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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9.02.25 21:26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39): 친절한 금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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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39) 친절한 금자씨 감독 : 박찬욱 주연 : 이영애(금자), 최민식(백선생), 권예영(제니) 개봉 : 2005년 7월 2005년에 개복된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처절한 복수극이다. 주인공 금자는 소녀시절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 고등학교 실습 나온 교생인 백 선생에게 그의 생과 아버지 없는 딸을 맡긴다. 그러나 그의 본성은 인면수심의 살인범이었다. 자신이 유괴하여 죽인 원모를 금자에게 죽였다고 자백하게 한다. 금자를 움직이기 위해 다시 그의 딸을 납치한다. 소녀는 딸을 살리기 위해 백 선생을 대신해서 유괴살인범으로 13년간을 복역하게 된다. 영화는 호주로 입양된 그의 딸 제니의 회고이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의 주인공은 바로 금자의 딸 제니가 봤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제니는 그의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이금자는 어려서 큰 실수를 했고 자기 목적을 위해 남의 마음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영혼의 구원을 끝내 얻지 못했다.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금자씨를 좋아했다.” (제니의 고백)
제니는 그러한 엄마를 향해 맨발로 달려온다.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인다. 하늘은 그들에게 눈을 선물한다. 그것은 금자를 용서하는 제니의 마음이었다. 금자는 제니가 준비한 두부를 먹는다. 하얗게 살라고, 두부처럼……. 딸은 고백한다. 더 하얗게, 그들이 외치는 흰색은 강력한 용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용서하는 자가 승리자이다. 그러나 금자는 용서하지 못했다. 감옥에서는 자유를 얻었지만 복수심은 더 크고 깊은 감옥에 그녀를 가뒀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복수하기 위해 그의 젊음을 바쳤다. 영어의 몸이면서도 그는 자신을 철저하게 희생시켰다. 다른 죄수들을 온 맘으로 섬겼다. 그래서 그녀가 얻은 별명은 살아있는 천사였으며 친절한 금자씨였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행동은 오직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복수를 도왔다. 복수의 방법은 백선생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것이다. 복수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복수의 죄책감에 허덕이게 된다.
사람마다 영화를 보는 관점이 있게 마련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 영화는 문이다. 영화의 문을 열면 또 다른 문으로 나를 안내한다. 영화는 세상의 단면도다. 짜인 드라마를 통하여 배우의 연기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인간은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나 역시 복수심으로 인하여 젊은 시절 오랜 세월 동안 방황하며 보내야 했다. 그렇다고 세상적인 타락을 한 것은 아니다. 단지 마음만이 그렇게 불타올랐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영어의 몸이 되어 있는 동안 그를 전도한 사람이 있다. 적어도 영화의 시작은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속마음은 탐욕에 눈이 멀었다. 복수를 위해 칼을 갈았던 주인공이나 그에게 복음을 전한 전도자나 같은 욕망의 끄나풀을 잡고 있었을 뿐이다. 금자가 범행현장을 재현하는 동안 극우파 기독교인들은 불신지옥을 외쳤다. 그것은 오늘 시대에 비쳐진 교회의 모습이며 그 단편으로 돈을 위해서 영혼을 파는 전도자의 모습이다.
복수심에 불타는 것은 복수를 해야 할 대상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에 끓는 분노 때문이다. 분노하기 때문에 복수해야 할 대상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인 공공의 적일 수 있으며 또한 개인적인 원한이며 세상을 향한 분노와 부정적 사고방식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간 안에 잠재된 분노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복수극으로 번지는 대형 사고들의 기초는 용서하지 못하는 분노 때문이다. 영화의 주제는 인간의 분노에 관한 것이다. 적어도 내 인생은 영화를 그렇게 봤다. 지구촌은 지금 다민족들로 형성되어 있다. 민족이 다른 사람들이 국가 공동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문화적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다. 문화적 충돌 밑바탕에는 원론적 종교 사상이 잠재되어 있다. 세계문제는 이제 문화적 충돌이다. 미국을 비롯하여 많은 나라들이 쇄국정책을 간구하는 이유는 문화적 충돌을 가급적 막기 위한 방편이다. 문화적 충돌이 있는 것은 이질적 문화가 원인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해결되지 않는 분노 때문이다. 즉 다른 문화권자들로 인하여 자신들이 손해를 본다는 분개심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그러한 분개심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전쟁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러한 분노에 대한 표출이 간담을 서늘하게 할 것이다. 분노는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만든다. 세상을 놀라게 한 사람들의 분노의 소유자는 조용하고 얌전한 사람들이었다. 그가 어느 날 신문의 머리기사화 되는 것은 그 안에 잠재된 분노를 삯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절한 금자씨 역시 그러하다. 백선생은 원모만 죽인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아이를 살해한 연속 살인범이다. 지성인이었던 그가 그러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믿기 않을 정도이다. 그를 향한 복수는 그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가족들에 의해서 극악무도하게 자행된다.
배우면 배울수록 머리를 숙여야 하는 것은 옛말이 되었다. 조직적으로 분노하고 그것을 인격적으로 앙갚음하기도 한다. 세계 전쟁 역사는 그러한 수준 높은 지식인들의 분노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인된 제도적 장치인지도 모른다. 금자가 13년의 형을 마치고 출소하는 날 역시 눈이 내렸다. 그를 마중 나온 욕망의 전도자는 하얀 두부를 그녀 앞에 내민다. 그러면서 다시는 죄짓지 말라 한다. 금자는 뜻밖의 행동을 한다. 두부를 땅으로 엎으면서 “너나 잘하세요.”그렇게 말을 남기고 복수를 위해 대중 속으로 숨어든다. 인간이 왜 이리 악해 졌는가? 지구촌은 최고의 법치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골목마다 카메라가 있어서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 그런데 범죄는 더 많이 잃어난다. 법이 없어서 악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이 악해지기 때문에 범죄가 일어나는 것이다. 죄는 죄를 낳고,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증오심, 복수심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무성한 숲을 이루려 한다. 그것을 제지할 능력은 인간에게 없는 것이다.
현대 문명의 약점은 마음을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이다. 문명의 발전은 더 큰 분노를 낳게 한다. 어떤 사람이 길 가던 여성을 칼로 찔러 복수를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집나간 부인과 닮아서 그랬다 한다. 오래 전에 한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를 상담한 적이 있다. 그는 무속 인으로 3명을 죽이고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여자에게 버림받았을 때 그 여자를 죽이러 갔는데 다른 사람을 죽인 것이다. 그래서 작은 암자에 숨어 두 명의 보살 할머니와 함께 생활을 했는데 그 할머니들이 수군거림이 자신을 욕하는 것 같아서 힘없는 노인들을 잔인하게 죽였다는 것이다. 그 안에 있는 분노를 잠재우지 못한다면 결국 인간은 파멸하게 된다. 영화를 통하여 내 인생이 열어야 할 문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분노를 잠재우는 일이다. 세상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생명을 통하여 인간 안에 깊숙이 뿌리 내린 분노의 쓴 뿌리를 뽑아내는 일이다. 그것이 내 인생에 맡겨주신 일이다. 분노하기 때문에 더 큰 세상을 얻을 수 없으며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다. 14년 전에 개봉된 옛 영화지만 이 시대를 향해 분노를 잠재우지 않는다면 더 큰 분노의 화마에 삼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듣는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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