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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사회칼럼
2019.12.16 20:28
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 (55)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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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심원의 영화로 세상 읽기 : (55)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 허진호 출연 : 한석규(정원), 심은하(다림) 개봉 : 1998 .1.24 개봉 / 2013 .11. 6 재개봉, 영화는 고정관념에 갇혀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깨어진 고정관념은 곧 또 다른 고정관념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사상은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자유를 줄 수 없다. 인간이 만든 철학과 이념과 사상은 틀을 만들고 인간으로 하여금 그 틀에서 자유를 토로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진정한 자유란 자유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야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를 향해 기치를 높이 흔든다 할지라도 그 자체가 또 다른 틀이 되기 때문이다. 1998년에 개봉되었고 2013년에 재개봉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그런 의미에서 고정관념을 깨트려 준다. 그 말은 곧 또 다른 고정관념을 관객으로 하여금 만들어 주는 틀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주인공 '정원'(한석규)은 시한부 인생을 살아 내고 있다. 이 땅을 사는 모든 인생은 어떻게 보면 죽음을 향해 갈 수 밖에 없는 시한부적 인생을 산다. 그럴지라도 시한부 인생이라 낙인찍히는 것은 질병으로 인하여 죽음의 시기를 과학적으로 예견 받은 자를 일컫는다. 동네 어귀에 있는 작디작은 초원사진관을 아버지의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그의 직업은 사진을 찍는 업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인생을 남기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그에게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사진관을 찾는 몇 안 되는 고객들 역시 그에게는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다. 주인공은 일상의 삶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유했을까? 종교적 의미가 아니라 단일성이면서 희귀성에 초점을 맞추려 하였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매일 받는 것이 아니다. 일 년에 한 번만 받을 수 있으며 그 기회조차 희미할 뿐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8월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기로 스스로 결정한다. 그의 목숨이 유지할 수 있는 시한부적 시간을 감안한 것이다. 그는 인생을 마무리 하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습니다.” 주인공의 기억 속에 추억이 되지 않는 당신은 그에게 있어서 누구란 말인가? 어렸을 적 짝사랑했던 소녀일까?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술을 마시면서 시한부 인생임을 고백했을 때 함께 울어 주었던 진정한 벗일까? 구청소속인 주차단속 요원인 '다림'(심은하)이 일까? 그녀는 거의 매일 사진관에 들러 불법 주차 차량의 사진을 인화해 가면서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주인공의 여동생은 오빠가 그 나이 먹도록 여자 친구 없다며 핀잔을 준다. 그 핀잔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반듯하게만 살지 말고 좀 비뚤어지게 살아도 되지 않는가 라는 반문이기도 하다. 사진관의 새로운 기계들을 작동하는 방법을 일일이 설명하여 스티커를 붙여 둔다. 자신의 공백을 메워 줄 그 사람을 위한 주인공의 친절한 배려이며 선물이다. 주인공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도 진천되지 않았고 친구와 더불어 곁길로도 가지 않았으며, 단지 주어진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 마지막 종착역을 향해 다가갈 뿐이다. 그의 생은 마감했다. 8월의 여름 그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기억은 온통 선물뿐이었다. 삶 자체가 선물이며, 사진관을 통해 만나는 모든 고객들이 선물 그 자체였다. 그 선물은 추억이 되지 않고 삶의 한 모퉁이 조각이었다. 일상이 선물이 되지 않는다면 그 무엇으로도 선물로 대신할 순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생은 선물을 망각하며 살아간다. 선물이란 희귀성이다. 귀하게 여길 수 있는 의미가 부여 되어야 한다. 바닷가에 쌓여 있는 모래 한줌을 집어 주며 선물이라 말할 순 없다. 그러나 그것도 선물이 될 수 있다. 의미만 부여된다면 어느 보석보다도 값진 선물이 될 수 있다. 선물은 가치에 있지 않고 의미로 결정되어진다. 흔하게 굴러다니는 돌덩이 하나일지라도 의미가 담겨진다면 최고의 귀중품이 될 수 있다. 내 인생은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성장했다. 작은 냇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시기를 경험했다. 성년이 되어 그 냇가를 방문했을 때 눈물만 흘렀다. 그곳에서 주먹 두 세게 만큼 크기의 돌멩이를 주워왔다. 수석이라 할 수 없는 못생긴 돌덩이 그 자체였다. 집을 비운 사이 쓸모없는 돌덩이 여서 정원 한 모퉁이에 버려져 있을 때 안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있음을 새삼 발견했다. 내게는 그 돌덩이에 다이아몬드 그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삶은 화려하지 않다. 총천연색이 아니라 흑백의 세계일 수 있다. 생을 살아내면서 어려움과 고난, 고통을 극복해 낼 때 마다 색상이 하나씩 더해진다. 그러나 총천연색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주인공처럼 잠시 스쳐가는 삶이었고 인생 색상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흑백의 상태였지만 그 자체가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다. 삶 자체가 선물이다. 적어도 주인공은 그렇게 생각했다. 영화에 담겨진 압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나라를 구할 만큼의 위대한 업적을 쌓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름도 없이 소시민으로서 지구촌 한 모퉁이에서 조용히 살다 생을 마감할지라도 그 삶 자체는 하늘의 선물이다. 어떠한 추억과 바꿀 수 없는 보석인생이라 할 수 있다. 민족적 저항 시인이라 불리는 윤동주님의 시를 고백하지 않더라도 삶 자체는 그 길을 걷고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 위해 몸부림하는 것은 소시민의 일상이다. 영화가 고정 관념으로 다른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것이라면 인생역시 그러하다. 살아 온 만큼 고정관념이 생기기 마련이다. 고정관념이란 고장난 생각이다. 다른 각도로 해석하면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답답해 보이지만 그 사람에게선 그 길이 살아 온 인생이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해답이기도 하다. 고정관념이 나쁜 의미로 사용되어지는 것은 다른 관념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념은 어떻게 보면 가치중립적이다. 그것이 한 사람에게 들어가 고정이 된다. 고정이 된다는 것은 삶의 방식이며 인생을 헤쳐 나가는 혜안이며 길이 된다는 의미다. 분명한 사실은 내 안에 각인된 고정관념에 다른 고정관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 열린 관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그런 의미에서 열려 있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의 길을 가야하는 닫힌 관념의 소유자였다. 그 누구도 그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없는 그만이 걸어야 했던 시한부적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살아온 만큼 아름다운 것이다. 경험한 만큼 행복의 재료가 된다. 물론 아니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더 많을 것이다. 살아온 만큼 고통이라 말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삶이 고통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지만 고통으로 해석되지 않고 행복으로, 기쁨으로, 아름다움으로 해석해 낼 수 있는 것이 열린 고정관념의 소유자일 것이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72억 명의 사람들은 닮은 듯 닮지 않은 삶을 각자 살아내고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힘쓰며 살아내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내 인생이 걸어온 발자취가 추억이 되며 시기를 초월한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된다. 박심원 유로저널칼럼니스트 - seemwon@gmail.com -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 카카오톡 아이디: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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