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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9.05.13 20:45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43)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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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바 보


 44-1.jpg



감독 : 김정권


주연 : 차태현(승룡), 하지원(지호)


개봉 : 2008년 2월




바보, 누구나 싫어하는 말이다. 그러나 바보가 많아질 때 세상은 어쩌면 더 살기 좋게 된다는 역설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다. 종교를 초월하여 존경 받았던 고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인 <바보가 바보들에게>는 다섯 권으로 엮어져 있다. 자기 똑똑한 멋으로 살아가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의 설파하려는 바보란 욕심과 고집을 내려놓고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며 사랑하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에 개봉된 영화 차태현, 하지원 주연의 <바보> 영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자칭 똑똑한 인간들을 향해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인생은 영화를 통하여 인생을 배운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배우고자 하는 인생을 배운다. 어떻게 보면 영화는 인생의 경건 훈련의 도구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닥치는 일 중에 실상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 보면 좋은 일인 것이 나쁘게 작용되는 경우도 있고 좋지 않은 일이었는데 좋은 일로 전화위복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구분하는 것 역시 삼가야 한다. 사람은 오래도록 사귀었을 때에야 그의 본심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으로 판단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첫인상을 깨트리고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듣기에 좋은 일이 있어야 좋은 일이 생기는 것 또한 아니다.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좋은 일만 생기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지명(知命)의 삶을 돌이켜 보건대 고통의 시간들이 약이 되는 경우가 많게 된다. 오히려 행복하다는 시간들을 통하여 세속적인 것을 추구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주어진 환경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영화를 세속적인 것이라 여겨서 그리스도인들이 영화를 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있다. 내 자신이 그러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은 오히려 깨끗한 삶을 살지 못했다. 영화를 보며 행복해 하는 그들의 행동들이 소위 배가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 못된 속내를 감추고 경건이라는 울타리를 빙자하여 한없이 세속적인 문화라며 돌을 던지곤 하였다. 그러면서 내 마음은 그곳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다. 내 비좁음으로 결정된 속된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내 인생은 거룩하지도 못하면서 속된 것만을 규정하여 그것을 혐오하였었다. 그러하기에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이 되었다. 이는 내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종교에 심취해 있는 종교 원론 자들이 범하는 잘못이기도 하다. 진리의 말씀이 기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규정해 놓은 종교적 교리가 진리의 말씀을 삼켰던 것이다. 그들이 만들었던 종교적 교리는 장로들의 유전이 되었고, 그것이 진리를 삼켜 버렸다.



 44-2.jpg



인류가 이룩해 놓은 문화는 어떻게 보면 가치중립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문화는 결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그 문화를 만들어 낸 사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서 선한 문화로, 악한 문화로 활용되는 것이다. 영화는 문화의 척도이다.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현실의 세계로 만들어 낸다. 신앙인들은 세상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없다. 그래서 세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탁상공론적인 사고에 머물기에 세상을 향해 정죄하는 일을 많이 하게 된다. 내 자신이 그러했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나는 영화를 통하여 세상을 배우고 그 세상을 통하여 나를 다듬어 가는 선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세상은 너무도 똑똑하다. 똑똑한 사람만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똑똑함을 나타내기 위하거나 화려한 이력을 쌓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똑똑함의 약점이 있다면 사람을 포용하고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푸근함이 없기에 사람을 살릴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을 품을 수가 없다. 세상엔 똑똑한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살벌해 지는 것이다. 세상을 이끌었던 사람들은 똑똑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바보처럼 살았다. 예수님 역시 이 땅에서는 바보처럼 사셨다.

예수님은 하늘 영광을 가지셨지만 그것을 버리신 바보셨다. 천지를 창조하신 전능자이시지만 이 땅에서는 머리 둘 곳이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삶을 사셨던 바보셨다. 세상을 창조하셨기에 창조주 하나님이시면서도 때론 굶주림에 허덕이셨던 바보셨다. 이 땅을 창조하셨으면서도 이 땅에 오실 때는 환영받지 못한 초라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바보셨다. 세상을 심판하시는 전능자 하나님이시면서 인간을 위해서 십자가위에서 처절하게 죽으신 바보셨다. 이 모든 것은 이 땅에 전능자로서 오신 것이 아니라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주시려 오신 바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 또한 바보처럼 살았다. 자기 이익을 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을 포기했던 바보가 되었다. 할 말 하고 싶지만 함구하는 바보가 되었다. 심지어는 자기 명예가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삶을 배설물과 같이 여겨 그 영광의 삶을 포기하여 사막으로 달려가는 바보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바보들이 추구했던 것은 보이는 세계의 영화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원한 세상을 바라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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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보>는 내 인생을 향하여 거룩한 채찍이 된다. 똑똑한 사람의 자리에서 바보의 자리로 내려오게 한다. 주인공 승룡이는 바보다. 세상은 그를 바보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에게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의 바보스러움을 통하여 치유 받고 회복된다. 지호는 독일로 유학을 간 피아니스트였다. 어렸을 때 그를 바보라 놀렸다. 그녀는 피아노 앞에서 앉으면 손가락이 굳어져서 연주할 수 없게 된다. 그러한 아픔을 안고 그는 귀국을 하여 어렸을 때 친구를 만난다. 만남이 계속되면서 그녀는 깨닫는다. 손가락이 굳어지는 것은 곧 마음의 굳어짐이라는 사실을, 그러면서 주인공을 통해 치유 받게 된다. 최후에 그는 동생을 위해 죽음을 택한다. 그는 바보가 아니라 자기를 희생시켜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린 똑똑한 사람이었다.



 바보철학은 바보로 살게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 철학이 주변 사람을 살려 낼 수 있다. 져주는 것이 미덕이 세상은 이미 자치를 감춘지 오래다. 자신의 미련함을 감추기 위해 똑똑한 척 살아야 하는 삶은 피곤한 인생이다. 영화가 말하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진정으로 똑똑한 존재가 무엇인지, 아니면 바보가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인간의 선한 양심에 대한 호소이다. 허울만 똑똑한 세상은 주인공을 바로라 불렀다. 그러나 주인공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그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삶의 위로가 되는 선격적 삶을 살았을 뿐이다. 영화를 통하여 나를 다듬어 간다. 똑똑한 세상을 향하여 똑똑한 삶을 살지 말라 한다. 세상이 너무 똑똑하기 때문에 바보가 있어야 한다고 영화는 나를 훈계한다.

 


44-4.jpg



나를 통해 주변이 아름다워진다면, 나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바보라 불려도 괜찮다. 내가 똑똑하기에 주변이 힘들어진다면 똑똑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바보의 옷을 입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나 한 사람이 바보 됨으로 모든 사람을 살려 낼 수 있다면 그 바보는 하늘이 내린 신의 영역에 속한 사람일 것이다. 실상 바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똑똑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똑똑한 존재로 부각되기 위한 다른 사람을 바보로 규정했을 뿐이다. 사람은 사람이기에 존귀한 존재이다. 비록 생각하는 수준이 다를지라도 사람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 현대는 너무 똑똑해서 병들어 가는 세상이다. 좀 바보스러우면 어떤가. 나를 통해 누군가 힘을 얻고 치유를 받을 수 있다면 바보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인생일 것이다. 주인공 승룡이의 바보스러운 삶을 통해 내 인생을 돌아보는 약시 된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리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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