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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19.05.06 01:51
자연은 내적인 감정의 투영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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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의 예술 칼럼 (209) 자연은 내적인 감정의 투영체다 독일낭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품었던 정치적 이상에서 한발 물러나 고독한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며, 현실과 괴리된 주관적 분위기와 감정, 정신적 신앙심을 작품에 표현했다. 즉, 정치적 이상 실현이 좌절된 현실로부터의 도피와 고독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무엇인가 위대한 것을 이루려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치적인 좌절과 사회도피로서의 현실비판이 내성적 성찰로서의 멜랑콜리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정치적인 좌절의 결과라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비애는 낭만주의가 추구한 자유의 원칙에 바탕을 두는 능동적인 자기성찰이라 할 수 있다. Caspar David Friedrich, Woman before the Rising Sun, 1818 이상실현이 좌절된 당시 독일의 시대적 상황과 이러한 상황에 처한 예술가들의 심리상태가 그대로 독일낭만주의의 회화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정신적 위로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예술가들이 처한 상황과 관련한 것일 뿐, 정신을 반영한 풍경화라는 그들의 작품을 설명하는 것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Caspar David Friedrich, Riesengebirge Landscape with Rising Fog, 1819-1820 9. ‘종국에 이르지 않는 운동’ 독일에서의 낭만주의는 18세기 말 드레스덴 출신 낭만주의의 대표적 이론가인 슐레겔 형제(Friedrich Schlegel, August Wilhelm Schlegel)가 처음으로 문인 또는 미술가에 대해 ‘낭만주의자’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Karl Wilhelm Friedrich Schlegel (1772–1829) 프리드리히 슐레겔은 1798년 「아테네움 단장(Athenaeum Fragments)」 에서 낭만주의 시를 ‘진보적 보편시’로 기술함으로써 낭만주의에 대한 정의를 시도했다. 그에 의하면 낭만주의는 “결코 종국에 이르지 않으며 영원히 생성되어야 하는 운동의 문학”이었다. 슐레겔의 이 말은 독일 낭만주의의 본질을 그대로 집약하고 있다. 낭만주의의 본질은 동경과 관련이 있다. 즉, ‘종국에 이르지 않는 운동’이라는 것은 낭만주의자들이 동경의 대상을 끊임없이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낭만주의의 권위자로 알려진 문학사가 프리츠 슈트리히(Fritz Strich, 1882-1963)는 유명한 그의 저서 『독일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완성과 무한』에서 고전주의를 완성 지향의 정신과 낭만주의를 무한 동경의 정신이 나타난 것으로 구분해서 설명했다. 슈트리히에 의하면 고전주의의 제한된 형식에 비해 낭만주의는 무한을 추구하고, 독일 고전주의가 평정, 조형적 문장, 현세 중시, 완전성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낭만주의는 끊임없는 운동과 지속적인 변화, 회화적 무규칙성, 목적 없는 동경 등을 특징으로 한다. Caspar David Friedrich, The Riesengbirge, 1830-1835 10. 신과 자연을 하나로 보다 당대의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프랑스의 낭만주의와 달리 독일낭만주의에는 자연을 관조하고 있는 인물이나 상징적 풍경화가 많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독일낭만주의의 자연관과 관련이 있다. Caspar David Friedrich, Neubrandenburg,1816 - 1817 프리드리히가 자연을 신의 언어로 보고, 신적인 것을 자연 안에서 인식하고자 했던 것도 낭만주의의 자연관이다. Caspar David Friedrich, The Times of Day; the Evening, 1821-1822 이것은 신과 자연을 하나로 보는 경건주의적 세계상과 결부되어 있다. Caspar David Friedrich,Drifting Clouds, 1820 17세기 말부터 독일에서는 자연 안에서 신을 인식하고, 개인의 신앙생활을 통해 신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려는 경건주의가 대두되었는데, 이러한 종교적 태도는 야콥 뵈메(Jakob Böhme, 1575-1624)의 신비주의적인 범신론이 깊은 영향을 주었다. Jakob Böhme 신비주의 정신은 가시적인 현세를 관통할 수 있는 공감을 자아내는 직관력, 혹은 내적 경험으로 신에게 접근하고자 했다. 북부 독일의 신비주의적 전통은 범신론적인 게르만 족의 신화가 유럽 문화 전반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 문화와의 상호 영향 아래 형 성된 신비주의가 기독교 사상과 결합되고, 중세를 지나 루터의 종교개혁을 이루는 정신에서 바로크 시대의 경건주의로, 이것이 다시 낭만주의로 스며든 것이다. 뵈메의 사상은 전기 낭만주의자인 루드비히 티크(Ludwig Tieck, 1773-1853)를 통해서 화가들에게 전해졌다. Ludwig Tieck 프리드리히와 오토 룽게에게 사상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던 티크는 뵈메와 마찬가지로 우주의 원리를 지배하는 어떤 신성한 힘의 존재를 상정하고 그것을 신이라 명명했다. 하지만 그 신은 인격화된 어떤 유일신이라기보다 자연과 인간의 모든 원리를 아우르고, 모든 사물 안에 이미 존재하는 범신론적 성향을 띠고 있었다. 자연이 인간 정신과 교감하고 결합됨으로써 내적인 감정의 투영체가 될 수 있다는 사고는 낭만주의 자연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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