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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의 음악일기
2020.11.17 02:06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조회 수 1879 추천 수 0 댓글 0
크리스티나의 음악일기 (15)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남자는 여자의 아버지와 소송을 한다. 제자는 스승의 아내를 사랑하고, 스승이 죽은 후 여인의 주변을 맴돈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 그리고 요하네스 브람스의 이야기이다. ▲ 클라라 슈만, 요하네스 브람스, 로베르트 슈만 (왼쪽부터) 로베르트 슈만과 요하네스 브람스는 스승과 제자 사이이다. 또 제자 브람스는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40년 동안이나 짝사랑했다. 슈만은 스승인 프리드리히의 딸 클라라와 결혼하기 위해 3년간의 법정 소송을 불사했다. 결국 그들은 결혼에 성공했고, 결혼 후 서로에게 음악적, 정신적 동반자가 되어주었지만, 슈만은 후에 자살 시도를 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클라라는 남편 슈만을 끝까지 곁에서 지켰고, 브람스는 그런 스승의 아내 클라라만을 바라보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1956년 슈만이 죽고 난 이후 그들의 관계는 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았다. 그저 그렇게 서로의 곁을 지키며 남은 세월을 살다 1895년 클라라는 영원히 브람스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1년 뒤 '자유롭지만 고독한(Frei aber einsam)' 삶을 살던 브람스도 죽음을 맞이한다. 독일의 낭만주의 시대를 이끌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최근 종영했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과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배경으로 귀에 익숙한 많은 곡들이 흘러갔다. 그중 몇 곡을 소개해본다. 로베르트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Robert Schumann <Träumerei> 트로이메라이'(Träumerei)는 독일어로 꿈, 몽상이라는 뜻이다. 1838년 작곡된 피아노곡 '어린이 정경(Kinderszenen)' 13곡 중 7번째 곡이며, 어린 시절의 동심을 동경하고 추억하는 어른들을 위한 곡이다. 슈만은 친구이자 작곡가인 칼 라이네케에게 이 열세 곡은 '다른 어른들을 위한 한 어른의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어른을 위한 동요'같은 그 모음곡의 일곱 번째 곡인 트로이메라이는 우리 귀에도 제법 익숙하다. 제1곡 미지의 나라들 (Von fremden Ländern und Menschen) 제2곡 신기한 이야기 (Kuriose Geschichte) 제3곡 술래잡기 (Hasche-Mann) 제4곡 보채는 아이 (Bittendes Kind) 제5곡 만족 (Glückes genug) 제6곡 큰 사건 (Wichtige Begebenheit) 제7곡 트로이메라이 (Träumerei) 제8곡 난로가에서 (Am Kamin) 제9곡 목마의 기사 (Ritter vom Steckenpferd) 제10곡 약이 올라서 (Fast zu ernst) 제11곡 거짓말 (Fürchtenmachen) 제12곡 잠든 아기 (Kind im Einschlummern) 제13곡 시인의 이야기 (Der Dichter spricht) 슈만은 1838년 2월 24일자 일기장에 <트로이메라이>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다. (▲로베르트 슈만 <어린이 정경> 초판악보 표지) "2월 24일 토요일, 소품 <트로이메라이> 작곡" "Sonnabend, d. 24.(…)–das kleine Ding <Träumerei> komponiert–(…)" 그의 일기장과 편지들에서 이 곡들이 클라라와 많은 영감을 주고받으며 작곡한 곡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1839년 3월 24일 클라라는 슈만에게 "여기서 이야기 하는 '시인'이 내 것이라는 사실, 행복이 너무나 크지 않아요? '트로이메라이'에서는 피아노 치는 당신을 본 것 같아요." 라며 편지를 보냈다. 며칠 후 4월 4일 슈만은 "아마도 내가 수줍게 꿈꾸었던 것들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거야. 사랑하는 클라라, 우리가 아주 행복해 질 거라는 걸 믿어." 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가득 담긴 <트로이메라이>는 잔잔하고 달콤하게 흘러간다. 어린 시절부터 만나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의 이야기와 추억을 꿈처럼 아득하게 떠올려본다. 로베르트 슈만 연가곡집 'Myrthen' 중 <헌정> Robert Schumann 'Myrthen' op.25 <Widmung>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드라마의 마지막회에는 로베르트 슈만의 <헌정>이 흘러나온다. 이곡을 헝가리 출생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것을 주인공이 연주한다. 슈만이 작곡한 낭만적 선율에 리스트의 피아노 기교가 더해져 가슴 설레이는 피아노 독주곡이 되었다. <Widmung(헌정)>은 26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 'Myrthen (미르테의 꽃)'을 시작하는 첫 번째 곡이다. 1840년 슈만은 3년간의 법정 투쟁을 거쳐 어렵게 성사된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이 연가곡집을 신부 클라라에게 헌정했다. Innig, lebhaft Innig는 '진심으로, 마음 깊이, 내적으로' 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lebhaft는 생기 있는, 쾌활한 이라는 뜻이니 '마음속에서부터의 생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곡은 그렇게 사랑에 빠진 이의 벅참과 설렘으로 시작한다. 8분음표 사이의 점음표와 16분음표에 설레임을 담아 피아노 선율이 불규칙하게 뛰어대는 심장소리처럼 건반 위를 두근거린다.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당신은 나의 기쁨, 나의 아픔 당신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 당신은 내가 날아다니는 나의 하늘 당신은 나의 근심을 영원히 묻어버린 나의 무덤 당신은 나의 안식, 나의 평화 당신은 하늘이 내게 주신 사람 당신이 나를 사랑함으로 내가 가치 있어지고 당신의 눈빛이 나를 비추고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어올리니 나의 선한 영혼 그리고 보다 나은 나!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 당신은 나의 기쁨, 나의 아픔 당신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 당신은 내가 날아다니는 나의 하늘 나의 선한 영혼 그리고 보다 나은 나... 클라라를 향해 쏟아내는 슈만의 깊은 사랑 고백 'Widmung(헌정)'의 마지막 다섯 마디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선율이다. 힘겹게 이루어진 그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드리는 기도인 것이다. 피아노 선율이 연주하는 Ave Maria가 슈만과 클라라의 결혼을 축복하는 듯 고요히 기도를 보태며 곡은 마무리된다. 요하네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Johannes Brahms <Violin Sonata No.1 in G, Op.78> 슈만과 클라라의 곡에는 사랑과 신뢰 믿음이 가득 차 있지만 그들을 지켜보던 브람스의 곡들은 고독하고 쓸쓸하다. 하지만 클라라의 슬픔에는 본인의 고독과 쓸쓸함을 뒤로하고 위로를 건낸다. 클라라는 슈만이 죽은 후 남겨진 아이들을 홀로 키웠는데, 막내아들이 앓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브람스는 그 소식을 듣고 짧은 멜로디를 써서 클라라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그게 바로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의 2악장이다. (▲브람스가 클라라 슈만에게 보낸 악보 편지, 사진=Brahms Institut 홈페이지 전재) 바이올린 소나타가 출판 될 때는 Andate 라는 빠르기말을 사용했지만, 브람스가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는 'Andante espressivo' (느리게 감정을 담아) 라고 쓰여 있다. 슬픔에 잠긴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기란 쉽지 않다. 고독한 브람스가 건네는 위로와 진심이 그의 음악에 담겨 잘 전달되기를.... 당신의 하루에도 사랑과 위로의 음악이 흐르기를 바라며 음악 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mchristinay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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