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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와인칼럼
2020.09.15 20:15
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39) -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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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서른 아홉 번째 이야기 좋은 균, 나쁜 균 ,이상한 균 자연이 위대한 것은, 시간의 영속성을 따라 순환하는 기운데, 끊임없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며, 변화하기 때문이 아닐까 ? 시간이 모든걸 데려간다는 말처럼, 영원할 것 같았던, 체감 온도 40도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포도를 수확하고 양조하는, 일년중 포도원이 가장 바쁜 계절이 찾아왔다. 코로나라는 대재앙 아래서, 2020년은 포도주에 어떤 흔적으로 남을 것인가? 부르고뉴에서는, 역사적으로,그 어느때보다 빠른 , 즉, 팔월 초,중순부터 포도 수확이 시작되었다. 프랑스 동쪽, 부르고뉴와 론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보졸레 에서는 이미 오늘(9월 14일) 날짜로, 많은 포도원들이 포도 수확을 끝내고, 본격적인 양조에 착수하였다. 포도의 과숙을 걱정하고, 수확 날짜가 앞당겨지는 이 모든 현상들은, 지구 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프랑스 남동쪽 포도원들은, 가뭄의 피해때문에, 작년보다 생산량이 육 퍼센트 정도 줄어들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확을 기다리는 부르고뉴 포도밭 사진: 서 연우 며칠 전 이루어진 한 통계 조사에 따르면, 요즘 한국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하여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데 반해, 서양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라는 기후 변화를 코로나 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모든 농작물이 그렇듯, 와인또한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산도가 그리 높지 않으면서, 잘 만들면 약간의 유질감이 느껴지는 풍성한 복숭아 향의 백포도주를 만들 수 있는 비오니에(Viognier) 품종, 그리고, 원래 이란이 고향 이지만, 프랑스 남동쪽 론 지방에서 역사와 함께 아름답게 꽃을 피웠던 적포도주 품종 시라(Syrah)를, 요즘에는 태국에서도 재배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다. 습도가 많고, 온도가 높은 태국의 기후가, 프랑스 론 골짜기의 기후처럼 변해가고 있나보다.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칠레 남아공 같은 신대륙에 비해, 유럽같은 구대륙의 와인들은 기후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구대륙의 포도 지배자들은 토양과, 일조량, 강수량, 기후, 지형, 온도등을 잘 관찰한 후, 거기에 알맞는 포도품종을 잘 선별해서 그들만의 문화와 전통, 기술과 결합하여 최고의 결과물의 만들어내려고 오랜 시간을 두고 노력하여왔다. 그들이 쥬라기때 형성된 부르고뉴의 이회암과 석회질의 토양 아래 피노누아와 샤르도네가 가장 적절하다고 결론지어 선택했던데 반해서, '고사리'같은 고생대 식물이 번성했던 시절의 토양을 품은 뉴질랜드에서도 피노누아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뉴질랜드 고사리 / 사진: 서 연우 물론, 부르고뉴의 피노누아와는 아주 많이 다른 느낌의 와인이 나온다. 어떤 평론가는 뉴질랜드 피노누아를 일컬어, '과일 폭탄'이라는 한마디의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은은하게 퍼지는 꽃향기, 버섯향기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부르고뉴의 피노누아에 비해, 자두향같은 과일향이 중점적으로 진하게 표현되는 특징을 짧고 명확하게 언급한 것이라 생각된다. 다양한 뉴질랜드 피노누아 / 사진: 서 연우 이처럼 구대륙은 테루아를 바탕으로 와인을 만들고, 신대륙은 포도 품종 중심으로 와인을 만든다. 왜냐하면, 구대륙은 강수량 일조량같은 자연적인 조건의 편차가 각각의 해마다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생산년도또한 와인 의 질을 표시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신대륙은 기후나 강수량같은 것들이 대체로 일정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대륙 와인에서 빈티지(생산년도)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이 두가지다 번거롭기도 하고, 편리하기도 한, 각각의 장 단점이 있다. 그래도 이왕이면 개성을 나타내는, 그 해의 하늘과 땅이 가졌던 특징을 오롯이 담아낸 와인(vin de terroir)을 만드는 일은, 자칫 단순하게 정형화된 맛과 향만 줄 수도 있는 포도품종 중심의 와인(vin de cépage)을 만드는 것 보다 더 설레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완성품인 와인이 나오기 전까지 어떤 형태의 결과가 나올것인지 전혀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앙같이 변모하는 자연조건 앞에, 때로는 무력할 수 밖에 없는게 인간이지만, 그렇다고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으리라. 테루아가 잘 표현된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인간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로, 발효를 위한 효모(levure)를 선택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포도를 따서(Vendanges), 발효(fermentation)시켜, 숙성(élevage)한 후, 마신다(Dégustation)´ 라고, 한 문장으로 양조에 관한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단순화 시킬때, 알콜발효 과정은 달걀에 있어, 노른자같이 중요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알콜 발효 과정을 담당하는 균이 효모라고, 일찌기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밝히고 있다. 