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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의 음악일기
2020.12.15 22:53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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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의 음악일기 (16)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해에 맞이하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름 '베토벤'.
2020년 12월 17일은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다. 전 세계가 베토벤으로 시작해 베토벤으로 끝날 것 같았던 2020년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작해 바이러스와 함께 끝나고 있다. 바이러스와 싸우고, 일상을 위협받고,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 결코 녹록지 않았던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베토벤이 살아냈던 그 치열한 삶과도 많이 닮아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고 했던가?
낯선 시대에 맞이하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깊은 투쟁의 삶 속에서 남긴 베토벤의 음악은 오늘도 여전히 빛나고 있다.

1Beethoven.jpg
▲요셉 칼 슈틸러, ca. 1820, <베토벤 초상화>, 독일 본 베토벤 하우스



베토벤의 '환희와 희망'
교향곡 제9번 <합창>
Sinfonie Nr.9 in d-moll, op.125

베토벤의 삶은 끊임없는 고뇌와 방황으로 굴곡진 길이었다. 가난과 질병, 고독에 오롯이 맞서야 했던 그는 음악을 통해 자유, 평화, 화합, 인간다움을 갈구했다. 청력을 잃고 지독한 좌절을 겪지만 주저앉거나 운명에 굴복하지 않았고 그 세월을 혹독히 견뎌내고 장엄한 화합의 선율 <합창 교향곡>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4악장 <환희의 송가>는 평화와 희망의 상징과도 같은 곡이다. 1985년 유럽연합 공식 찬가로도 지정되었다. 모든 회원국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 '자유', '평화', '결속을 통한 단결'을 표현하는 대표곡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 (Ode an die Freude)>가 교향곡 9번 4악장의 가사로 쓰였다.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광채여 / 낙원의 딸들이여
그 빛에 이끌려 거룩한 성소로 들어가자
시대가 갈라놓은 이곳 / 신비로운 그대 힘으로 다시 하나가 되고
그대의 고요한 날개가 머무르는 곳에서 /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되는 / 원대한 꿈을 이룬 자여
사랑스러운 여인을 얻은 자여 / 모두 함께 환호하라!
이 세상 모든 존재여 / 자연의 품에서 환희를 마시라
모든 선한 사람과 모든 악한 사람 / 장미 꽃길 걸어가고
태양이 장엄한 창공의 운행을 따르듯
형제여, 승리의 영웅처럼 그대의 길을 나아가라
백만 사람들아, 서로 포옹하라!

2l.beethoven.jpg
▲구스타브 클림트, 1901, <베토벤 프리즈>, 오스트리아 빈 제체시온 미술관



베토벤의 '고난과 역경'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월광>
Piano Sonata No. 14 <Moonlight>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 14번은 흔히 '월광', 달빛 소나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베토벤이 직접 붙인 제목은 아니다.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고 5년 후, 독일의 시인 루드비히 렐슈탑이 이 곡의 1악장을 들으며 "달빛이 비친 루체른 호수, 그 위에 떠 있는 조각배를 떠오르게 한다"라고 표현한 것이 큰 공감을 얻으며 '월광 소나타'라고 불리게 된다.

이 곡은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우던 제자이자 그의 연인이었던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헌정 되었다. 연이어 사랑에 실패하고, 청력마저 잃어가며 절망에 빠져있던 베토벤에 다가온 작은 위로. 그 사랑이 달빛에 비친 잔잔한 물결위에 일렁이듯 1악장은 고요하게 흘러간다.
반복되는 동일한 음형 사이로 조심스레 변화하는 화성과, 부드럽지만 무게감 있게 건반 위를 옮겨가는 베이스음들에 베토벤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3베토벤 월광 1악장.png

3악장 Presto Agitato는 고요한 1악장과 대비되는 분위기이다.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폭풍우처럼 마구 질주한다. 베토벤은 본인이 사랑한 여인들과 잘 맺어지지 못했는데 줄리에타 역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꾹꾹 눌러 담은 슬픔과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 한 듯,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건반 위를 채운다.

루체른 호수 물결에 부딪혀 반짝이던 달빛이 베토벤의 오랜 쓸쓸함과 슬픔을 위로하든 빛난다.


4Luzern.jpg
▲스위스 루체른의 카를교 야경 (사진=Luis Kang)


베토벤의 '위로와 사랑'
연가곡 '부드러운 사랑'중 <그대를 사랑해>
<Ich liebe dich> aus 'Zärtliche Liebe' WoO 123 

한국 사람들에게 베토벤의 가곡 Ich liebe dich는 오래전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도입 부분 선율로 더 익숙할 것이다. 베토벤은 치열하게 현실과 맞서며 힘겹게 살아갔지만, 그의 심장은 늘 뜨거웠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위로와 안식을 건넨다.
독일의 신부이자 작가인 칼 프리드리히 빌헬름 헤로세의 '부드러운 사랑(Zärtliche Liebe)' 시가 이 곡의 가사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대가 날 사랑하듯이
아침에도 저녁에도.
그대와 내가 서로의 걱정을 나누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습니다.

그 모든 걱정들은
그대와 내가 함께 나눌 때,
가벼이 견뎌낼 수 있었으며 
내가 괴로움에 쌓여있을 때,
그대가 위로가 되어주며,
그대의 슬픔에 나는 눈물 흘립니다.
그러니 신의 축복이 그대에게 쏟아지기를
그대는 내 삶의 기쁨
신은 나를 위해 그대를 지키고,
우리 둘을 보듬고, 보호합니다.

250년 전 12월에 태어난 베토벤의 음악은 오늘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 숨 쉬고 있다. 그의 음악 안에 담긴 인류를 향한 사랑에 새삼 감동하고, 자유와 화합을 추구하는 평화의 가치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2020년이 지나고 찾아올 새로운 한 해에도 고난과 역경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
고난을 넘어 환희로! Durch das Leiden zur Freude!
절망 속에서도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던 어느 독일 작곡가의 이야기가 지치고 힘든 순간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본다.

"마음에서 나와 다시 마음에 닿기를!"
Von Herzen – Möge es wieder – zu Herzen gehen!
     -루드비히 반 베토벤


음악 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mchristinay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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