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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서른 일곱 번째 이야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만나랴

바람이 서늘한 어느 겨울 밤.
은하수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남반구(뉴질랜드)의 차가운 겨울 바다,
쏟아지는  별무리를 바라보며,
북반구,  작은 나라에서 태어난
김환기의 그림과
김광섭의 시를 생각했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그때 봤던, 은하수 만큼은 아니겠지만, 와인을 만드는 포도의 품종 또한 밤하늘의 별처럼, 화가 김환기가 화폭에 찍어 놓은 점 들 처럼 많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200804_105115.jpg
어디서 무엇이되어 다시만나랴 - 1970년 김환기


또한, 별들이 생성되고, 진화하고, 마침내 소멸 해 버리거나, 재 탄생 되듯, 포도 품종또한  이런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걸 본다는 사실은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필록세라'라는 해충에 의해, 유럽의 포도원이 쑥대밭이 되기 전 까지, 보르도 메독 지방에서 널리쓰이던 포도는 카르메네르(carmenere)였다. 고향이 보르도이고,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의 돌연변이(mutation)로 알려져 있는 이 포도는, 필록세라 이후, 해충에 약한 성질때문에 거의 보르도에서는 멸종 되었고,  거기서는 잊혀지다가, 1990년대에 칠레에서 재발견되었다. 거의 두 세기 동안 칠레에서는 메를로(Merlot)라고 생각하며 재배해 왔던 이 포도가 사실 알고보니, 이 보르도에서 사라진 카르메네르 였던 것이다. 태어난 고향에서 번영과 소멸을 거쳐, 지구 반대편으로 유랑을 떠나, 새 하늘과 새땅이라는 좋은 인연을 만나, 잘 뿌리를 내린후 알마비바같이 칠레를 대표하는 훌륭한 포도주의 원료로 부활한 카르메네르의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많은 자손을 퍼뜨렸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존재감이 희미한 구애블렁(gouais blanc)같은 포도도 있다.

 구애블렁은 원래, 크로아티아가 고향으로, 당도나 산도도 낮고, 특별히 향도 별볼일 없는데, 그래도 튼튼해서 번식력 하나만은 끝내줬던, 한마디로  질이 낮은 포도 품종이었다. 구애(gouais)란 원래 '구(gueux)'라는 말에서 파생된 이름인데, 그것은 '거지'라는 뜻이다. 구애(gouais)는 거지같은 자신보다 신분이 높았던, 질좋은 포도주를 만드는데 쓰이던 연약하고 까탈스런 피노누아와 자연스럽게 결합하여, 많은 지손을 두게 된다.  대표적으로, 보졸레 지방의 가메(gamay), 부르고뉴에서 백포도주를 만들때 쓰이는  샤르도네와 알리고테를 들 수 있다. 옆동네 알자스에서는, 석회질 토양에서 잘 자라는 오쎄루아(Auxerrois)품종이, 루아르(Loire)의 낭트 근처에서는 '믈롱 드 부르고뉴'(Melon de Bourgogne), 혹은 뮈스카데 (Muscadet)라는 이름의,  가볍고 요오드같은 미네랄 풍미를 지닌 포도의 조상이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로 식별되는 약 700개의 포도 품종이 있을 때, 그 중 78개가 구애 블렁의 직속 혈통이라고 한다. 구애블렁은, 자기 자신은 아주 볼품없었지만, 자기보다 훌륭한 자손들을 많이 둔 덕에 (왠만해서는 구애블렁보다 맛없는 양조용 포도를 찾기가 힘들다.) 기억해야할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못난 것들도 이렇게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고, 세상이 꼭 잘난것들에 의해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혈통관계가 분명히 밝혀진 품종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부모가 누군지 그 유래를 밝혀내지 못한 것들도 있다. 항상 신비로운 느낌을 어느정도 간직하면서, 거의 모든 적포도 품종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피노누아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리즐링도 생각해 본다 . 또한, 프랑스 루이 14세가 특별히 사랑했다는 짙은 버섯냄새가 가미된 단맛 나는 헝가리 와인 토카이를 만드는 푸르민트(furmint)가 그렇고, 보르도 소테른 지방에서 역시나 단맛나는 와인을 만드는데 많이 쓰이는 무스카델(muscadelle)이 그렇다. 특별히 푸르민트 같은 경우는, 나중에 밝혀진 바로, 프랑스 쥐라지방의 대표품종 사바냥(savagnin)이나, 알자스 지방의 트라미너(traminer)와 유전학적으로 가까운 친척이라고한다.

