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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20.11.02 20:09
차이와 반복, 그리고 관계
조회 수 1117 추천 수 0 댓글 0
최지혜의 예술 칼럼 (264) 차이와 반복, 그리고 관계 작가 이우환은 자신의 작품이 오브제를 보는 사람과의 관계, 시간과의 관계, 그리고 이러한 모든 관계성에서 형성된다고 말했다. Lee Ufan, Relatum- Gravitation , 2007-2008 즉, 그는 작품 안에서만의 힘이 아니라, 작품 밖, 그리고 관객과의 힘의 균형까지 생각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조각품 중 하나를 설치하고 있는 이우환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품들을 창조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재생산, 재제시라고 말했다. Lee Ufan, Relatum - counterpoint, 2004 그가 재생산하고 있는 요즘 작품들은 대개 캔버스나 벽에 아주 조금밖에 터치 안한 것들이 많다. 왜냐하면 그는 아주 작게 터치된 부분의 주변이 어떤 바이브레이션을 일으켜, 공기가 밀도를 가지게 되고 마침내 공간이 열리고 그것이 장소가 되게 하고자 했다. Lee Ufan, Dialogue, Space, 2008 만약 그 점 하나만이 작품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실패작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것의 위치라든지, 뭔가 억양이라든지, 점이 가지는 힘, 에너지라든지 여러 가지가 필요해요. 그림도 그림에 나타나지 않는 많은 것과 연관시키는 하나의 매체에요." 이우환, 조응 (Free-standing), oil on canvas, hinged diptych 각 227x182x4cm(설치: 227x364x30cm), 2003 점이라는 존재가 대상인 점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공간이라는 장소에서 무가 되어 그 공간을 더욱 환하게 열리게 하고 보는 관객들에게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 의도이다. 이우환은 인도의 구루 파파지의 말, "Stop Everything! And just Be!"와 같은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우환, Dialogue(대화), 2010 이것은 올해 5월, 코로나19로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바닥을 치고 있었던 미술 시장에서 6억원에 낙찰되었던 이우환의 작품이다. 가로 181.8cm에 세로 227.3cm 대형 캔버스에 양쪽으로 명도가 다른 회색 점 하나가 살짝 오른쪽으로 그려진 것이다. 흰색과 검은색 돌가루를 기름에 섞은 안료로 그린 점 외에 화면은 텅 비어 있다. 그는 무지(無地)의 캔버스에 하나의 점을 찍는다. 그는 그것이 시작이라고 했다. 그리는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을 관계 짓게 하는 것이다. 터치와 논터치의 겨룸과 상호침투의 간섭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여백 현상이야말로 회화를 열린 것이 되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의 장소는 정해진 어떤 곳도 아니고, 작품이 그려지는 캔버스도 아니다. 특정 연관이나 자극을 주었을 때 열리는 장소성이다. 이것이 바로 그에게는 '무'이자, '여백현상'이다. 이것은 또한 들뢰즈의 잠재성이기도 하다. 들뢰즈의 긍정된 그 잠재성은 육체를 통해 행위로 혹은 물질과 공간으로 전환되어 현재화된다. 이렇게 행위 또는 물질-공간으로 전환되면서 이루어진 잠재성의 현재화는 과거의 공허한 반복이 아니라 잠재적인 실재의 이행이고 끊임없는 생성이며 변화이다. 우리는 큰 종을 쳤을 때 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종소리가 공기, 공간으로 울려퍼지는 것을 듣고 느낀다. 이것이 작가 이우환이 말하는 장소성이자, 여백현상이고, 들뢰즈의 잠재성이다. 이우환은 '종'처럼 하나의 오브제를 완벽하게 재현하려 했던 근대주의를 부정했다. 그는 오브제는 단지 들뢰즈의 말처럼 하나의 '계기'일 뿐이지 그 자체가 아니라고 말했다. 오브제는 단지 오브제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생성을 만들어내는 '힌트'로써 작용할 뿐이다. 아니쉬 카푸어, Cloud Gate, 2004-2006 시카고에 있는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 'Cloud Gate'도 오브제 자체가 아니라, 이것이 자연, 건물, 인간, 그리고 공간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에 주목한다. 아니쉬 카푸어도 반복 속에서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가 다시 반복되면서 전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재가 무가 되고 무가 존재가 되는 관계를 형성하는 작품을 생성하고 있다. Anish Kapoor, Descension 2015, Acciaio, acqua, motore, 500 x 500 cm 검은색 염료를 녹인 대량의 물을 회전시켜 발생하는 소용돌이로 그는 우리들에게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연금술적인 질문들로 물체 자체와 그것의 에너지의 잠재성에 대한 사유, 그리고 이것을 통한 전체 우주의 존재와 에너지에 대한 역설적인 개념의 형성을 보여준다. 아니쉬 카푸어, Yellow, 1999 6미터 정방형의 이것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림이 아닌 조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마치 거대한 모노크롬 회화를 입체화, 공간화한 듯, 회화이면서 네거티브 형태의 조각이자, 미술품이면서 건축물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것은 아니쉬 카푸어가 바넷 뉴먼의 거대한 모노크롬 회화의 숭고한 아우라에 공감하여 만든 작품이다. 아니쉬 카푸어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3미터의 홀을 만들고 그 위에 노란색 안료를 12번 덧칠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작품의 빛을 발하는 거대한 색채와 텅 빈 공간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눈과 몸 전체로 인지한다. 그리하여 눈, 몸, 공간, 그리고 인지의 모든 관계속에서 경이로움과 숭고함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다음에 계속…) 최지혜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 아트컨설턴트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페이스북 : Art Consultant Jihy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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