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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9.07.02 19:12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47) 더 사이더 하우스 (The Cider House Ru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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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47) 더 사이더 하우스 (The Cider House Rules)
감독 : 라세 할스트롬 출연 : 토비 맥과이어(호머 웰스). 샤를리즈 테론(캔디 켄달). 마이클 케인(닥처 월버 라치) 개봉 : 2000/06/03 인간은 끈임 없는 법을 만들어 간다. 인간이 만든 법은 오히려 인간을 삼켜 버리는 블랙홀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인간은 법의 노예가 됩니다. 법대로만 한다면 세상은 살 가치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인 작가 '소노 아야코' 의 작품인 <중년이후>에 기억에 남을 만한 일화를 이야기 한다.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체육 시간이 끝이 난 후 교실로 들어왔을 때 한 학생의 교복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범인은 다름 아닌 그 반 아이 여학생으로 알려 졌다. 반 친구들은 그 아이를 좀도둑으로 몰아 붙였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의 시각은 달랐다. 교복을 잃어버린 학생을 조용히 부른다. 그 아이에게는 여러 벌의 교복이 있었지만 교복을 훔친 아이는 그렇지 못한 형편이었다. 당시만 하여도 교복이 귀했기에 선생님은 교복을 잃어버린 학생에게 오히려 교복을 훔친 친구에게 교복을 선물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래서 결국 교복을 훔친 아이는 교복을 선물 받게 되는 아름다운 광경을 회상한다.
법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때 충성스러웠던 충정들이 정권이 바뀜으로 역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찾아낼 수 있다. 결국 사람이 법을 만들었지만 그 법은 사람을 지배하는 권력이 된다. 가끔 뉴스에선 안타까운 장면들을 보도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처벌할 법 조항이 없다 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관련된 법안을 만들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저들의 임무인 것처럼 굳혀가고 있다. 인간은 법 없이 살 수 없는 걸까? 산 속에만 살 때면 가능하겠지만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려면 반드시 법이 필요하다. 문제는 법보다는 그 법을 다루는 사람의 문제다.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법을 적용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복을 훔친 학생을 법으로만 판단 한다면 그녀는 분명 도둑으로 낙인 찍혔을 것이다. 그러나 법 이전의 사람으로 그녀에게 자유를 허락해 주는 것, 이것이 인간을 존중해야 하는 법이 갖는 기본 정신이다. 1999년에 개봉된 영화 <사이더 하우스>는 대공항기의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한 고아원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세상과 연결해 주는 유일한 통로인 낡은 기차, 주인공 호모는 가끔 역으로 나가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마치 멀리서 날아오는 먼지와 냄새를 통하여 상황을 판단하는 동물 세계와 흡사한 광경을 연출해 낸다. 호머는 윌버 라치 원장 선생님에 의해 키워진다. 어렸을 적 몇 번의 입양을 거절당하고 라치의 수제자로 성장하게 된다. 사이더 하우스는 3개의 법이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첫째는 호모가 주인공이 되어 기존의 법이었지만 호모를 통하여 알려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아원을 운영하는 이사회의 법과 그 법을 반대하여 고아원을 운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라치의 법, 그리고 마지막 법은 호모가 겪게 되는 사과 농장의 규칙이다. 이사회의 법은 언제나 이론적인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고아원은 오래 전에 문을 닿아야 할 것을 원장 리치는 알고 있다. 그래서 원장 역시 법조항이 아닌 그만의 법을 만들어 고아원을 운영하게 된다.
주인공 호모는 그러한 이사회의 법과 원장의 마음의 법 테두리에서 태어나게 되고 의사로서 성장하게 된다. 물론 그는 의과대학을 구경하지도 못했다. 원장 리치는 하버드 의대를 우수하게 졸업한 능력자였다. 그만의 법대로 주인공을 자신의 수제자로 만들기 위해 그만의 법을 만들어놓게 된다. 이사회에서는 원장을 갈아치울 것으로 알고 있기에 미리부터 그의 법을 적용하여 호모만이 고아원을 이끌어 갈 수 있음을 이사회 측에 전달한다. 두 법이 서로 싸우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원장은 알고 있다. 원장이 찬성하면 이사회에서는 내용을 들어 보기도 전에 반대를 해 왔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원장 스스로가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회에 라치가 만들어 놓은 호모의 이력을 던져 주면서 개인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밝히게 된다. 자신이 반대해야만 이사회에서는 찬성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호모는 어렸을 때와 꿈 많던 시절을 보냈던 고아원을 떠나게 된다. 낙태수술을 하러 왔던 미모의 여인의 도움으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그의 인생에 처음으로 새로운 하늘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하늘 뿐 아니라 바다를 본다. 바닷물에 닳고 닳은 유리병조각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그의 새로운 삶은 시작된다. 그가 세상에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사과 농장에서의 잡부 일이었다. 농장에도 그 농장만의 법칙이 있었다. 농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법칙이 없어도 농사짓는 일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았다. 호머가 그곳에 있음으로 법칙이 그들에게 알려 졌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글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법이 있은들 그 법을 읽지 못하였기에 무용지물인 셈이었다. 호모에 의해 읽혀진 규칙들은 다섯 가지였다. 1. 침대에선 담배를 피우지 말 것. 2. 술 취한 채로 기계작동하지 말 것. 3. 지붕 위에서 식사하지 말 것. 4. 지붕 위에서 잠을 자지 말 것. 5. 한밤중 지붕 위에 올라가지 말 것. 농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러한 법을 몰랐어도 우리는 잘 해 왔다는 것이다. 호머는 이런 규칙들을 초월하여 마음의 법으로 모두에게 희망을 선물해 준다. 호머의 대부인 라치 역시 이러한 법속에 갇혀 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마음의 법을 따르고 있었다. 호머를 위하여 졸업장을 만들고 의사 면허증을 위조하여 만들어 낸다. 사회적으로 본다면 학력위조라는 중형 해당하겠지만 고아원 운영을 위해선 마음의 법이 우선되어야 함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사회에서는 새로운 의사를 요구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장이 이사회의 법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정확한 표현이라면 이사회 간부들에게 허리를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추구하는 법의 기준은 고아원을 잘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조항을 잘 따르는 원장을 원했던 것이다. 라치는 알고 있다. 이사회가 주장하는 대로 사임을 하고 새로운 의사를 구한다 한들 산골에 사명감 있게 올 의사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영화는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간다. 틀 속에 갇힌 자아를 해방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어두웠던 자아에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는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원장은 그의 아들들이요 원생들에게 잠자기 전에 이 말을 새겨 준다. "Good night you Princes of Maine you kings of New England !" "잘 자라 ! 매인의 왕자들아 뉴잉글랜드의 왕들아." 지도자의 덕목은 희망을 선물해 주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달음질하게 하는 것이다. <사이더 하우스 룰> 오래 된 영화지만 그 영화는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양심의 법칙들에 대해 질문한다. 미래의 꿈을 짓밟고 붙잡게 하는 고착된 법은 무엇인가? 이 땅에 새 법이란 존재할 수 없다. 법이 없어서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법이 있기 전 인류는 더 행복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살아냈다. 강력한 법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악하다는 증거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법조항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선한 양심의 법이어야 한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리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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