그 여러 종류의 효모중에서도 특히,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지애'(saccharomyces cérévisiae)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기포가 없고 단맛이 과도하지 않은 적포도주, 백포도주, 로제와인같은 스틸 와인(Still Wine )에서 포도당을 알코올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바다가 보이는 뉴질랜드 포도원 / 사진: 서 연우 뉴질랜드 포도원의 해충방지 / 사진: 서 연우 '토착 효모( Levures indigènes)´는 말 그대로, 자연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 효모를 의미한다. 포도껍질을 하얗게 덮고 있는, 가루같은 물질을 연상해 본다면 이해가 쉬울것이다. 이런 자연상태에서 포도와 포도원에 존재하는 효모를 모아, 작은 주머니 형태(pied de cuve)를 만들어, 포도즙(moût de raisin)에 파종(ensemencement )하는 형태로 삽입하면, 알콜발효가 이루어진다. 보통 이런 자연 효모는, 알콜 발효 초기에, 발효를 강하게 촉진 시킬 수 있는 추진력을 보여 준다. 자연 발효 (fermentation spontanée)를 주관하는, 이 자연 효모야말로 그 포도원, 그 지역만이 지닌 차별화된 맛과, 포도 품종 자체에서 나는 1차 향(arômes variétaux, arômes primaries )을 잘 발현하기 때문에, 고유한 테루아를 표현하기에 제격이다. 효모에도 테루아가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면, 많은 연구 결과로 미루어 볼때, 효모도 떼루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설명이 된다. 그러나, 토종효모가 반드시 장점만 있는것은 아니다. 위험부담이 있다. 일단, 와인의 맛과 향이 어떤 결과로 도출 될 것인가, 백프로 예상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자연 효모는, 외부의 이상한 세균에 의한 오염에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초산(acide acétique)같이 식초향미가 있는 지방산(acides gras)들로 구성된 휘발성 산도(acidité volatile)가 증가할 경우,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식초같은 와인이라!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반면에, 이와 대척점에 위치한, 인공 효모(LSA ; Levure séche active)는, 상업적으로 만들어져, 테루아에 의거한 고유한 특징을 잘 나타내지 못한다고 상당히 폄하되기도 하지만, 그 나름의 장점도 돋보인다. 보통, 말려져 냉동된 형태로 만들어 판매되는 인공 효모는, 30-40도의 미지근한 물에15-30분 정도 녹여서 발효 전, 포도즙에 삽입하는데, 일단 모든 과정들이 편리하고,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다. 만약, 와인에서 특별히 원하는 향기가 있고, 표현하고 싶은 느낌이 있다면, 목적에 맞게 배양 효모를 선택할 수 있다. 동전을 넣은후, 누르면 정확히 나오는 커피자판기처럼 말이다. 이런 배양효모가 빛을 발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알코올 발효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멈추는 난감한 경우를 만날때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Arrêt fermentation) 배양 효모중 알코올의 내성이 강한 것을 선택해, 투입시켜주면, 발효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발효가 갑자기 멈추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한가지를 들자면, 알코올에 내성이 약한 자연 효모가 알콜 발효를 주관하는 경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자연 효모는 알코올에 내성이 강한것도 있고, 약한것도 있는데, 배양효모처럼 겉포장지에 적혀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오롯이 자연의 힘에 의존하게 되는것이다. 일반적으로, 인공효모는 가성비가 좋고, 보졸레누보(Beaujolais Nouveau)같이 탄산가스 침용 방식(Macération carbonique)에 의해 제조되는 와인에서, 알콜 발효때 생성되는 와인의 2차향(arômes secondaries , arômes fermentaires)이 더욱더 풍성하게 발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기포가 약간이라도 존재하는 와인에서 그 존재는 돋보인다. 흔히, 많은 프랑스인들이, 보졸레누보의 인공적이고 표준화된 향미를 놓고, '상업주의에 물든, 영혼 없는 와인'으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꼭 위대한 와인만이 존재가치를 지니는건 아니기때문에,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될 수 있는, 배양 효모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처럼, 발효에 관여하는 효모균같은 좋은 균이 있는가 하면, 포도의 생육에 방해가 되는 나쁜 균도 존재한다. 포도잎에 흰곰팡이가 원인이 된 반점이 생겼다가, 다시 갈색으로 변한 후 급기야는 잎이 말라서 떨어지는 치명적인 노균병(Mildiou)을 예로 들 수 있다. 많은 포도원을 오랜 세월동안 괴롭혀온 이 현상을 없애기 위해, '부이 보흐들레즈' (Bouillie Bordelaise)라는 살균제를 예방 치료 측면에서 사용한다. 보르도 유명 사토에서 개발되었기에 '보흐들레즈'라는 명칭이 붙었고, '뒤섞어 끈적거리고 걸쭉한 죽'같이 만들었다 해서, '부이'(Bouillie)라고 일컬어지는 이것은, 황산구리와 수산화 칼슘을 혼합해서 만들었다. 어느덧 6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시대 . 본고장 프랑스의 와인 시장또한 잔뜩 위축되는 광경을 일상에서 통렬하게 보고, 듣고 느낀다. 팔리지 않고 창고에 가득쌓여있던 와인들은 손소독제로 재활용되고,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수출도 난항이다. 축하할 일이 없는 요즘, 그래서일까, 유난히 샴페인같이 기포가 있는 와인 판매량이 많이 줄었다는 소식들을 접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계속 만들어 질 것이며, 계속해서 우리의 삶에 위로와 활력을 줄것이다. 잘 만들어진 와인은 액체로 형상화된 '타임 캡슐'이다. 그 해, 자연의 입김과 사람의 손길을 찰라에 가둔, 미지의 '엑스 파일( X-file)'이며, '결정적인 순간' '도전'과 '응전'에 헌사한 한 장의 위대한 '사진'이다.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메일 :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 현재 프랑스에 거주중.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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