을 반대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자백한다. 이른바 비너스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를 조각되어 금강 하구에 유기한 사건이다. 범인이 자백을 하였기에 단순하게 사건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전을 맞게 된다. 부검의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강민호(설경구)교수는 현장 검증과 훼손된 시신을 한군데 모아 부검을 실행한다. 범인은 부검의와 모정의 검은 거래를 제안한다. 범인이 제안한 거래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 외국에서 공부하는 하나 밖에 없는 부검이의 딸을 납치하여 협박을 한다. 강민호 교수는 범행도구들에 묻은 혈흔을 지워버리고 짐승의 피로 대신하여 증거부족으로 범인을 풀어준다. 이 모든 것이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사실을 신참 형사가 알아채고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문제를 해결해 주려 한다. 범인 이성호(류승범)가 강교수를 지목한 것은 그의 학창 시절 누나가 몇 명에게 집단 폭행과 강간을 당한 사건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부검의로서 불리한 판결을 받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누나는 그 사건 이후 자살을 선택한다. 까맣게 잊힌 사건이었지만 십 수 년이 지난 이후 다시 고개를 든다.
강교수의 경찰대학 제자인 신참형사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교수에게 말한다. "사람이 왜 약해지는 줄 아세요? 잃을게 있어서 그렇데요." 범인에게 끌려 다니는 것은 그에게 잃을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상 그를 견딜 수 없게 만든 사건은 따로 있다. 금강 주변에 버려진 토막 살인의 아름다운 미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강교수의 외동딸이었다. 그가 자신의 딸을 부검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범인을 죽이는 것이 그의 목적이 된다. 그러면서 그는 느낀다. 죽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용서하는 것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이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기억력 때문이다. 충격적인 기억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더 선명해 지는 법이다. 그런데 그런 기억력엔 함정이 있다. 더 이상 해석될 수 없기에 스스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고립된 기억력은 그 어떤 외부의 설득에도 감동을 받지 않기에 골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용서는 미움에게 방 한 칸 내어 주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그 용서란 것이 죽음보다 어렵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용서할 수 없다면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 먼저 파멸된다. 범인인 이성호는 환경운동을 하면서 나름대로 사회적인 덕망을 쌓았다. 환경운동가로서 성공한 인물이었지만 마음 한켠에 쌓인 미움으로 인하여 그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용서할 수 없는 미움은 자기가 쌓은 성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된다. 미움위에 성을 쌓는 것은 마치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잠시 잠깐은 견딜 수 있지만 집을 짓는 것은 무너지기 위함이 된다. 미움은 심리적인 것이다.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은 그런 심리를 압박하여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강을 스스로 건너게 한다. 내가 용서할 수 없는 만큼 내 삶도 누군가로부터 용서받을 수 없는 삶을 살 수 밖에 없게 된다. 용서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용서의 반응을 보이면 다른 한쪽도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용서할 수 없어서 미움으로 무장한다면 다른 한쪽도 용서할 수 없는 미움으로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용서받기 위해선 내가 먼저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마치 메아리와 같다. 미워한다는 말을 뱉어내면 그 말은 메아리가 되어 미워한다는 말로 내게 들려온다. 영화에서 말하려는 것은 용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하기에 인간은 용서하며 살아야 함을 도치법적인 사고로 외치고 있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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