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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43)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45-1.jpg


감독 : 송해성


주연 : 강동원(사형수 정윤수). 이나영(문유정)


개봉 2006년 9월 14일


 

사람이 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어린 시절 학교에서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 에 대해서 배웠다.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난해했던 명제였음이 분명하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말이 스스로 이해되어 졌다. 난 사람이란 남다른 소질을 타고난 사람을 말하는 것이며, 든 사람이란 지식이 있는 사람이며, 된 사람이란 인품 적으로 품위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다.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은 스스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관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성숙한 인품이다. 동물은 태어남으로 동물로써 완성된다. 영국에는 개를 키우려면 개 학교에 보내야 한다. 개 학교에서 견공이 가져야 할 예절을 배우게 된다. 함부로 짖지 않는 것, 개끼리 만나면 뒤쪽으로 돌아가 냄새 맡지 않는 것, 길을 홀로 건너지 않는 것, 사람을 물지 않는 것 등이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개들은 길을 건너기 전에는 반드시 앉아 주인의 명령을 기다린다. 주인은 뒤에 올지라도 먼저 가서 길을 건너기 전에 앉아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게 된다. 그런 개들을 보면 훈련 잘 받았다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는 개일 뿐이다. 짐승은 태어남 자체만으로 짐승으로서의 완성된다. 그러나 사람은 태어남 자체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 사람이 가진 약점이자 장점이다. 사람은 교육을 통하여 사람으로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물론 태어남 자체만으로도 사람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은 존귀하기에 그 존귀함을 얻기 위해서는 거룩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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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개봉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영화를 통해 주인공 정윤수와 문유정을 만난다.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다. 물론 정윤수 역을 소화해 낸 강동원이나 문유정 역을 담당한 이나영 배우는 실존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사형수로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윤수와, 삶의 무게를 못 이겨 세 번이나 자살에 실패한 유정의 현실 앞에 내 인생이 서 있다. 영화는 살아 있는 유기체적 문화 코드이다. 영화는 한두 시간 남짓 자신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한 사람의 생애에 기억 될 만큼 생명력은 길다. 사람들은 종종 배우라는 인간과 극중 인물과 혼동한다. 그들을 서로 분리할 수는 없다지만 적어도 극중 인물은 배우의 삶과는 다르다. 주인공역을 담당하는 배우의 중요함도 있다지만 극중 주인공이 말하려는 메시지를 들어야 영화를 바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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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수, 그는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린 동생과 함께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한 지하도에서 신문과 박스에 의존해서 잠을 자다 동생은 사랑하는 형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된다. 그 후 그의 삶은 영화에서는 침묵하지만 그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성장했는지 짐작하게 된다. 결국 사형수로서 그의 삶은 영어의 몸이 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 영어의 몸으로 손목에 수갑을 찬 특수 죄인으로서 몸부림을 하게 한다. 함께 있는 주변 죄수들에게 위압감을 준다. 그것이 그의 존재한다는 증표였다. 그는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악하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것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러한 그에게 문유정이 나타난다. 그녀 역시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윤수와는 달리 유복한 부모를 만났다.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었다 생각한다. 부모를 잘 못 만났던 윤수에게 부모가 짐이 되었고, 부모를 잘 만났던 유정도 부모가 짐이 된다.


 

사람은 모두 크고 작은 아픔이 있게 마련이다. 아픔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일 것이다. 동물에게는 아픔이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아픔은 생물학적 아픔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아픔인 것이다. 윤수의 아픔은 자신을 버린 부모, 앞을 보지 못하는 동생을 지켜주지 못한 형으로서의 자책감이다. 유정에게서의 아픔은 열다섯 살 때 사촌 오빠에게 강간을 당한다. 그 사실을 엄마에게 이야기했지만 집안 체면을 생각하여 오히려 유정을 나무라며 입 밖에도 그 사실을 꺼내지 말라 야단맞게 된다. 그 상처로 인하여 마음은 언제나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된다. 자신의 아픔에 대해 유정은 윤수에게 이렇게 고백하게 된다.

