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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경의 예술칼럼
2022.03.11 18:55
벨기에 예술가, 피터 스톡만스 Pieter Stockmans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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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예술가, 피터 스톡만스 Pieter Stockmans – 2편 "나의 삶은 무엇인 가를 만들고 다시 무너트리는 행위로 가득하다. 이 행위를 통해 남겨지는 것이 무엇이며, 진정한 가치란 무엇인 가에 대해 알아간다." - 피터 스톡만스, 2004 스톡만스는 자신을 자유예술가라고 칭한다. "백자는 나의 창조성을 표현하는 재료중의 하나일 뿐이다. 내가 일찌기 종이를 재료로 창조하는 일을 시작했다면 종이예술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재료가 무엇인 지는 중요하지 않다. 흙이라는 재료는 성형과 소성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도예가들이 창조적인 예술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도자에서 유약과 소성은 도자예술 분야의 장점이며 단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도자예술에서 기술적인 면에 집중하다 보면 예술성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그의 말이 공감된다.
"나의 생각을 하얀 흙으로 빚어 작업장 내의 공간에 설치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설치하는 면적은 200m²에 달하기도 했다.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설치‘라는 방법으로 표현하였고, 나의 작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발견‘하여 ‚전시‘라는 결과로 이끌어낸 것이다. 이 점을 강조하고 싶다." 스톡만스는 도자와 조각을 전공한 후에 디자이너, 교수, 자유예술가라는 세 방향의 일을 병행하였다. 백자로 만들어진 다양한 크기의 형상을 설치하는 작업을 최초로 시도한 도예가라 할 수 있는 그는 자신의 설치작업을 전시를 위해 구상하거나 제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집중해서 해나갔을 뿐이라며, 자유로운 도자예술을 펼쳐보기 위해 산업도자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고 말한다. 이층 작품 전시실에 이르면 스톡만스 스튜디오의 규모에 놀라게 된다. 벽면 위쪽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빛으로 채워진 탁 트인 공간에 다채로운 작품들이 자유롭게 자리잡고 있다. 도자와 공간의 상호작용을 최대한 활용하여 전시된 작품 앞에서 ‚대가‘의 면모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당신도 바람이 부는대로 따라서 이곳에 와서 살고 있는 겁니다." 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는 자신의 작품인 "바람"을 가르킨다. 바람의 영향으로 휘어진 듯한 길고 짧은 띠모양의 백자조각들이 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그의 작품 내용은 다양하다. 자신의 생각을 하얀 흙으로 빚어 사람들에게 전한다. 빚어진 형상은 단순한 형상이거나, 작은 조각이기도 하고, 깨어진 파편이기도 하다. "예술가에게는 무엇을 소재로 제작하는가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는 가가 중요하다. 도자예술 분야에서의 완벽성은 장애가 될 수 있다. 제작과 소성 과정중에 파손되는 부분은 실패가 아니다. 소성된 작품에 균열이 생성되어 있거나, 변형되어 있어도 실망하지 않고 결과물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우린다." 2000년도에 그는 인체 형태를 얇은 백자판으로 형상화하여 패션쇼를 통해 발표하였다. 인체의 부드러운 선을 상징하는 형상과 단순한 형태의 백자용기를 모델들은 손에 들고 패션쇼 장을 걸어 다녔다. 얇고 투명한 백자의 특성과 사람의 유연한 피부를 상징적으로 연결하여 표현한 그의 작품은 새로운 시도였고, 패션쇼를 통해 도자예술을 보여준 것은 또 다른 전시형태로서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고 생각된다. 2008년부터 스톡만스는 종이를 상징하는 푸른 빛이 스며있는 얇은 백자판을 제작한다. 백자판 표면에 그의 생각을 글자로 적어 문양처럼 장식하기도 한다. 이층 전시실 중앙에 위치한 넓은 평상위에는 „책의 내용“이라고 이름붙인 설치작업이 있다. 책을 담을 수 있는 크기의 백자 상자에서 슬립(흐를 정도의 흙물)이 흘러나와 굳어진 듯한 형상의 작품이다. 슬립이 건조되며 생겨나는 균열이 문양처럼 나타나 있다. 균열은 ‚파괴‘라는 과정을 통해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움이라며 그 흔적을 그대로 받아들여 조화를 이루는가 아닌가라는 차원에서만 살펴본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는 끊임없이 무엇인가 만들며 제작과정에서 파손된 형상을 실패라는 주제로 전시하기도 한다. 온전하거나 파손된 형상을 늘어놓는 ‚설치하는 과정‘ 자체도 전시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근래의 도자예술에서는 흙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수많은 형상을 ‚설치‘라는 방법으로 전시하는 도예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설치하는 ‚도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으며 어째서 ‚설치‘라는 표현 방법을 선택하였는지, 보는 사람도 표현하는 사람도 좀더 의식적으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예술가의 삶이란? 스톡만스의 전시실에 설치된 작품의 수량은 많지 않지만, 작품의 성격은 각각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각양각색의 작품을 바라보며 그의 열정과 생각의 깊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디자이너, 교수, 예술가로 살아가도록 해주는 에너지가 어디서 나왔느냐고 작가에게 물어 본다. "하루는 24시간, 일년은 365일이다. 그 시간속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덧붙여 "나는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다." 고 말하는 그에게서 '부지런'과 '성실'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듯 하다. 생을 마감하는, 죽음을 맞는 순간이 예술가의 ‚일‘이 끝나는 시점이라며 도자와 관련된 일을 그전에 그만둔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스톡만스의 말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라는 필자만의 느낌에 잠겨 본다 . 작품 포장하던 일을 계속 해야 한다며 스톡만스는 말을 맺는다. 자신의 작품과 스튜디오가 소개되는 것은 항상 영광이고 기쁜 일이라는 그의 말을 독자들에게 전하면서, 잠시 들여다 보았던 예술가 피터 스톡만스의 광범위한 도자예술 세계를 짧게 정리해 본다.
STUDIO PIETER STOCKMANS – C-MINE 100 3600 GENK-WINTERSLAG BELGIUM TEL +32 (0)89 382 362 www.pietstockma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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