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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9.05.15 03:34
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14)-그녀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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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14)- 그녀들만의 리그 지난4월 4일, 프랑스 파리의 뱅쎈느 숲 근처의 한 공원(Parc Floral: 빠끄 플로할)에서는 제 13회 페미날리즈 (féminalise)와인 콩쿠르가 개최되었고, (정식 명칭: Concours Mondial des Vins FÉMINALISE) 그곳에 심사인 자격으로 참가하여, 그날 하루 동안 총 48개의 와인을 평가하였다. 2007년 부르고뉴의 본(Beaune )에서 시작하여 매 해마다 열리고 있는 이 와인품평회의 가장 큰 특징은 평가자가 전부 여성이라는 점, 와인생산 연도(millésime)는 물론이고 평가되는 와인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평가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오직 숫자만 표기된 와인병을 두꺼운 천으로 철저히 가린 후 진행된다는 점(dégustation à l’aveugle), 또한 대부분의 와인 품평회의 운영 방식인 팀 구성을 통한 토론과 의견 조율의 과정을 배제하고, 철저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와인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여성 심사자들이 , 개인별로 이미 부여된 고유번호가 적힌 테이블을 찾아 착석을 하고, 콩쿠르 위원장의 불어, 영어 인사말이 있은 후에 바로 와인 평가에 들어간다. 행사 전 의례 있을법한 한 두차례 시음 교육 과정이나 설명은 따로 없다. 그도 그럴것이, 거의 한 두달 전 부터 이메일로 와인과 관련된 개인의 소속과 프로필, 경험등을 묻는 질문에 답을하면 주최측의 확인과 판단에 의해, 시음 능력을 갖추었다고 인지되는 지원자들에게 소환장(convocation )과 공정한 심사를 약속하는 선서문이 발송되기 때문이다. 이 소환장과 신분증을 가지고 본인 확인절차를 끝낸 후에만 시음장에 입실할 수 있다. 실제로 한 호주여성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아, 어처구니 없이 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이밖에도 인상깊었던 것은, 시음 평가 당일, 절대로 향수를 뿌리고 오지 말라고 수차례 안내 이메일을 통해 공지가 나갔다는 점이다. 향수냄새가 와인의 향기(아로마 arôme, 부케 bouquet )와 섞여서 평가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이다. 전체적으로, 행사의 진행과정을 체계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특이할만한 점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독 홍콩, 일본여성들의 참가율이 아주 높았고(이 행사 참석을 위해 미국 거주 일본 여성 수십명이 단체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들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사쿠라 여성 와인 어워드(Sakura women’s wine awards)라는 명칭의 콩쿠르가 2014년부터 시작되어 여성이 주체가 된 신뢰할 수 있는 콩쿠르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일본 평가자로부터 들었다.한국 와인도 그곳에 출품되어 좋은 성적을 받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격려에 기분이 좋아졌다. 일본 평가자가 많은 반면 의외로 중국 여성들은 거의 없어서 놀라웠다 .물론 프랑스 여성을 비롯하여 유럽 여성들의 참가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각기 국적이 다른 세명의 평가자가 한 테이블에 착석을 하고, INAO 표준 시음 와인잔과 생수, 커다란 OMR카드처럼 생긴 불어 혹은 영어로 표기된 평가용 기록대장, 타구, 커다란 바게트빵(다음 단계 와인을 평가하기 전에 입가심의 용도로 쓰임)이 잘 셋팅되어 있는지 확인한 후, 소믈리에에 의해 세명 각각에게 서로 다른 와인이 서빙된다. 필자와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온 경력 7년의 오놀로그(œnologue :와인 전문가),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와인 관련 여행(oenotourisme )을 주관하고 있는 젊은 여사장이 같은 테이블에 배정되었다. 와인관련 분야는 여러가지가 있고, (와인생산자, 소믈리에, 양조학자, 양조 컨설턴트, 와인 비평가,네고시앙, 와인 판매, 마케팅,와인교육 담당자 등등)이런 행사는 다양한 와인산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서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인맥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드디어, 시음에 집중을 하며 항목별로 체크를 통해 서빙된 와인을 평가하는 순간, 이내 적막이 흐르고, 혀에서 와인 굴리는 소리, 타구에 뱉는 소리, 바게트 씹는 소리, 사각거리는 연필소리외에는 들리지 않는다. 한국에서 여고시절 무감독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굉장히 분위기가 진지하다. 섬세한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콩쿠르라서 그런 듯. 그리고 한 와인당 평가 시간은 오분 남짓 빠른 속도로 해야하므로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각각의 와인을 평가하는 총점의 기준은 20점 만점으로, 시각적 항목 2점, 후각적 항목 6점, 미각적 항목 12점으로 구성되어있다 . 