 


"남들한테 가시 같아 보이는 것이, 그것이 내 상처가 될 때는 우주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은 적당히 빼버리면 끝날 가시라 생각한다. 자신이 경험하는 고통은 우주 보다 크다 표현하며, 타인의 고통은 인내하라고, 참으라고, 기도하라고 성의 없이 내 뱉는다. 그것이 인간사의 현실이다. 시간의 흐름도 그러하다. 하루 밤을 지내는 것이 얼마나 고통의 시간이며 긴 시간인지를 고통당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러나 고통당하지 않고 구경하는 사람에게 하루 밤은 잠시 잠깐 흘러간다. 아니 짧을 뿐이다. 고통당하는 이들에게 도덕적, 교훈적인 훈계는 오히려 그의 고통을 더하게 할 뿐이다. 윤수가 사형수로서 살아가는 동안 그에게는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원리적 가르침을 말할 뿐이다. 그것이 그의 화를 돋우고, 오히려 수용생활을 거칠게 하도록 장려하게 만든다. 그의 행동을 보고 스스로 거룩하다 하는 이들은 생각한다. "죄지은 사람은 자유한데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죄인처럼 살아간다." 그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은 그 앞에서 죄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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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내 인생에 새로움을 선물한다. 그러하기에 영화를 단순 오락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구도자의 자세로 영화를 본다. 물론 영화를 보는 내내 웃기도 하고 편안하며 자유로운 모습으로 영화를 본다. 영화 속에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유정은 내 안에 있는 소녀요, 윤수는 내 인생의 어릴 적 모습과도 닮았다. 물론 이 표현은 상징적 표현일 뿐이다. 내 인생에게도 아픔이 있다. 그 아픔은 유정의 표현대로 온 우주보다도 큰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러한 내게 돌을 던졌다. 나는 그 돌에 맞아 한 동안 숨을 죽이며 살아야 했다. 윤수도 그 돌에 맞았으며, 유정 또한 그 돌에 맞았다. 그래서 그들은 한없이 울었다. 윤수는 울음대신 폭력으로 자신의 슬픔을 감추려 했다. 유정은 자살이라는 죽음의 수단으로 자신의 아픔을 무마시키려 했지만 결국 그들은 진정한 만남 앞에서 서로의 아픔을 내려놓게 된다.


 

그들의 아픔을 내려놓는 것은 용서였다. 유정은 자신의 아픔을 감싸주지 못한 어머니를 용서한다. 윤수 역시 세상을 용서한다. 그들의 용서는 사회적 체면 문화를 벗어 던진다. 사람들은 지난 일들을 끄집어내기를 즐겨한다. 그래서 그것의 시시비비를 가리려 한다. 모두가 잊어버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지난 일들이 두각 되어 온 세상을 헤집어 놓는다. 그 일을 주관한 사람은 그렇게 혼란 속에 빠진 백성들을 보고 즐겨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한국 정치이며, 우리네 민족의 가슴속에 깊이 뿌리내린 용서의 잘못된 문화다. 용서하기 위해 옛 것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용서한다면서 그 일의 장본인들을 찾아내어 교도소로 보내는 것이 우리네 정치적 풍토다. 그들에게서 진정한 용서는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용서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이득을 보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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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용서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되는 사람으로서의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나를 용서한다는 것은 나를 감싸고 있는 혈통적 관계성이다. 멀리 있는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가까운 가족들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 잊지 못한다. 아니 잊으려 노력하지 않고 그것을 절기별로 끄집어내어 협박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윤수는 사형수로서 마지막 숨을 쉬면서 죽음의 두려움을 비로서 고백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용서한다. 그를 버린 부모를 용서한다. 아니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유정도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들은 진정 사람이 되어 간다. 죽음으로 사람이 되고, 용서함으로 사람이 되어 간다. 내 안에 더럽혀진 것들을 끄집어내어 용서의 맑은 물에 씻어낸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금 일어나 내 인생을 짓누르지 못하도록 십자가 앞에 작은 무덤을 만든다.

 


우행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이제 끝이 났다. 매주 목요일 그렇게 그들은 행복한 시간을 그들 스스로 만들어 갔다. 세상의 화려함은 없지만 마음과 마음을 나누고, 영혼과 영혼을 나누는 그들의 세계 속에서 그들은 사람으로서 완성되어 갔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리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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