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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예술칼럼
2022.03.11 17:47
초현실주의는 ‘혁신적인 이상한 일‘ (‘혁신적인 미술 운동의 역사를 새로 쓰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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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는 ‘혁신적인 이상한 일‘ (‘혁신적인 미술 운동의 역사를 새로 쓰다’ 5)
5. 초현실주의는 '혁신적인 이상한 일' 서유럽적 성향에서 주로 이해되었던 초현실주의의 운동은 사실 시작부터 세계적인 영역이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이어 이번 런던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2월 24일부터 8월 29일까지 다시 진행될 전시 'Surrealism Beyond Borders'는 이런 지리학적, 연대기적 한계를 넘어 세계적으로 일어난 진정한 혁신적, 전세계적인 초현실주의의 운동을 보여준다. 2차 세계 대전 바로 직후, 초현실주의는 특히 헝가리에서 다국적 언어나 문화를 강조하던 ‘유럽피언 학교(European School)’의 예술가들에 의해서 새로운 의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들은 유일한 하나의 세상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현대 유럽의 예술이 바로 그 통합성을 대표한다고 여겼다. 여기에서 초현실은 더 높은 현실이 아니라, 더 높고 더 나은 면에서 간주되어진 현실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이후, 이런 초현실주의 운동은 사회 현실주의에 의해 곧 대체되어졌고, 이에 헝가리의 화가이자 그래픽 아티스트였던 러요시 바흐다(Lajos Vajda, 1908-1941)와 같은 작가들의 작품들은 오랫동안 그늘에 숨겨져 있어야만 했다. Lajos Vajda, Utak (Roads), 1940, Photo by Gellert Ament, © The Salgo Trust for Education, New York
바흐다는 전쟁 중에 헝가리를 떠나 파리에 머무는 동안 초현실주의를 접했었다. 마찬가지로 헝가리 화가 주디트 레이글(Judit Reigl, 1923-2020)도 사회주의로부터 탈출해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잉크의 자유로운 리듬과 액션을 초현실주의를 통해 표현했다. Judit Reigl, Untitled, 1954 © Judit Reigl
초현실주의는 이렇게 지극히 관습적인 서구적 이해에서 벗어난 삶의 방식이나, 믿음, 그리고 지식의 형태를 추구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과거를 개선하고 적발하면서 때로는 별개의 전통들을 융합하고 결합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이런 분열과 병치를 통해 다른 환경들과 시대를 가로질러 초현실주의를 추구한 예술가들은 문화와 시대를 아우르는 다차원의 공간 안에서 작동될 수 있는 방식들을 찾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앙드레 브르통의 초대로 1955년 파리의 초현실주의에 처음 가담했던 쿠바 조각가 아구스틴 카르데나스(Agustín Cárdenas , 1927-2001)는 판-아프리칸 서클(Pan-Africanist circles)을 통해서 서아프리카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자신의 시각적 언어를 변형하고, 추상과 구상 사이의 다이나믹하고 토테믹한 조각들을 만드기 시작했다. 그의 조각에는 스페인어로 ‘성인 숭상’이라는 뜻인, 아프리카 토속 신앙의 영향을 받은 카리브제도 기원의 종교인 산테리아의 쿠바적 요소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시각적 전통들도 표현되어 있다. 그는 “나는 파리에서 사람이 무엇인지, 그리고 아프리카 문화가 무엇인지를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Agustín Cárdenas, Jucambe, 1950–59 (Private collection, courtesy of Di Donna Galleries)
과테말라 예술가 카를로스 메리다(Carlos Mérida, 1891-1984)는 1929년 파리에서 멕시코로 가 초현실주의를 알렸다. 그는 유럽의 현대 회화를 라틴 아메리카 테마, 특히 과테말라와 멕시코와 관련된 테마에 최초로 융합시켰다. 그는 아메리카의 토종적이고 역사적인 주제들과 유럽의 모더니즘 요소들을 융합한 친밀한 작업을 위해 멕시코 벽화와 같은 큰 스케일의 묘사적 그림들에 대해 반대했다. 그는 스페인의 침략 전 키체족(K’iche peoples)의 원천을 묘사하는 16세기에 처음으로 기록된 신성한 마야인의 글자인 포폴 부흐(Popul-Vuh) 신화를 탐구했다.
Carlos Mérida, Plate (folio 12) from Estampas del Popol-Vuh, 1943 © 2022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과테말라에서 태어나 마야 키체족의 유산을 가지고 있던 메리다는 이렇게 고대 멕시코에 집중하면서 생물적 형태로 보여지는 초현실주의를 위한 대체적 문화의 모델로써 신화적인 경이로움의 자유로운 시적 형태를 만들어냈다. 터키 화가 윅셀 아르슬란(Yüksel Arslan, 1933-2017)도 초현실주의의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가지고 자신만의 미학을 발전시켰다. 일본의 아방가르드 화가로 잘 알려져 있는 기타와키 노보루(Kitawaki Noboru, 1901-1951)도 ‘미타테’에 새로운 테크닉을 도입했다. ‘미타테’는 17세기에서 19세기 초 일본의 일상 생활이나 풍경, 풍물 등을 그린 풍속화의 형태인 우키요에의 서브장르라고 할 수 있다. 암시나 부조리 그리고 풍자를 담고 있는 ‘미타테’에 기타와키는 전혀 관련없는 물체들을 한 그림안에 나란히 병치시켰다. 그리고 1940년 대에는 기하학과 자연 과학을 접목하여 형태들간의 대립적인 관계를 묘사하기 위해 중국의 주역과 같은 동양철학과 괴테의 색깔 이론과 같은 서양철학의 문체를 모두 활용했다. Kitawaki Noboru, Diagram of I Ching Divination [Heaven and Earth]),1941 © Photo: MOMAT/DNPartcom
기타와키의 이런 도식적인 언어는 복잡한 현상을 시각화하는 도구이자, 당시 전시중으로 혼란스러웠던 일본으로부터의 합리적인 도피이기도 했다. 이렇게 초현실주의는 초현실주의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에게조차 놀라움과 새로운 발견을 연속적으로 제시한다. 나아가 초현실주의는 모더니즘 자체에 대한 폭넓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전 세계의 문화에 침투되어 있는 혁식전인 아이디어들을 미묘하고 포괄적인 초현실주의를 통해서 드러내 보일 것이다.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블로그 : blog.daum.net/sam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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