덧붙여서 ,와인이 상하거나 변질된것이 발견되었다면, 어떤 근거인지 적어내야한다. 필자는 총 5개의 와인에서 후각적인 이상을 감지하였다. 레드와인에서 버섯냄새나 곰팡이냄새가 나는 경우, 또는 병원 소독약 냄새, 재래식 화장실 냄새가 옅게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와인에서는 질낮은 나뭇조각 ,젖은 널빤지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어떤 화이트 와인에서는 다시마 냄새 , 노골적인 풀냄새 때문에 본연의 과일향을 두꺼운 커튼으로 가린듯한 안타까움이 표출되기도 하였다. 초반에 크레망(crémants)도 심사하였는데, 크레망이란 쉽게 말해서 샴페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것이다. 즉 기포가 있는 와인으로,프랑스의 상파뉴(Champagne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알자스, 보르도, 부르고뉴, 루아르, 쥬라 JURA, 리무LIMOUX, 디으DIE)에서 생산된 가성비 좋은 스파클링 와인을 의미한다. 이어서 르와르지방의 소비뇽 블렁품종의 화이트 와인, 프로방스 지방의 여러가지 색깔의 로제와인(옅은 회색부터 연어색, 모란꽃색을 띈 장미색, 체리나 딸기 뉘앙스의 장미색) 등 24병을 평가하고 오후에는 역시 24종류의 보르도 , 론의 레드 와인을 평가하는갓을 끝으로 행사는 종료되었다.물론 중간에 즐거운 점심 만찬과 대화는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많은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흡사 한국에서, 호텔 결혼식에 초대된듯 정성껏 준비된 점심식사를 다양한 국적의 와인을 사랑하는 여성들과 함께 하며, 오전에 평가했던 와인들중 특별히 좋았던 와인의 번호를 기억해 두었다가 한 쪽에 준비된 와인코너에서 가져와 코스요리로 준비된 식사와 이리저리 궁합을 맞춰보며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이 오렌지 소스로 조리된 가금류 요리와 제가 높은 점수를 준 이 보졸레 와인이랑 잘 어울리지 않나요 ? » «아니지, 그 쌩따무르(Saint amour)보다는 , 좀더 복합적인 꽃향기가 매력적인 이 플뤠리(fleurie)가 더 나을꺼 같은데요 ? » "이 프와그라랑 게브뤼츠트라미너 와인,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요? 반드시 프와그라랑 소테른이나 쥬랑송와인을 곁들여야할 필요는 없죠. 안그런가요?" «과일케이크랑 뮈스카는 또 어떻구요. 환상적이네요. 꼭 크리스마스 같아요. » 이러한 와인콩쿠르의 목적은, 소비자들이 와인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의도가 크다.그리고 이런 콩쿠르에 출품되어 평가를 받으려는 와인들은 대부분 유명한 샤토에서 생산된 것들이 아닌, 소규모 포도원에서 비교적 적은 양으로 만들어진 데일리 와인(daily Wine )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와인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에서 구할 수 있는 오래된 특정빈티지의 특정 포도원의 와인들이 아닌,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 와인 코너에서, 그날 그날 식료품을 사면서, 일상적인 식사와 곁들일 수 있는, 대부분 5년 미만 빈티지의, 소매가격도 그리 높지않은(대체로 3-10유로 사이), 그런 와인들이 출품된다. 심사위원단의 평가 결과는 금(15-17점), 은(14점), 동메달로(13점) 순위가 매겨지며, 실제로 그렇게 평가된 와인은 금색, 은색, 스티커가 병마다 부착되며, 그보다 상위개념으로(18-20의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 꾸드꿰르(coup de coeur)라고 불리는 등급을 부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심사위원 특별 추천 와인, 특별히 인상깊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와인들이 받을 수 있는데, 이렇게 선별된 와인들은 특별히 하트모양의 표기가 첨부되어 판매된다. 와인의 나라답게, 프랑스에서 만날수 있는 이런 종류의 와인평가는 와인 전문 언론의 주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식탁에서 느끼는 맛의 세계를 더욱더 풍부하게 해준다. 행사를 마치고 하루를 같이하며 어느덧 친해진 우리들은 파리의 봄만큼 아름다운 미소의 꽃망울을 터뜨리며, 날씬한 첨성대처럼 생긴 공원 안의 귀여운 탑들 사이로 아쉬움을 남긴채 함께 걸었다. 귀한 와인을 투자가치나 재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수집하려고하는 일부 남성들의 세계와 대비하여,이 시대의 평범한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일종의 독서와도 비교될 수 있는 그것은 모든 감각 기관이 나이를 초월하여 항상 젊음으로 깨어있도록 도움을 주는 활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와인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한 미각적 시각적 후각적인 갈망이 평가라는 채찍질을 통해 더 한층 진화된 미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줄테니까. 단 조건이 있다. 알콜의 남용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언제나 소비는 적당하게 !(L’abus d’alcool est dangereux pour la santé, consommez avec modération !)
(다음 회에 계속)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메일 :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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