포도품종은 와인의 기본 스타일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에 의한 양조 기술이나, 기후,토양같은 자연적인 요소도 물론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모든것들에 선행하여, 포도 품종은 와인 시음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1차 향기( arôme)를 지배하고, 확실한 개성을 드러내면서 전체적인 와인의 인상을 규정짓는다.
그냥 '포도 품종'이라고 하면 될 것도 같은데, 굳이 프랑스에서는 '쎄빠쥬'(cépage)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른다. 이 말은 16세기 후반부터 쓰였고, 라틴어 '씨퍼쓰'에서 유래 되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간단히 말해서, 단어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생물학적, 유전학적으로 비슷한 성질을 가진 '포도 묘목(cep )들이 함께(ages) 있는 것'이라고 정의 할 수 있겠다. 당연히 비슷한 성질을 지닐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시음 했을때, 감각기관을 통해 전해지는 공통된 프로필이 존재 할 것이다.
양조용 포도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기에, 쎄빠쥬만 연구하고, 묘사하는 학문
 이 따로 있을 정도다.  그걸 특별히, '암펠로그라피'라고 부른다.  전에 칼럼(와인의 도시에서 박카스를 만나다.)에서 잠깐 언급 했듯  '디오니소스'에게는 '암펠로스'라는 동성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안타깝게도 일찍 죽고 말았다. 비탄에 빠진  디오니소스는, 사랑하는 친구가 죽은 바로 그 자리에, 포도를 심었는데, 그것이 덩쿨(cépes)을 이뤘다는 신화가 모티브가 되어, 자연스럽게 '암펠로'는 포도와 관련된 단어의 접두사처럼 쓰이게 되었다.

쎄빠쥬는 포도 품종의 범위 중에서도 특별히,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에 속하는 것들을 주로 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티스 비니페라'는 밝혀진 바로, 전체 포도중에  약 30%만을 차지할 뿐이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공식적으로 양조용 포도로 인정된 것들 외에도 다양한 포도의 종류가 존재하며, 그것들로 와인을 만들지 말란 법은 없듯이, 와인의 다양성은 헤아릴 수 없는 '무한 궤도'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무한 궤도'에 빠져, 허우적대는 시간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와인을 만들고 싶다면, '클론(clone)선택'(La sélection clonale)이라는 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효과적'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실용주의'(pragmatism)의 냄새를 강하게 맡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부를 이룬 국가를 생각해 볼 때, 단연코 미국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은 수 많은 포도 품종중, 각 포도주 산지의  떼루아에 맞는 클론을 잘 선택하여 짧은 시간 안에 와인 시장의 발전을 거두었다. 주로 1950년대를 전후로 미국의 경제성장과 영향력 확대에 따른 와인 시장의 대중적 성장또한 필요했기 때문이다.
클론은 유전자를 '복제'하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보통, 번호로 표시해서 분류하고 있다. 같은 피노누아(Pinot noir)품종이라고 해도, 그 DNA안에 여러가지 다채로운 성질이 잠재해 있다. 실제로 피노누아는 클론의 종류가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며, 많은 신대륙 와인 생산자들은 그 클론중에 자신이 만들고 싶은 스타일에 맞는 피노누아 클론은 선택하여 포도주를 만든다. 부르고뉴 꼬뜨 도르에서 채취한, 피노누아 클론 번호 777과, 아벨(Abel)클론이 복합적인 향미를 내는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

그런데, 이 클론 선택에는 편리함과 가성비가 좋은 장점 대신, 아주 치명적인 단점또한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와인의  표준화(Uniformisation)이다. 개성없는 와인들이 만들어지는데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시대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유명한 평론가 몇사람이 평가해 놓은 자료만 가지고, 점수 높은 것들만 사들이던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이 그만큼 똑똑해 지기도 했고, 다양한 가치들 (예를들어 비오디나미 (biodynamie )용법을 통한 양조방식의 변화라든가, 외부의 개입을 최소화한 내추럴 와인의 부상, 입맛의 다양화, 기후의 변화에 따른 최적의 쎄빠쥬 선택의 변화 등)이 존중받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에 쓰였지만 잊혀진 쎄빠쥬나, 지역성을 간직한 별로 유명하지 않은 토착 쎄빠쥬를 탐구하는 일들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듯 하다.

비록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속에 사라져야' 하는 유한한 인생이지만,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하나가 나를 내려다보고
이렇게 많은 사람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보는 내가 있듯이 '

'나의 빗깔과 향기에 일맞는'
단 하나 
나만의 쎄빠쥬를 만날 수 있다면,

어깨위로 쏟아지는
은하수에 휘감기듯

삶 자체가 황홀한 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200804_105848.jpg
제목: 필자와 은하수 / 사진:David Kang.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메일 :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
 현재  프랑스에  거주중.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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