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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19.06.12 01:07
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16)-'빈엑스포(VINEXPO )2019 보르도(Bordea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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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16) 어느 한국 여인의 눈에 비친 ´빈엑스포(VINEXPO )2019 보르도(Bordeaux)’ 2019년 5월13일부터 5월16일까지 2년마다 열리는 빈엑스포가 보르도에서 개최되었다.(Bordeaux parc des expositions ) 6월에 행사가 있었던 2017년 19회와 다르게 5월로 그 날짜를 한 달 앞당겼고, 그 규모도 이전비해 삼십프로 정도 대폭 축소 된 것을 실감하였다. 2015년 행사때는 빈엑스포에 찾아오신손님들께 여러 와인들을 설명해드리고, 와인을 제공해 드리는 일을 하느라, 정작 나 자신은 많은 시음을 못하고 끝이나서 아쉬웠던 기억, 반면,2년전에는 수많은 마스터 클래스 참가, 독특한 와인들을 찾아 시음을 하느라 대규모로 조성된 전시장 이곳 저곳을 누비며, 저녁때는 더위까지 먹고 거의 기진맥진하여 쓰러졌던 기억이 스쳐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 지칠만큼 규모도 크지않고, 그리 덥지 않아서 덕분에 동선도 줄이고, 원하는 것들을 효과적으로 볼 수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올해 1월에 이미 대규모로 « 와인 파리2019 »(wine Paris2019)가 최초로 개최됨과 동시에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고, 앞서 삼월에 독일의 프로바인, 사월에 이탈리아의 빈이탈리라는 대형 박람회가 이미 종료된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후에도 빈엑스포 엑스플로러(VINEXPO explorer)라는 새로운 행사가 처음으로 보졸레(Beaujolais) 에서 열릴 예정이며, (2019년 9월29일부터 시월 1일까지) 내년 1월에 와인파리(Wine Paris )행사와 연합하여 빈엑스포 파리(VINEXPO PARIS 2020)행사를 크게 치룰예정이고, 그외에 아시아 상하이 빈엑스포도 올해 10월에 있기 때문에 규모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여겨진다.그러나 식전 행사로 5월 12일 오후 네시부터 여덟 시 까지 빨레 드 라 부흑스에서 열린 그랑크뤼 와인 시음행사나, 빈 엑스포 무역 전용 이브닝 파티(The blende), 보르도 시내 골목 골목 숨겨진 장소에서 여러 와인 조합들이 협업하여 시행한 다채로운 시음회들은, 축소된 규모에 따른 약간의 섭섭함을 상쇄해 주었다. 이번 20회 행사의 슬로건은 쉐이프 더 퓨쳐 ´Shape the future’로 29개국에서 골고루 와인이 출품되었으며, 그 중, 터키, 베트남, 스웨덴 이렇게 3개국이 새로 참가하였다. 총 1600개의 서로 다른 와인조합이 참가하였고, 그 중 15%가 2017년 행사에서는 참가하지 않았던 업체라고한다. 개최국이 프랑스이니, 당연히 프랑스의 유명한 포도원, 네고시앙, 와인가문이 대거 참여하였는데, 그 중 기억나는 와인 조합을 열거해보면, 베르나르 마그레즈, 바롱 필립 드 로췰드, J.M.CAZES, 알베르 비쇼, 앙리 부르주아, 샹파뉴 볼렝저, 이브퀴으롱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전시장 깊숙이 좋은 위치에 위풍당당히 자리잡고 있었고, 많은 부분, 소유주 혹은 그들의 가족들이 대거 출동하여 바이어들에게 그들의 와인을 서빙하며, 직접 설명해주고 있었다. 와인 산업은 참 가족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큰 샤토나 도멘의 소유주의 자식들은 거의 예외없이 대를 이어 겸손하게 포도원의 일을 배우고 묵묵히 조상의 기업을 이어나간다. 보르도에서 살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그들을 직접 만나보면,그들은 자식들의 교육또한 잘 시킨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좋은 포도를 수확하고, 좋은 포도주를 생산하는 것 만큼이나 아주 반듯하게. 