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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의 음악일기
2021.04.06 00:00
차별과 혐오 대신 “꿈과 사랑이 흐르는 음악”
조회 수 891 추천 수 0 댓글 0
외국인으로서 타국에 살아가다보면 ‘인종차별’ 주제에 더욱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미국 내 흑인 차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최근 들어 아시아인 혐오 범죄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유럽 내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차별과 혐오를 경험한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고, 끝이 가늠되지 않는 길 위에서 정신적 피로도는 높아지고 조금씩 지쳐간다. 자유, 생명, 신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보편적 가치의 기준이 경제위기, 코로나 위기 앞에서 저울질 당했고 각자가 지닌 서로 다른 무게감이 균열을 일으켰다. 그 갈라진 틈 사이를 비집고 위기 그 자체보다 공격적이고 깊은 생채기를 남기는 차별과 혐오가 자라난다.
거칠고 치열한 삶 앞에 음악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종이 위에 흩뿌려진 콩나물 대가리 음표들은 그 자체로 어떠한 힘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음표가 악기를 통해 연주되고, 누군가의 목소리로 불리워질 때 음악은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선율과 마음이 만나 위로를 건네고, 불합리함에 맞설 힘을 전하며, 세상이 할퀴고 간 상처의 자리를 매만진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음악에게> An die Musik D.547 슈베르트 역시 음악가로서 비슷한 고민을 했었나 보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며 인생의 무게를 오롯이 홀로 짊어진 그에게 위로를 건넨 것은 ‘음악’이었다. 고독한 걸음에 사랑의 온기를 더하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게 한 원동력이 바로 ‘음악’이었던 것이다. 그대 고귀한 예술이여 세상이 어둠에 잠기고 거친 삶의 올가미가 나를 옥죄일 때면 그대 나의 마음에 따스한 사랑을 불 지피고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나를 이끄네 이따금 그대의 하프 선율을 타고 한숨이 새어 나오고 그대는 달콤하고 성스러운 화음으로 보다 나은 시절의 하늘을 내게 열어주네 고귀한 예술이여, 그대에게 감사를 1817년 슈베르트가 20세 청년 시절 작곡한 곡으로 친구 프란츠 쇼버의 시에 곡을 붙였다. 10년 후인 1827년 4월 27일 슈베르트는 이 곡을 오스트리아 빈의 피아니스트 알베르트 쇼빈스키에게 헌정한다.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기본에 충실하게 꽉 찬 화성은 마치 슈베르트의 마음 같다. 담담하게 8분 음표가 이어지고 그 위를 소박하지만 온 마음을 담은 진심 어린 선율이 한걸음 한걸음 발자국을 남긴다.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은 누군가 용기 내어 내디딘 한 걸음의 발자국이 만든다. 그 발자국이 늘어날수록 현실과 이상향의 간극은 좁아질 것이고, 그 흔적을 따라 걷는 이들이 늘어나면 그 자리엔 새로운 길이 날 것이다. 안토닌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Z nového světa Symphony No.9 e-minor op. 95 1892년 보헤미아 출신 작곡가 드보르작은 미국 뉴욕 음악원의 교수직을 제안받고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 미국 땅을 밟는다. 역동적 에너지가 넘치는 땅에서 새로운 광경들을 접했고, 보고 느낀 것들을 곡으로 남겼다. 그는 미국에 머무는 동안 드넓고 광대한 서부로 여행을 하기도 했으며, 이때 흑인 음악과 원주민들의 음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게르만족으로부터 탄압의 역사를 경험한 체코 보헤미아 출신의 음악가로서 흑인과 인디언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던 인종차별에도 동정과 공감을 품었을 것이다. 그는 이국땅 미국에서 흑인 음악과 인디언 음악을 재료로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그려냈다 <신세계 교향곡>으로 알려진 교향곡 9번을 발표한 후 가진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도 흑인음악, 인디언 음악에 대한 관심을 밝혔다. “나는 미국 원주민의 멜로디를 주의 깊게 연구했고, 그들의 정신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흑인 음악과 미국 원주민들의 음악은 거의 비슷합니다. 멜로디를 직접 차용하지는 않았지만 신세계 교향곡을 통해 그 정신을 재현하려고 했습니다." 흑인 음악과 원주민 음악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도레미솔라’ 5음계로 이루어진 펜타토닉 스케일인데 이 음계는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다. ‘아리랑’이나 ‘도라지 타령’ 등 우리나라의 민요도 대부분 ‘궁상각치우’ 5음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신세계 교향곡>은 광고음악에도 많이 쓰이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에도 늘 이름을 올린다. 1893년 작곡된 이곡은 12월 15년 카네기 홀에서 처음 연주되었다. “Z nového svĕta (From the new world)라는 부제목 역시 드보르작이 직접 붙였다. 1악장 Adagio-Allegro molto 2악장 Largo 3악장 Scherzo, molto vivace 4악장 Allegro con fuoco 네 개 악장으로 이루어진 교향곡 9번은 고향을 향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듯한 2악장과 광활한 서부 광야를 가로지르는 듯 웅장한 4악장이 특히 유명하다.
이 중 2악장 잉글리시 호른 멜로디는 드보르작 제자 윌리엄 피셔가 가사를 붙여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 터전 그대로 향기도 높아 지금은 사라진 친구들 모여 옥 같은 시냇물 개천을 넘어 반딧불 쫓아서 즐거웠건만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그리운 고향 아 아 내 고향 밤하늘에서 별들이 반짝일 때면 영혼의 안식처 찾아 헤매네 밤마다 그리는 그리운 고향 영혼의 안식처 찾아 헤매네 그리운 고향 내 고향 세상의 반대편에서 발견하는 서로 비슷한 선율이 놀랍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비슷한 정서가 반갑다. 전혀 달라 보이는 많은 것들의 끝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때면 ‘다름’이 ‘차별’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나의 환상 속에서 올바른 세상을 봅니다 그곳에선 누구나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아갑니다 난 영혼이 늘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요 영혼 깊이 인간애 가득한 그곳 나의 환상 속에서 난 밝은 세상이 보입니다 그곳은 밤도 어둡지 않습니다 나의 환상 속에서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그 바람은 친구처럼 도시로 불어옵니다 난 영혼이 늘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요 영혼 깊이 인간애 가득한 그 곳 영화 <미션>의 삽입곡 <가브리엘의 오보에> 멜로디에 곡을 붙인 엔리오 모리꼬네의 <넬라 판타지아> 가사처럼, 나는 꿈꾼다. ‘다름’이 ‘틀림’으로 비난받지 않는 사회. 그리고 세상이 낸 상처의 조각을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은 ‘모든 사랑으로’ 메울 수 있는 사회를. 세상은 때로 견디기 힘들만큼 불합리하고 모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꿈꾸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희망한다. 마음이 부서진 모든 자리에 ‘사랑’ 한 조각 건네며 음악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mchristinay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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