이번에도 여러개의 마스터 클래스가 개설 되어, 인기가 많았던 몇개의 강좌를 들었는데, 아르헨티나 멘도사 지역의 말백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은 한 가족(Catena Zapata)의 이야기와 그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가져온 와인들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발표자로 나온 여인은 그곳 포도원 소유자의 딸로,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라는 직업까지 과감히 포기해 가면서,90년대 중반까지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자신의 고향 아르헨티나 와인을 알리며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모두가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 장소에 심은 말백(Malbec )이라는 포도품종, 그걸로 만든 아르헨티나만의 독특한 풍미를 지닌 와인으로 근 이십년의 짧은 세월동안 드라마틱하게 성장하기 까지의 이야기가 곁들여진 깊고 진한 와인의 향기는 오래도록 맴돌았다. 또다른 ,기억에 남는 역동적인 마스터 클래스는, 네명의 젊고 장래가 촉망되는 소믈리에들이 나와서 각각의 와인을 선정한 후 앉아 있는 관객들의 와인잔에 서빙이 끝나면, 이야기 콘서트 형식으로 와인의 맛과 향을 설명하고, 관객들에게 와인의 품종과 지역은 무엇인지 대답하게 한 후, 정답을 알려 준다. 그 후 그 포도품종과 지역을 심화하여 설명하고, 어울리는 음식도 추천하면서, 왜 그 음식과 어울리는지 설명해주는,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던, 매우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선정한 와인의 포토품종은 꽤 다양했고, 많이 상업화 되지 않아 쉽게 접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아서 좋은 공부가 되었다. 예전같았으면, 세계 소믈리에 대회 프랑스 우승자인 올리브에 뿌씨에씨나 필립 포브락씨가 혼자서 진행하는 시음 프로그램으로 이런 종류의 마스터 클래스를 구성했을텐데, 올해는 ‘shape the future’라는 슬로건처럼, 미래의 꿈나무들을 내세워 프로그램을 만든것이 행사의 취지와도 잘 부합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한, 이번 엑스포에서는, 지난 2017년과 마찬가지로, 이미 전세계적인 대세라 할 수 있는 오가닉 와인이 와우WOW( world of organic wines)라는 이름으로, 총 10개국 150명의 비오(bio), 비오다나미(biodynamie)생산자들에 의해 넒은 공간을 차지하며 전시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서 성황리에 이루어졌다.호주의 살레나 에스테이트( Salena Estate Wines), 프랑스의 샤또 데 꼭씨넬(Château des Coccinelles), 칠레의 에밀리아나(Emiliana)등이 기억에 남는다. SO2 (디옥시드드수프르dioxyde de soufre, 혹은 안히드리드쉴퓌휘anhydride sulfureux라고 불리워지는 포도주의 산화 방지제)의 사용 범위와 투입량, 화학적 성분 없이 땅을 비옥케하려는 여러가지 자연 친화적인 방법들, 즉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농축된 맛으로 진하고 순수하게 떼루아를 표현하려는 여러가지 독특하지만 의미있는 시도들----암소의 거름을 소 뿔속에 채워 땅에 묻고 겨울을 난다든가, 식물의 뿌리에(포도도 식물이므로) 더 많은 양분 공급을 위해서, 허브나 민들레등을 동물의 뼈나 소의 창자에 넣고 그대로 땅에 묻어 숙성시킨 후 퇴비로 사용하는 방법등---마지막으로, 포도 재배부터, 와인의 생산, 숙성 , 시음하는 모든 과정들을 서양 점성술적인 관점에 기반을 두고 땅(뿌리), 공기(꽃), 물(잎), 불(과실)등의 4요소로 분류하여, 불의 속성을 지닌 과실의 날에는 포도주 시음을 하는 것이 좋고,(이때가 포도주 맛이 최 절정에 이른다고 비오디나미스트들은 말한다.)공기의 속성을 지닌 꽃의 날에는 농사를 쉰다든가 하는, 정통 과학에 기반한 양조법에서 좀 떨어진, 어찌보면 약간은 동양적이고, 미신같은 논란을 내포하고 있는 실험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질문명과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들은 먹고 마시는것 만큼은 문명 발달에 역행하며,오롯이 자연주의로 가고싶은 모양이다. 이러한 자연주의적 경향이 좀 더 심화된 베건 와인(vin végan)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것도 큰 기쁨이었다. 프랑스인으로 태어나, 페리고 지방에서 농사를 지으며, 거위를 키우고, 푸와그라를 팔던 자연주의자, 지금은 스페인에서 베건와인을 만들고 있는 토마(Thomas)씨와 그 동료들과의 만남은, 박람회 둘쨋날, 거의 막바지에 우연히 이루어졌다. 토마씨는 말한다. “베건 와인도 넓게 보면, 일종의 비오 와인(vin bio)이죠. 근데 둘이 다른점은 꼴라쥐(collage: 와인을 만드는 과정중, 단백질에 기반한 물질을 넣어, 와인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유물이나 불순물을 응결시킨 후 제거하여 혼탁도를 줄이는 과정을 말한다.)를 할 때, 뭘 가지고 하느냐에 있죠. 보통, 비오, 비오디나미 와인이라고 해도 대부분 꼴라쥐를 할때는 생선의 부레로 만든 풀(colle de poisson),계란 흰자나 카제인, 젤라틴, 알부민같은 단백질 성분을 투입해서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알부민이라는게, 동물의 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성분 아닙니까. 우리 같이 베건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런것 대신, 감자나 콩, 밀같은 곡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포도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있죠. (Collage)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랍니다. “ 와인들과 사람들과의 많은 만남으로 행복했던 며칠이 지나고, 엑스포 행사가 끝나는 날 늦은 오후,그 큰 전시홀을 홀로 조용히 걸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모두가 나름대로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고(shape the future),와인 세계에서 그 미래의 모습은, 예전처럼 몇몇 유명한 것들에 의해 절대적으로 주도 되는 그런 모습은 아닐것이며, 독특한 다양성과 자연주의적인 것들이 많은 부분을 이루게 될것이다. 더불어서, 전시장 눈에 띄는 좋은 자리 곳곳에 큼지막하게 설치된 일본인들에 의한 공간(사케를 홍보하고 시음하는 전용 공간, 사시미나 스시같은 일본 음식만을 파는 식당,프랑스와 일본의 쉐프가 연합하여 탄생시킨 현대적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등등), 거기에 줄서있는 서양인들의 행렬, 매일 황금시간대에 개설된 일본 전통주 마스터 클래스, 대다수의 큼지막한 대형 전시부스마다 자리잡고 앉아있었던 넘쳐나는 중국인 직원, 중국인 바이어들의 자신만만한 모습들은 나를 슬프게 했다. 우리나라에도 전국2000개가 넘는 양조장이 있고,(와인뿐 아니라 막걸리, 전통주 포함),훌륭한 건강식인 한식이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IT기술이 있고, 외국어 잘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우리나라의 아주 조그만 흔적조차도 이 엑스포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일까? 공교롭게도 행사가 끝난 16일에는 보르도의 큰 아펠라씨옹, (appellation))패싹 레오냥(Pessac Léognan)의 창시자인 와인업계의 거목이 구십년 넘는 생을 마감하고 타계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 다음 날에는 거의 사십년간 이 지구상에서 와인 평론에 있어서 거의 절대적인 제왕으로 군림했던 한 미국남성의 공식적인 은퇴 선언이 있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옛것이 가고 새것이 오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노력 여하에따라 보수적인 와인 세계도 충분히 개편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총명한 우리 한국인들이 못할것도 없지않은가. 지속적으로 협력해서 우리의 술과 와인, 음식을 알리고, 세계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보편성을 찾아 발전시켜 나간다면, 그 언젠가는 세계적인 와인엑스포 현장에서 우리의 술과 음식, 문화를 발견하게 될 날이 오지않을까 ? (다음 회에 계속)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메일 :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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